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미술전 탐방기 | 더블유 코리아 (W Korea)

2022 베니스 비엔날레 탐방기

2022-05-21T12:01:52+00:002022.05.21|FEATURE, 컬처|

이례적으로 3년 만에 열린 2022년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미술전. 그만큼 응축되고 억눌렸던 에너지가 단번에 폭발하는 듯 뜨거웠던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의 탐방기를 소개한다. 

2022년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미술전이 열리는 중앙 파빌리온과 정원.

우크라이나 광장.

우크라이나 광장.

3년 만이다. 세계적 유행병 사태가 격년 행사를 뜻하는 비엔날레라는 단어 자체도 무색하게 만들어버린 탓이다. 지난 4월 23일 대장정의 막을 올린 베니스 비엔날레 미술전의 배경에 최근 세계를 집어삼킨 큰 이슈가 하나 더 있다. 바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 전쟁은 국제 정세와 세계 경제를 뒤흔드는 동시에, 한국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비행 경로 또한 틀어놓아 비행시간이 무려 3시간(!)이 넘게 길어졌다. 하지만 14시간에 가까운 비행길에 피로가 무겁게 쌓인 채 베니스에 도착하자마자 그 긴 여정이 충분히 보상받으리라는 걸 직감할 수 있었다. 베니스는 예전 그대로인 듯, 아니 이전보다 더 눈부시고 활기차 보였다. 팬데믹 기간 동안 관광객이 끊겨 텅텅 빈 산마르코 광장과 운하, 낯선 골목길 풍경은 이제 과거 속 이야기가 됐다. 공식 개회에 앞선 프리 오프닝 첫날인 4월 20일 오전, 국가관이 모여 있는 자르디니 공원의 입장 게이트에는 각국에서 모여든 미술계 인사, 각 나라의 전시 관계자, 취재진까지 뒤섞여 기나긴 행렬이 수십 미터씩 이어졌지만 누구 하나 불평이 없었다. 이 풍경 자체가 세계 최고의 국제 미술전 베니스 비엔날레의 위상을 입증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세계적인 수상도시 베니스에 다시 예술의 물결이 넘실대며 흥분과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었다.

책 ‘꿈의 우유’에서 모티프를 얻어 제작한 포스터.

총감독 세실리아 알레마니.

