K-팝과 미국 토크쇼의 랑데부 | 더블유 코리아 (W Korea)

K-팝과 미국 토크쇼의 랑데부

2022-10-20T14:58:09+00:002022.10.20|FEATURE|

글로벌 인기의 척도인 미국 TV 토크쇼와 K-팝이 만났을 때 펼쳐지는 진풍경. 어느 하나 놓칠 게 없다.

NCT 127의 신곡을 따라 부르는 제니퍼 허드슨이라니! 최근 NCT 127이 미국 토크쇼 ‘제니퍼 허드슨 쇼’에 출연해 선보인 ‘질주(2 Baddies)’의 라이브 무대에서 이 장면이 단연 눈에 띄었다. 뮤지션 겸 배우 제니퍼 허드슨이 관객들과 리듬을 타며 ‘2 Baddies 2 Baddies 1 Porsche’ 부분을 멋지게 흥얼거린 거다. 미국 인기 TV 토크쇼는 글로벌 인기의 척도라 할 수 있다.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과 위상을 발휘한다. 할리우드 톱스타들이 줄을 서서 출연할 정도로 여전히 인기다. 여기서도 K-팝 아티스트의 활약이 맹렬하다. 등장만으로 ‘토크 토크’ 분위기를 확 바꿔놓는다.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그중에서 의미 있고 인상적인 장면들을 소개한다. 진행자, 게스트, 관객과의 만남이라는 토크쇼의 본질을 고려해, 팬데믹 기간 온라인 연결을 통해 출연한 사례는 제외했다.

블랙핑크 at ‘더 레이트 쇼 위드 스티븐 콜베어’

가깝게는 ‘지미 키멜 라이브!에 출연해 ‘Shut Down’ 라이브 무대를 선보인 것을 비롯해 블랙핑크는 최근 몇 년 사이 도장 깨기를 하듯 미국의 상징적인 토크쇼 프로그램들을 연이어 접수했다. 그 시작은 2019년 2월 한국 뮤지션 최초로 출연한 CBS간판 토크쇼 ‘더 레이트 쇼 위드 스티븐 콜베어’일 것이다. 2019년은 블랙핑크가 작정하고 글로벌 활동에 나선 해다.  첫 미니 앨범 <SQUARE UP>을 든 스티븐 콜베어가 오늘밤 미국 TV 프로그램에 데뷔한다고 블랙핑크를 소개한 뒤 ‘뚜두뚜두’ 무대가 이어진다. 그리고 2달 뒤 블랙핑크는 미국 최대 음악 페스티벌인 코첼라 무대에 서기에 이른다. 이때부터 본격적이었을 거다. 블랙핑크는 K-팝 걸그룹 ‘최초’, ‘최다’ 타이틀을 차례로 수집하기 시작했다.

씨엘 at ‘켈리 클락슨 쇼’

작년 12월, 뮤지션 켈리 클락슨이 진행하는 인기 토크쇼에서 씨엘의 ‘Lover Like Me’ 라이브 무대가 멋지게 작렬했다. 씨엘이 첫 솔로 정규 앨범 <ALPHA>를 발표하고 국내외를 오가며 활동을 이어가던 때였다. 스탠드 마이크를 세워놓고 노래를 부르면서도 무대를 꽉 채우는 씨엘에겐 뭔가 특별한 게 있다는 걸 다시금 명백하게 깨닫게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건 뛰어난 실력보다 선명한 존재감에 더 가깝다. “씨엘의 바이브를 사랑한다”라고 얘기한 켈리 클락슨의 리액션 역시 같은 맥락일 것이다. 이날 씨엘은 시원시원한 입담으로도 관객의 반응을 이끌었는데, 전 남자친구에게 공개적으로 이런 말을 남기기도 했다. “다신 나 같은 사람 못 만날 거야, 절대로”. 그리고 이어지는 그녀의 웃음소리는 또 얼마나 멋진지.

슈퍼엠 at ‘엘런 드제너러스 쇼’

지난해 종영하기 전까지 19년간 큰 인기를 누린 ‘엘런 드제너러스 쇼’에는 2012년 역대 최고 시청률을 찍은 ‘강남스타일’ 싸이를 비롯해 K-팝 아티스트들이 여럿 출연했다. 보면 알겠지만 당시 이곳의 라이브 무대는 다른 토크쇼와 비교해 퀄리티가 나은 편이었다. 2019년 슈퍼엠이 데뷔 직후 선보인 ‘Jopping’ 무대는 오프닝부터 힘을 줬다. ‘K-팝 어벤져스’라는 소개에 이어 커다란 스크린이 좌우로 갈라지며 관객의 눈높이에 맞춘 무대와 그 위에 선 멤버들이 등장했다. 그리고 현란한 그래픽과 조명이 쉴 새 없이 쏟아지면서 슈퍼엠의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뒷받침했다. K-음악방송 수준에는 못 치지만 미국 토크쇼치고는 이례적으로 화려하고 풍성한 무대. 슈퍼엠은 미국 데뷔와 동시에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정상에 올랐으니, 그에 어울리는 신고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방탄소년단 at ‘더 레이트 레이트 쇼 위드 제임스 코든’

글로벌 인기를 증명하듯 방탄소년단은 미국의 인기 토크쇼는 물론이고, 영국의 ‘그레이엄 노튼 쇼’에 출연하는 등 토크쇼계의 굵직한 라인업을 거의 모두 섭렵하다시피 했다. 2020년 뉴욕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의 로비에서 ‘ON’의 퍼포먼스를 성대하게 펼친 ‘지미 펄론 쇼’도 끝내주게 멋있지만, 그보다는 비슷한 시기에 출연한 CBS 인기 토크쇼 ‘더 레이트 레이트 쇼 위드 제임스 코든’을 우선으로 말하고 싶다.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이 쇼에는 ‘카풀 카라오케’라는 인기 코너가 있다. 제목 그대로 운전대를 잡은 진행자와 게스트가 달리는 차에서 수다를 나누고 히트곡을 부르는데, 드라이브라는 상황 덕분인지 자연스럽고 편안한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게스트로 나선 방탄소년단의 일곱 멤버들은 신나는 모험을 떠나는 것처럼 카메라 앞에서 최고로 흥겹고 소란스러웠다. 로스앤젤레스 시내를 주행하는 차 안에서 농담을 주고받고 폭소를 터뜨리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노래를 열창하는 모습에선 완벽하고 빈틈없는 무대 밖 일곱 청춘의 즐겁고 자유로운 에너지가 콸콸 쏟아졌다. 최근 방탄소년단이 군 입대 소식을 전한 가운데, 어쩌면 한동안 반복해서 꺼내볼 영상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