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리 피트먼의 아시아 첫 개인전 '불투명한, 반투명한, 빛나는' | 더블유 코리아 (W Korea)

불투명한, 반투명한, 빛나는

2022-03-21T15:14:30+00:002022.03.22|FEATURE, 컬처|

미국 출신 화가 래리 피트먼의 아시아 첫 개인전 <불투명한, 반투명한, 빛나는>이 열린다.

LA의 지역주의 현대미술, 장식적 ₩ 공예적 페인팅, 기민하게 쌓아 올린 도상의 중첩, 이 모든 것이 결합해 탄생한 언캐니한 성인용 동화 삽화와도 같은 그림. 올해 나이 70세, 자신을 타고나길 정치적이며 철학적이고 감정적이라 소개하는 화가 래리 피트먼의 아시아 첫 개인전 <불투명한, 반투명한, 빛나는>이 리만 머핀 서울에서 열린다. 전시를 며칠 앞둔 어느 날 그로부터 수다스럽지만, 때로 깊숙한 훅을 날리는 듯한 인터뷰 회신이 도착했다.

<W Korea> 당신의 아틀리에를 묘사해줄 수 있나요? 또한 그곳에서 보내는 가장 평범한 하루는 어떤 모습인가요?

Lari Pittman 제 스튜디오는 미국 LA 로스 펠리즈 대로에 위치한 1960년대식 2층짜리 건물입니다. 멋진 햇살이 들어오는 곳으로 어떤 방해도 없이 사유하고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나만의 질서를 유지하려 노력하죠. 평소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스튜디오에 머무는 동안 밥을 먹거나 휴식을 취하지 않는데, 무아지경에 빠질 정도로 제가 하는 일에 완전히 몰입하여 즐기고 또 그것을 ‘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죠! 오전은 대개 작품의 넓은 부분을 다루는 시간으로 그림의 방향(Moves)이나 전반적인 구조를 훑습니다. 정오경 손과 터치가 훨씬 부드러워지면 작고 정밀한 디테일 작업으로 옮겨가죠. 그러다 붓이 갑자기, 예기치 않게 손에서 떨어지면 그때가 작업을 멈춰야 하는 시간임을 압니다.

 

오는 3월 15일부터 5월 7일까지 당신의 아시아 첫 개인전 이 개최됩니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작품 대부분은 팬데믹 기간인 2020년부터 2022년 사이 제작되었죠. 그렇기에 이번 전시는 팬데믹 위기에 대한 당신의 직접적인 반응이라 읽힙니다. 팬데믹이 당신의 작업에 어떤 영향을 끼쳤다고 바라보나요?

매일 스튜디오에 가서 작업을 할 수 있다는 특권을 결코 당연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회화 작업은 본질적으로 고독합니다. 호화롭고 즐거운 지루함이 매일 반복되죠. 저는 천성적으로 정치적이고 철학적이며 매우 감정적인 사람이라 말할 수 있는데요. 그런 제가 어떻게 전 세계적인 격변과 팬데믹 트라우마를 내면화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요? 이 암울하고 비참한 시절 속에서 어쩌면 어리석고 헛된 낙관주의에 기대어 개인적, 사회적, 문화적 쇄신의 가능성에 다시 한번 기대를 걸어보고자, 이번 신작에서 가까운 미래를 투영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번 전시는 ‘대도시에 대한 오마주’라는 문장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특별히 대도시라는 주제에 주목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저는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의 아름다움과 복합성, 무질서한 잠재력을 믿습니다. 대도시는 본질적으로 논쟁적이고 공격적이죠. 이러한 활기가 담긴 도시가 다름을 받아들이고 이에 동등한 사회적 비중과 중요성을 부여하는 매우 인본주의적인 시작점(Humanistic Portal)이 될 거라 믿습니다. 어쩌면 제가 대도시에 주목한 이유는 이 때문일지 모르겠네요.

 

당신의 작업은 언제나 ‘단어’로부터 시작한다고 들었습니다. 즉 단어로부터 추출되는 의미망에서 출발해 당신만의 독특한 시각 기호를 직조하죠. 이번 전시는 ‘불투명한’, ‘반투명한’, ‘빛나는’이라는 세 가지 부제목 아래 이뤄집니다. 당신을 캔버스 앞에 서게 만든 이 세 단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면요?

저는 습관적으로, 또 이성적으로 실제 캔버스 위에 그림을 그리기 전, 먼저 종이 위에 생각을 글로 정리하면서 새 작품을 구상합니다. 관심을 두는 특정 색상, 시간성, 기후 조건, 제목,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작품 속에서 어떤 취지의 대화들이 발생할지, 그렇게 작품에 내재한 집단적 목소리가 대중에게 어떻게 전달될지를 여러 차례 기록합니다. 이는 언제나 작품이 사회 참여적이고 친근하며, 관대하고 정중하게 관객들에게 직접 다가가길 희망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작품 속 기민하게 쌓아 올린 도상과 이미지의 중첩은 당신 작품의 특징이자 매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신작에서도 달걀, 새, 깃털, 눈, 얼굴, 스테인드글라스 등 다양한 도상을 발견할 수 있는데요. 특히 이번 전시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달걀’을 보는 데 필요한 의미의 한 조각을 알려줄 수 있나요? 달걀은 상징으로서의 기능보다는 ‘잠재성’을 포용하는 관념으로 은유의 범주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는 관객들이 각 작품의 화면 위에 개인적이고 감정적인 경험을 입히길 권유합니다. 믿으면 열릴 것입니다!

당신을 설명하는 여러 수식 중 하나는 ‘LA 지역주의 미술가’ 일 것입니다. 당신의 작품이 LA란 도시로부터 받은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LA는 내내 그랬고, 앞으로도 예술가가 되기에 완벽한 도시입니다. 무엇보다도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이자 유럽 중심적 성향이 가장 적은 도시입니다. 그리고 800만 인구가 밀집한 이곳은 끝없이 수평으로 확장하는 도시죠. 저는 LA에 대해 이 도시의 잠재성과 포용력은 수직성이 아닌 수평성의 에토스(Ethos)에 기반을 둔다고 은유적으로 해석하고 싶네요.

 

조수의 도움 없이 홀로 작업해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혼자 작업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저는 프레타포르테를 제작하지 않습니다. 종종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지만, 제 작품은 오트쿠튀르에 가깝죠. 스스로, 내 손으로 직접 작업할 때 최상의 결과를 얻는 편입니다. 이건 어떤 사상적 입장을 취하는 것이 아닌, 제가 하루하루 선호하는 현실이라 할 수 있죠.

 

가장 최근 당신을 놀라게 했던 뉴스는 무엇인가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문명화된 민주적 세계 질서에 대한 폭력적인 공격에 매우 화가 나고 분노합니다.

 

지금 스스로에게 가장 자주 던지는 질문은 무엇인가요?

이제 70세인데 작가로서 주어진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까? 바라건대 앞으로 50년은 더 작업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