세실리아 알레마니의 비엔날레

프리뷰를 앞두고 베니스를 찾은 이탈리아 기자 친구를 만났다. 그녀는 올해 총감독인 세실리아 알레마니(Cecilia Alemani)가 정한 주제 ‘The Milk of Dreams(꿈의 우유)’가 너무 멋지지 않냐며, 자기 딸이 이 동화책을 좋아하는데 이 주제가 발표되자마자 자신 또한 이 책을 읽고 또 읽으며 기다려왔다고 꿈꾸는 표정으로 말했다. <꿈의 우유>는 초현실주의 여성 화가 레오노라 캐링턴(Leonora Carrington)이 쓰고 그린 그림책으로, 아일랜드 출신 유모에게 환상적이며 민속적인 이야기를 듣고 자란 어린 시절에 영감을 받아 자신의 두 아들뿐 아니라 모든 아이들에게 작가 자신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에 바탕을 두었다고 한다. 기상천외한 모습의 동물과 존재들이 뒤섞여 나오는 이 책은 인간의 삶이 상상의 프리즘을 통해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마법의 세계를 묘사한다. 현재 뉴욕 하이라인파크 예술총괄 큐레이터인 세실리아 알레마니는 이탈리아 출신으로 2017년 이탈리아 파빌리온의 예술감독을 맡은 바 있으며, 독립 큐레이터로 활동하며 문화 생태계와 공공 이니셔티브 활동 등을 이어왔다. 그녀는 비엔날레 총감독직에 임명되면서 “이 직책을 맡은 최초의 이탈리아 여성으로서 나에게 주어진 책임과 기회를 이해하며, 이를 통해 예술가들의 비전과 우리 사회를 반영하는 특별한 전시를 만들 것이다”라며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 말에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모든 사람이 변화하고, 변형되고, 무언가 또는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는 세상, 그녀는 신체의 변형, 개인과 기술의 관계, 신체와 지구의 연결이라는 테마로 200명이 넘는 작가의 작품을 모았다. 그 결과 127년 비엔날레 역사상 처음으로 최대 다수의 여성(전체 참여 작가의 90%에 달하는)과 성별비순응 예술가가 포함되어 화제를 모았으며, 관객의 입장에서는 과거와 현재의 작가들을 모아 새로운 층위로 연결하고, 공생, 연대, 자매애 형태를 중심으로 구축된 내러티브를 알레마니가 큐레이팅한 본 전시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베니스 비엔날레만의 주요한 특징인 국가관 전시는 전쟁 발발로 러시아 예술가들이 중도에 참여를 포기한 가운데 78개 국가가 전시를 주최했다. 3년 만에 열리는 만큼 올해 국가관 전시는 세계적인 유행병과 증대하는 기후 재앙의 한가운데서 세계와 인간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전시가 많았으며, 전쟁에 대한 우려 가운데 반전(反戰)과 평화에 대한 메시지 또한 관통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비엔날레 본 전시와 더불어 베니스의 역사적인 팔라초와 성당, 뮤지엄 등의 공간에서 펼쳐지는 장외 병행전시(Collateral Exhibitions)도 세계적인 대가들의 어마어마한 대표작 및 신작으로 채워지면서 모든 전시를 놓치지 않고 보려면 베니스에 한 달은 머물러야겠다는 푸념이 들려오기도 했다. 이토록 장엄한 아트 신이 실로 오랜만에 한 도시에 한꺼번에 펼쳐지는 광경에 경탄과 탄복이 멈추지 않았던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 하이라이트를 소개한다. 11월 27일까지 이어지니, 한결 자유로워진 여행에 베니스가 포함되어 있다면 참고하시길.

 

여성, 흑인, 비주류들의 메시지

127년이라는 베니스 비엔날레의 역사에는 늘 남성 예술가가 다수를 차지했기에, 올해 여성 아티스트의 눈부신 약진은 이슈의 한가운데를 차지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히 할 것은 예술에 있어 성별 구분은 무의미하며, 여성이라서 중요하고 남성이라서 배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것은 또 다른 차별이기 때문이다. 알레마니는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밝혔다. “작가들의 성별이 중요하지 않아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것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반영해야 하는 예술의 표현에서 평등은 여전히 먼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이번 전시가 페미니스트 쇼로 불리지는 말아야 합니다. 그저 우리는 불평등한 역사에 대해, 누가 그 역사의 일부였고 누가 배제되었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녀의 설명은 이번 전시의 의도가 여성 아티스트에 관한 것이 아니라 여성인 아티스트들이 채운 작품에 대한 것임을 의미한다.

비엔날레 어워드에서도 심사위원들 또한 이에 적극적으로 동의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최초로 유색인종 여성 예술가인 소니아 보이스(Sonia Boyce)를 내세운 영국관이 국가관 부문 황금사자상을 받았는데, 작가는 ‘Feeling Her Way’라는 주제로 구슬픈 음색의 흑인 아카펠라를 부르는 장면을 상영해 영국의 음악사에 대한 흑인 여성 뮤지션의 영향을 매핑했으며, 바이닐 레코드, CD, 포스터, 티켓 등을 사용해 매혹적인 금색 벽지와 함께 이에 바치는 제단을 만들었다. 참여작가 황금사자상도 미국의 유색인종 여성 작가 시몬 리(Simone Leigh)에게 돌아갔다. 시몬 리는 이번 비엔날레의 유명 스타이기도 하다. ‘Sovereignty(주권)’를 주제로 흑인 여성의 디아스포라적 삶과 잃어버린 역사를 재창조한 조각들로 채운 미국관은 그 자체로 큰 울림을 주었으며, 아르세날레 본 전시장 입구에 5m에 달하는 흑인 소녀의 토르소 조각 ‘Brick House’를 설치해 눈길을 사로잡았다. 평생공로 황금사자상 또한 칠레 출신의 세실리아 비쿠냐(Cecilia Vicuña)와 카타리나 프리치(Katharina Fritsch) 두 여성 거장에게 헌사되었다. 비쿠냐는 비엔날레는 예술가들이 백인을 만물의 척도로 간주하는 서구의 기준에 도전하고, 새로운 틀과 기준을 상상하는 축제임을 강조하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다시 한번, 이 모든 수상의 이유가 ‘여성’이라서가 아니라 이들이 작품을 통해 표현한 목소리와 메시지, 즉 깊은 작품성이 바탕에 있었기 때문이며 중요한 것은 언제나 예술 그 자체다.

