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는 못 참지

우영현

3년만에 ‘다시 마주 보는’ 부산국제영화제

10월 5일 개막하는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가 ‘다시 마주 보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팬데믹 이후 3년 만에 완전히 예전 모습을 찾아 관객과 만난다. 그만큼 단단히 벼르고 준비한 풍성한 볼거리 중에서 번쩍 눈에 띈 것들을 소개한다.

 

커밍쑨 티모시 샬라메

현재 할리우드에서 가장 뜨겁고 치명적인 이름, 티모시 샬라메의 신작 <본즈 앤 올>이 12월 국내 개봉에 앞서 부산에서 공개된다. 티모시 샬라메라는 특급 스타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과 재회해 “이 조합 대찬성”이라는 말이 튀어나올 수밖에 없다. <본즈 앤 올>은 평범한 삶과는 거리가 먼 소녀가 자신과 닮은 소년을 만나 정체성을 찾아 나가는 이야기를 그리는데, 흥미롭게도 공포 로맨스를 표방하며 범상치 않은 기운을 풍긴다.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은사자상인 감독상과 신인배우상을 수상했으니, 의구심은 합리적 기대감으로 바꿔도 괜찮을 것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티모시 샬라메의 신작을 먼저 본다는 것만으로도 본전은 건지지 않을까.

양조위와의 눈빛 교환

부산국제영화제의 메인 헤드라이너를 꼽으라면 단연 양조위다.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 자격으로 양조위가 18년 만에 부산을 찾는다. 개막식 참석에 이어 핸드프린팅과 오픈 토크 행사를 통해 팬들과도 만날 예정이다. 요즘 젊은 세대에겐 뻔한 판타지 액션 히어로물에 그칠 뻔한 마블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을 대체 불가능한 눈빛으로 구원한 실질적인 주인공으로 익숙하겠지만, 양조위의 진짜 진가와 위상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이번 영화제에선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화양연화>, 홍콩 느와르의 부활을 이끈 <무간도>, 2004년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인 <2046>을 비롯해 양조위가 직접 선택한 6편의 대표작을 상영해, 왜 그가 ‘올타임 대배우’인지 다시금 설파한다. 사실 그런 그에게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은 좀 늦은 감이 있어 보인다.

올해의 컴백

지금으로부터 13년 전 영화사에 큰 변혁이 일어났다. <아바타>가 개봉해 3D 영화의 신기원을 연 것이다. 영화적 기술력을 몇 단계 더 진일보시킨 것뿐만 아니라 압도적인 비주얼과 전례 없는 영화적 경험으로 전 세계에 전무후무한 신드롬을 일으켰다. 따라서 <아바타>의 후속편 제작은 기정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릴 줄은 몰랐다. 마블 영화들이 차례로 극장가를 접수하는 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아바타: 물의 길>이 마침내 올해 12월 개봉을 확정한 가운데, 주요 장면을 편집한 15분 분량의 풋티지 영상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특별 상영된다. 이 자리에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온라인으로 참여해 제작 비하인드도 직접 소개한다고 한다. 제목에서 짐작되듯 후속편은 수중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수중 3D 구현이라는 역대급 도전에 나선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굉장한 영화”가 될 거라고 공공연히 자신감을 드러냈다. 목이 빠져라 기다려온 팬이라면 ‘해양 수도’ 부산으로 향하자.

스크린으로 보는 빅재미

10일 5일부터 열흘간 71개국의 243편 작품들이 부산을 시네마 천국으로 변모시킨다. 이중에는 <알라카스>, <슬픔의 삼각형> 등 칸영화제, 베를린영화제, 베니스영화제에서 굵직한 상을 수상한 작품들이 포함돼 풍성한 라인업에 질적인 수준을 높였다. 한편으로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기대작을 대거 선보이는 것도 눈에 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콘텐츠 산업의 거스를 수 없는 변화와 흐름을 반영해 OTT 작품을 소개하는 ‘온 스크린’ 섹션을 신설했다. 불과 1년 사이 OTT 콘텐츠의 영향력이 막강해짐에 따라 올해는 규모가 더 커졌다. 컬트적 스타일로 잘 알려진 미이케 다카시 감독이 연출하고 정해인, 고경표가 지독한 추격전을 벌이는 <커넥트>, 이준익 감독의 첫 SF 장르물이며 신하균, 한지민이 호흡을 맞춘 <욘더>, 예고편을 통해 전종서와 진선규의 광기 어린 연기를 살짝 드러낸 <몸값>, 전여빈과 나나의 미스터리 추적 버디물 <글리치>, 한석규가 다정하고 뭉클한 감동을 한 상 가득 차려줄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등을 극장 화면을 통해 미리 볼 수 있다. 이렇게 나열하고 보니, K-팝에 이어 전 세계의 이목을 사로잡은 K-콘텐츠의 위력과 다음 스텝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될 테다.

부산국제영화제로 달아오른 10월의 부산

두 손 맞잡은 샤넬과 BIFF

프리랜서 에디터
우영현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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