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즈 기간 최고의 화제를 낳은 전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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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프리즈 위크 기간, 세계적 옥션 하우스 ‘크리스티’는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과 아드리안 게니의 2인전 <플레시 앤 소울>을 개최했다. 이번 전시작 총 16점을 가치로 환산하면, 자그마치 5800억원 이상. 프리즈 기간 최고의 화제를 낳은 전시장에서 크리스티 아시아 태평양 인터내셔널 디렉터 일레인 홀트(Elaine Holt)를 만났다.

ADRIAN GHENIE, LIDLESS EYE, 2015, OIL ON CANVAS, 19 ¾ X 15 ¾ IN. (50.2 X 40CM.).

FRANCIS BACON, STUDY FOR PORTRAIT II, 1953, OIL ON CANVAS, 60 ⅛ X 46 IN. (152.7 X 116.9CM.).

<W Korea> 지난 9월 3일부터 3일간 분더샵 청담에서 기획전 <플레시 앤 소울>을 개최했다. 기존 옥션 하우스에서 주로 개최하던 옥션 프리뷰 전시에서 탈피해 이 같은 기획전을 연 이유가 있나?

Elaine Holt ‘전시다운 전시가 그립다.’ 이 말은 지난 팬데믹 동안 컬렉터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국경이 봉쇄되고 피지컬 전시가 감소하면서 아무래도 미술 관객들 사이 어떤 갈증이 내내 존재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이러한 목마름을 해소하고 뮤지엄 수준의 큐레이팅이 느껴지는 전시 경험을 안겨주자는 목소리가 크리스티 내부에서 나왔다. 그렇게 해서 지난해 봄, 홍콩과 상하이에서 기획전 <래디언스: 바스키아 쇼>를 진행했다. 바스키아의 역사적 작품 11점을 선보이는 전시였는데, 이번 <플레시 앤 소울>과 마찬가지로 판매 목적이 아닌 철저한 비경매 전시회였다. 당시 전시를 보기 위해 홍콩 컨벤션센터 앞으로 긴 행렬이 생겼는데, 그걸 보면서 미술을 향한 아시아 지역 컬렉터들의 열기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프랜시스 베이컨과 아드리안 게니의 2인전이라는 소식은 미술 애호가들 사이 큰 화젯거리였다. 이번에 두 화가의 2인전을 기획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안 그래도 어제인 9월 2일 한국의 컬렉터를 대상으로 프리뷰 전시를 열었는데, 그들이 가장 궁금해하며 묻는 것도 ‘왜 베이컨과 게니인가?’였다. 우선 베이컨은 누구나 알고 있듯 20세기 가장 중요한 예술가 중 한 명이다. 베이컨의 작품은 소용돌이치는 강력한 감정을 전달하고, 그의 화폭 속 생생하고 불안한 이미지와 독특한 스타일은 그를 가장 널리 인정받는 구상 예술가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한편 베이컨과 한 세대의 간격을 두고 나타난 게니는 베이컨 못지않은 확고한 입지를 굳힌 현대 예술가다. 확실히 베이컨과 게니는 활동 시기로 보아 큰 간극이 있지만, 둘은 역동적인 페인팅 기법뿐 아니라 인간의 조건과 내면의 가장 어두운 측면을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다. 한마디로 감성의 결이 비슷하다 할 수 있지. 이 둘을 2인전 형태로 소개하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이런 형태의 전시를 통해 두 사람이 가진 특징을 더 확연하게 알아차릴 수 있고.

어제 컬렉터를 대상으로 개최한 프리뷰 전시의 반응은 어땠나?

훌륭한 작품을 가져와줘서 고맙다는 말을 참 많이 들었다. 또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았을 때 베이컨의 작품을 구매해야 했다는 푸념도 빠지지 않았다(웃음). 그래서 그들에게 말해줬다. ‘조만간 게니의 작품이 경매에 출품되면 그때가 기회니 아쉬워하지 마라(웃음).’ 게니의 경우 베이컨과 비교했을 때 아직까지 작품가가 상대적으로 낮으니까.

작품가가 낮다고…?(웃음)

상대적으로!(웃음) 지금까지 최고 낙찰가를 보면 베이컨의 세계 기록은 1억4,000만 달러 이상, 게니의 경우 1,000만 달러 이상이다.

서울이 오늘날처럼 전 세계 미술계가 주목하는 아트 도시로 부상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라 생각한다. 오늘날 미술계가 서울을 유독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무엇보다 한국 정부가 문체부를 중심으로 문화예술산업에 엄청난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예산으로만 18억 달러가 책정됐다는 얘기도 전해 들었다. 이렇듯 정책적으로, 그것도 엄청난 규모의 자본이 시장에 유입되면 큰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또한 현재에도 많은 박물관이 한국에 존재하지만, 향후 120여 개 박물관이 추가로 개관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또 정부 지원에 더해 미술품에 대한 수요 자체가 는 것도 크게 한몫했다고 생각한다. 중국이나 일본처럼 미술품을 소장하는 문화가 한국에도 정착되면서 시장이 오늘날의 호황을 맞지 않았나 싶다. 실제 한국 컬렉터의 바잉 파워가 확대되고 있다는 걸 체감하는 게, 올해 크리스티 상반기 글로벌 경매에서 한국 컬렉터의 구매 기여도가 작년 상반기 대비 235%나 증가했다.

최근 미술품 경매에서 두드러진 경향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코로나19 때문에 경매 시장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변화가 있는 상황이다. 여행 제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지난 2년 동안 크리스티에서는 특히 디지털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했다. 홍콩, 파리, 런던, 뉴욕 경매소가 합세하여 비대면으로 라이브 스트리밍 경매를 진행한 것이 대표적 예다. 옥션의 디지털화는 앞으로도 지속될 추세라고 생각한다. 컬렉터들이 직접 작품을 보지 않아도 디지털로 작품 컨디션을 확인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걸 점점 받아들이는 추세다.

피처 에디터
전여울
포토그래퍼
최영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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