 

여성 초현실주의자와 여성의 몸을 위한 헌사

레오노라 캐링턴의 <꿈의 우유>가 그러하듯 알레마니의 비엔날레 또한 기이한 생물체와 환상적인 구조물로 가득 찼다. 사람뿐 아니라 동물과 인간이 아닌 형태의 변화를 추적하고, 성별, 지리 또는 사회적 상황으로 인해 소외된 예술가들을 발굴했다. 그들의 크리에이티브 서클이 <꿈의 우유>의 지점이다. 그런 상황을 배경으로 이번 비엔날레에는 해부학, 신체의 변형과 해방에 대한 열망, 정체성이 이동하고 변화하는 경이로운 영역 등을 담은 작품들이 다수 소환되었다. 그녀는 관능적이고 파편화된 여성, 그리고 인간의 몸을 초현실적으로 탐구하는 이들을 여성 초현실주의자라 불렀다. 팬데믹 트라우마로 현실에 등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초현실주의라는 다른 렌즈를 통해 현실을 바라보자는 것이다. “비엔날레가 지난 2년, 아니 3년 동안 제작된 작품을 보여주는 장이 아니라, 역사와 오늘날을 엮는 타임캡슐과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역사를 되새기고 또 되새기며, 포함과 배제를 발견할 것입니다.” 그녀의 설명대로 ‘마녀의 요람’이라는 제목이 붙은 방에는 벨기에 초현실주의 작가 제인 그라베롤(Jane Graverol)의 스핑크스 같은 모양과 날개를 지니고 내부는 기계로 얽혀 있는 여성을 그린 ‘L’École de la Vanité’를 위시해 앨리스 라혼(Alice Rahon), 바야 마히에딘(Baya Mahieddine), 이텔 콜쿠혼(Ithell Colquhoun), 이다 카르(Ida Kar) 등 1900년대 초반에 태어난 다양한 국적의 여성 초현실주의 작가의 작품으로 채워 마치 영험한 신전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오늘날의 초현실주의 여성 작가도 확인할 수 있었다. 1979년생인 루마니아 출신 안드라 우르수타(Andra Ursuta)가 캐스트 글라스로 만든 조각 작품은 마치 영화 속 프레데터, 에일리언을 연상시키는 기괴하면서도 아름다운 여성의 몸을 표현하고 있었다. 이 작품은 올해 프리뷰 기간 가장 많이 회자된 작품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1980년대 출생 작가 이미래, 정금형의 작품 또한 인간의 내장을 연상시키거나, 마치 사이보그 부속품처럼 인간 신체의 일부를 기계의 일부처럼 나열한 작품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이 중 이미래 작가와 아르세날레 전시장에서 만나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신체 내장을 그대로 꺼내 철골 구조물에 마치 널어놓은 듯한 작품 ‘Endless House : Holds and Drips’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 정말 신체를 표현한 것은 맞는지 물었다. “맞아요. 지난 몇 년 동안 인간의 겉이 아닌 속 안의 것을 꺼내어 신진대사와 순환 과정 등을 표현하는 작업을 해왔어요. 내장으로 표현된 조각은 사실 초벌만 마친 세라믹이고, 지속적으로 흐르고 뿜어져 나오는 액체는 유약입니다. 이렇게 유약이 계속 발라지면서 조각이 완성되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온전한 인간의 신체라는 것이 단지 육체의 조각으로만 표현되는 것은 아니지요. 인식론의 체계에서는 핵심은 감추어져 있고 껍질은 피상적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렇다면 핵이 아예 없거나 혹은 껍질이 다 핵으로 된 존재를 상상해보자는 것이 이 작업의 출발점이었어요. 예를 들어 클리토리스는 그 자체로 핵인 것처럼 말이에요.”

