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 수상자 강혁 인터뷰 | 더블유 코리아 (W Korea)

반복의 미학

2021-12-23T16:54:24+00:002021.12.26|FASHION, 뉴스|

런던 영국왕립예술학교(RCA) 출신의 최강혁, 손상락 두 디자이너가 전개하는 브랜드 강혁(KANGHYUK)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 수상자로 선정됐다. 주로 오토모빌에서 영감을 얻는 이들은 팬데믹 동안 지속가능한 패션을 더 맹렬하게 연구하며 ‘반복’이라는 화두와 씨름했다.

제17회 삼성패션디자인펀드를 수상한 브랜드 강혁의 디자이너 최강혁(좌), 손상락(우)를
청담 비이커에서 만났다.

컬렉션이 전시된 청담 비이커 전경. 전시는 12월 9일까지 진행됐다.

<W Korea> 우선 ‘제17회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 수상을 축하한다. 2회 연속 선정됐다. 소감을 묻고 싶다.
최강혁 이런 큰 상을 두 번이나 받아서 영광스럽고 몸둘 바를 모르겠다.

올해 받은 평가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손상락 지속가능성에 대한 새로운 디렉션, 독창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들었다. 작년과 비슷한 평이긴 한데, 그런 평이 한 해 더 유지됐다는 면에서 우리의 노력이 인정받은 게 아닌가 싶다.

코로나 여파가 계속된 한 해였다. 한국에 계속 있었나? 올해는 어떤 해였는지?
최강혁 그렇다. 외국에 나가지 못하다 보니, 거의 사무실에서 작업에만 몰두했다. 올 한 해 효성과의 협업, 11번째 컬렉션 론칭 정도가 우리가 마무리한 큰 과제였다.

이번 컬렉션 소재도 효성에서 지원받은 것이라고 들었다. 효성과의 협업은 어떤가?
손상락 지난해 SFDF 우승 이후 효성에서 먼저 연락을 주셨다. 효성은 에어백 첨단 소재를 생산하는 큰 회사인데, 회사에서 남는 에어백 원단을 사용할 수 있게 지원해주었다. 그 후 5월에 스키복 협업 컬렉션을 론칭했고, 효성과 우리 모두 크게 만족한 협업이었다. 기존 브랜드 간의 협업이 아닌 원단 회사와의 협업이다 보니 더욱 색다르고 의미가 있었다.

먼저 와서 2022 S/S 컬렉션을 살펴봤다. 강혁의 컬렉션은 하이퍼하다고만 생각했는데, 그간의 컬렉션 중 가장 전통적 의복 형식을 취한, 패션 팬들에게 친절한 방식이 아니었나 싶다. 처음 구상과 이번 컬렉션 전반의 엠보싱 패턴에 대해 얘기해주면 좋겠다.
최강혁 우리 작업 자체가 자동차에 포커스가 많이 되어 있다. 오토모빌, 인더스트리얼한 느낌 등. 이번 엠보싱 패턴은 자동차 문 사이에 껴 있는 흡음재를 모양 그대로 사용한 것이다.
손상락 엠보싱을 모티프로 원단 개발을 하다 보니 도드라진 느낌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차분한 실루엣이 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커팅도 튀어나와 있다 보니 여러모로 중화시켜줄 테일러링을 선택했다.

사용하는 소재의 폭도 넓어졌더라. 에어백, 방음재에서 비건 가죽, 비건 스웨이드, 재활용 저지 소재 등.
최강혁 지속가능성을 중요한 모티프로 가져가는 브랜드다 보니 자연스럽게 비건 가죽, 비건 스웨이드의 비중이 높아졌다. 비건 가죽은 그냥 가죽보다 질감이 훨씬 부드럽고, 자동차 안에 쓰는 스웨이드와 비슷한 알칸타라라는 인조 가죽(스웨이드와 촉감이 비슷하나 내구성이 훨씬 높은 소재. 스포츠카 등에서 천연 가죽보다 높은 등급의 인테리어 옵션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의 비중도 높였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소재 수급 상황은 어떤가?
최강혁 비싼 편이다.
손상락 이 엠보싱이 표현이 잘되려면 신테틱 패브릭, 즉 폴리에스터 기반의 원단이어야 하는데, 고급스러움을 갖춘 폴리에스터 소재는 국내에 희귀한 편이다. (실제로 만져보니 아주 부드러워서 놀랐다.) 엠보싱 자체가 뾰족한 인상을 줄 수 있으니, 부드러운 촉감으로 대비를 주고 싶었다. 효성과 협업에서 쓰인 저지 원단도 리젠코트나라고 페트병에서 추출한 원사로 만든 원단인데, 촉감이 코튼과 가장 유사하다. 일본이 리사이클링 소재 시스템이 훨씬 잘되어 있어서 꽤 참고하고 있다.

상락 씨가 잘 팔릴 것 같은 아이템을 고르는 데 뛰어나다는 인터뷰를 봤다. 디자인적으로 가장 만족하는 아이템과 반응 좋은 아이템은 각각 어떤 것인가?
최강혁
엠보싱이 들어간 버전의 스테디셀러 푸퍼 재킷을 여전히 좋아해주시는 것 같다. 비건 스웨이드, 비건 레더 소재도 전체적으로 반응이 좋은 편이다.
손상락 디자인적으로 만족하는 것은 코트다. 등판의 커팅 등 실루엣에 신경을 많이 썼고, 스테디셀러 플레어 컷 바지도 몸에 더 잘 맞게 완성도를 높였다. 바코드가 엠보로 들어간 베이지색 보머도 반응이 좋다.

지난한 작업이지만 에어백을 반복적으로 분해하고, 이번 컬렉션에서도 반복되는 패턴을 사용했다. 문득 강혁에게 ‘반복’이란 어떤 의미일까 궁금해졌다.
손상락 반복을 할수록 어떤 무게감이 생긴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지난 6월, 파운드리 서울에서 열었던 전시 타이틀도 ‘REPEAT’였는데, 우리의 키워드가 아닐까 싶다. 이런 키워드를 비주얼적으로 전개한 것이 비이커에 룩과 같이 전시한 엠보싱 패턴의 설치 물이고, 경첩으로 만든 작업도 갤러리 등에서 주문이 들어오는 편이라 추가적으로 선보이지 않을까 싶다.

최근 관심사는 무엇인가?
손상락 안감. 시국 때문인지 몸에 닿는 것에 민감해지는 것 같다.
최강혁 새로운 소재.

앞으로의 계획은? 올해 비행이 좀 자유로워진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궁금하다.
최강혁 리복을 비롯한 다양한 협업을 준비하고 있고, 12번째 컬렉션과 개인 전시를 준비할 거다.
손상락 해외에 가고 싶다. 그쪽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다시 확인하고 싶고, 오랫동안 못 본 친구들도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