 

경쟁하지 않되 겨루는 국가관 전시

베니스 비엔날레가 ‘예술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이유, 국가관 전시 때문이다. 하지만 예술에 있어 그 누구도 서열을 가늠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입장 대기 행렬이 이어지는 인기 전시는 분명 있다. 앞서 말한 영국관과 미국관이 그러했고 프랑스관 또한 큰 인기를 끌었다. 프랑스관은 특별언급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1960년대에 프랑스에 정착한 노동계급 이민자 자녀로 수십 년 동안 인종차별을 겪은 커뮤니티의 일원에서 자란 작가 지네브 세디라(Zineb Sedira)가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가로 선정된 사실 자체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사진작가이자 비디오 아티스트로, 인간과 지리의 관계를 탐구하는 작업으로 유명한 그녀는 전후 시대의 오래된 바를 연상시키는 공간을 설치하고 두 명의 댄서가 이따금 탱고를 추게 만들었다. 영국 브리스톤에 위치한 자기 집 거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공간 또한 영화의 세트장같이 느껴지며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현실과 허구, 그리고 잠재적으로 해방될 수 있는 가능성 사이의 얇은 경계를 숙고하게 만들었다. 25분 분량의 영상 ‘Dreams Have No Titles’ 은 탈식민 시대에 알제리에서 제작된 영화의 클립과 장면을 리메이크한 것이다.

많은 이들의 마음에 울림을 준 나라는 벨기에였다. 한 장소에 거주하지 않고 항상 떠도는 비디오 아티스트, ‘작은 것의 시인’이라고 불리는 프란시스 알리스(Francis Alÿs)는 ‘The Nature of the Game’, 번역하자면 ‘놀이의 속성’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나라의 어린이들이 천진난만하게 놀이를 하는 영상을 펼쳐냈다. 1999년 멕시코시티의 가파른 길을 한 소년이 오르락내리락하며 쉬지 않고 탄산음료병을 발로 차는 모습을 촬영한 것을 시작으로 이는 현재까지 아티스트의 가장 긴 시리즈가 되었다. 두 명의 소녀가 고무줄로 놀고, 세 명의 소년이 동전을 벽에 누가 가장 멀리 튕기는가 겨루고, 한 소년이 자기 몸집만 한 커다란 타이어를 짊어지고 언덕 위로 올라가 그 타이어 안에 들어가 굴러 내려오는 등 지난 20년 동안 촬영한 15편의 놀이는 단순한 시간의 낭비라는 놀이의 속성뿐 아니라 내부 논리와 때로는 엄격한 규칙 시스템을 따른다는 깨달음으로 관객을 매료시켰다. 이탈리아관은 역사상 처음으로 한 예술가의 작품을 선보였다. 주최국답게 언제나 가장 큰 별도의 파빌리온을 차지하는 이탈리아관 공간 전체를 점유한 작가는 잔 마리아 토사티(Gian Maria Tosatti)였다. 그는 ‘밤의 역사와 혜성의 운명’이라고 명명한, 강철로 점유된 강력하고 불안한 설치작으로 인간과 자연 사이의 이중성을 다루었다는 평을 받았다.

총감독이 여성, 비주류에 천착했음에도 한 가지 맹점은 아시아적 관점을 반영한 작품을 거의 찾아 볼 수 없었다는 것. 그리하여 지리적 다양성 면에서는 낮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다. 국가관 라인업에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파키스탄이 부재했다. 그럼에도 중국, 마카오, 몽골, 홍콩, 싱가포르, 네팔 등이 아시아의 역사와 사회적 맥락을 담아내 호평받은 가운데 한국관 또한 독보적 주제와 설치로 주목을 받았다. 고등과학원 초학제연구단 ‘매터리얼리티’의 연구책임자로 활동하고 있는 김윤철 작가가 ‘Gyre(나선)’을 주제로 예술과 과학, 음악을 융합한 설치 전시를 선보인 것. 예이츠의 시 ‘재림(The Second Coming)’에서 차용한 제목은 현대사회의 혼란스러운 상황과 미래사회의 부풀어 오른 경계와 상태를 반영하고 있다. 특히 물고기 비늘처럼 구성된 382개의 셀들의 밝기와 색이 변화하는 가운데 키네틱 장치에 의해 미묘하게 움직이는 ‘채도V’ 작품은 압도적 존재감으로 큰 이목을 끌었다. 가장 작은 것으로부터 가장 큰 우주, 그리고 인간의 존재를 돌아보게 하는 전시로 기억된다.

 

패션 하우스가 예술을 다루는 방법

세계적 예술 행사인 만큼 예술 재단을 운영하고, 예술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하는 패션 하우스들도 베니스 비엔날레를 기념하는 특별 전시와 행사를 주최했다. 먼저 루이 비통은 다채로운 추상화로 유명한 독일 여성 작가 카타리나 그로세(Katharina Grosse)와 함께했다. 베니스 에스파스 루이 비통의 화이트박스 전시 공간이 아닌 블랙 박스 공간에서 그녀는 금속 메시 소재 위에 추상적 이미지를 인쇄한 설치작 ‘Apollo, Apollo’를 선보였다. 금속의 유동성과 색조의 결합을 이용한 이 신비한 섬유는 무지갯빛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가운데 그 아래로 의자와 신발 한 켤레, 밧줄이 부드럽게 드러나며 시적 영감을 준다. 운하, 무라노 유리, 테라초 모자이크 타일과 같은 베니스라는 도시의 미적 감성을 전달하는 듯도 했다. 그로세는 5월 파리의 루이비통재단에서 이 작품에 이은 연작을 발표할 예정이기도 하다.

밀라노에 이어 2011년 베니스에도 프라다재단을 운영하고 있는 프라다의 베니스 비엔날레 병행전시는 그야말로 센세이셔널했다. 이름하여 <Human Brains>. 바로크 양식의 궁전 3개 층에서 열린 전시는 과학자, 신경학자, 신경언어학자, 신경생리학자, 학자 및 철학자를 포함한 과학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인간의 두뇌에 대한 다학적이며 심층적인 연구를 보여주고 있다. 과학적 지식을 전하려고 애쓴 천년에 걸친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을 표시하는 역사적 유물, 그림, 지문 및 책을 모아놓았으며(인간의 뇌를 해부하는 수업을 묘사한 렘브란트의 그림을 볼 수 있다!), 신경과학의 진행 중인 미스터리를 들려주기 위해 과학자와 학자의 목소리를 전시장에 울려 퍼지도록 해놓는 등 프라다재단 특유의 뛰어난 시노그래피가 백미다.

보테가 베네타는 피노 컬렉션 중 하나인 팔라초 그라시에서 전시 <Bruce Nauman: Contraposto Studies>를 중심으로 제작된 라이브 댄스 퍼포먼스 ‘Dancing Studies’를 후원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티유 블라지(Matthieu Blazy)는 파리 베이스의 그리스 무용수이자 안무가인 레니오 카클리(Lenio Kaklea)와 팸 타노비츠(Pam Tanowitz)가 퍼포먼스에서 착용할 의상을 디자인하며 열정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