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것과 남길 것 Vol.2 | 더블유 코리아 (W Korea)

남은 것과 남길 것 Vol.2

2021-12-14T01:02:59+00:002021.12.14|FEATURE, 컬처|

말하고 싶고 말해야 하는 2021년의 이야기들. 우리를 즐겁게 하는 것들을 향한 애정과 호기심의 눈길로, 혹은 우리를 둘러싼 현상에 대한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봤다.

외화가 주도한 극장가
한국 영화 산업 지형에 침체한 극장가를 반전시킬 기회가 올해 두 번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1년 중에서 가장 큰 대목인 여름 시장이었다. ‘슈퍼 갑’ 인 멀티플렉스 3사가 한국 영화 대작 두 편(<모가디슈>, <싱크홀>)에 손익분기점의 절반을 보전하겠다고 양보할 만큼 통 큰 결정을 내렸지만, 여름 극장가에 뛰어든 한국 영화 세 편의 성적표(<모가디슈> 360만 명, <싱크홀> 218만 명, <인질> 163만 명)는 지난해(<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435만 명, <반도> 381만 명, <강철비2> 179만 명)에도 못 미칠 만큼 신통치 않았다. ‘거리두기 4단계’였던 탓이 컸지만, <모가디슈> 혼자서 큰 시장을 견인하기에는 힘에 부쳤다. 또 다른 반전의 기회는 추석 극장가였다. CJ ENM과 롯데엔터테인먼트는 <보이스>와 <기적> 같은 작은 규모의 영화를 내보냈고, 두 영화의 매출 점유율은 연휴 기간 내내 60%도 채 되지 않았다. 상위 두 편의 시장 점유율이 70%에 육박하던 예년의 추석 시장에 비하면 확실히 저조한 성적이다.
올해 박스오피스에서 흥미로운 대목은 외화가 극장가를 주도했다는 사실이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특히 상반기 시장 점유율이 한국 영화가 19.1%, 외화가 80.9%로 기울어졌다. 원래 한국 극장가가 한국 영화와 외화가 각각 절반씩 차지하는 시장임을 감안하면 놀라운 결과다. 외화 쪽에서는 워너, 디즈니 등 메이저 스튜디오들이 올해 초부터 침체된 극장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자사의 대작을 순차적으로 내놓았다. 1월에는 <소울>(204만 명), 5월에는 <분노의 질주 : 더 얼티메이트>(229만 명), 7월에는 <블랙위도우>(296만 명), 9월에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174만 명), <007 노 타임 투 다이>(122만 명), 그리고 10월에는 <듄>(101만 명)이 개봉하는 등 거의 매달 할리우드 영화들이 박스오피스를 주도하고 있다. 마블 신작인 <이터널스>는 개봉 일주일 만에 171만 명을 동원했고, 이제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이 12월 개봉한다. 외화가 줄줄이 개봉하는 덕분에 그나마 비수기 극장가가 버티고 있다. 최동훈, 박찬욱, 류승완, 윤제균 등 스타 감독이 일제히 컴백하는 2022년을 앞두고, 한쪽으로 균형이 기울어진 극장 산업이 원래대로 회복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극장가는 당분간은 외화의 선전에 기댈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올해 극장 산업을 정리하는 키워드이자 내년 산업을 전망하는 주요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글 | 김성훈(<씨네21> 기자)

 

웹툰 IP 전성시대
9월, 이동건 작가의 히트 웹툰 <유미의 세포들>이 김고은, 안보현 주연의 드라마 버전으로 드디어 공개됐다.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였기 때문에 TV로는 tvN에서 방영, 티빙에서는 TV보다 앞선 오전 시간에 먼저 풀리는 식이었다. 이 드라마의 관건은 웹툰에서 2D로 존재한 ‘세포들’이 실사 드라마에서 어떻게 구현되느냐였다. ‘사랑 세포’, ‘응큼 세포’, ‘감성 세포’, ‘패션 세포’ 등 인간보다 더 많이 등장한 세포들은 성우의 목소리와 함께 살아 움직이며 웹툰 고유의 분위기와 드라마가 잘 결합된 시도로 남았다. 하나의 브랜드가 된 이 웹툰이 일회성 드라마로 그치진 않는다. <유미의세포들>은 시즌 2와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된다.
올해 방영된 드라마 <나빌레라>, <모범택시>, <간 떨어지는 동거>, <이미테이션>, <알고 있지만> 등을 비롯해 공개 예정인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과 <지금 우리 학교는> 역시 웹툰이 원작이다. 최근 콘텐츠 사업자들은 단순히 한 작품의 판권을 사서 드라마화하는 게 아니라, 원천 IP를 선점하고 개발하는 데 몰두하는 분위기가 두드러졌다. 그것들을 가지고 여러 형태의 이야기로 전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네이버는 네이버웹툰과 더불어 ‘좌청룡 우백호’의 꼴을 갖추기 위해, 약 9천만 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인수했다. 카카오는 웹툰 플랫폼인 타파스와 웹소설 플랫폼인 래디쉬를 인수하고, 앞으로3년간 8500만 개에 달하는 IP 중 65개를 영상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콘텐츠 비즈니스를 하는 거대 기업들이 웹툰을 필두로 한 IP 사업에 얼마나 달려들고 있는지 와닿는 올해였다.

 

예능으로 연애하기
이별한 사이인 다섯 커플이 한집에 모여, 누가 누구의 ‘엑스’인지 모른 채 새로운 인연을 찾아간다(<환승연애>). 이별의 위기에 놓인 세 커플이 잃어버린 두근거림을 찾기 위해 같이 여행을 떠난다(<체인지 데이즈>). 올해 인기를 끈 리얼리티 예능들에서 단연 눈에 띄는 키워드는 ‘연애’ 혹은 ‘데이트’다. 그리고 파격적이라 할 수 있는 내용의 그것들이 태어난 곳은 지상파가 아닌 OTT나 종편 채널이다. <환승연애>, <체인지 데이즈>, <나는 SOLO>, <돌싱글즈> 등은 각자의 시청자층을 확보하며 회자됐다. 이 장르의 계보 위에 있는 <짝>이 결혼을 전제로 한 이들 간의 예의 차린 선자리 같았다면, 또 <하트 시그널>이 출연진 간의 ‘썸’과 로맨스 기류를 청춘 드라마처럼 담아냈다면, 플랫폼이 다양해진 지금은 기획부터 보다 과감하다. 남의 연애사 따위 훔쳐보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오은영 박사의 말마따나 ‘연애란 개인의 성격과 대인 관계 패턴이 차곡차곡 쌓인 상징.’ 앞서 말한 프로그램들에는 단순한 ‘짝짓기’보다 서로 다른 유형의 인간들이 얽히며 파생되는 장면들이 있다. 의도적인 남녀 표본이긴 하지만, 그걸 보며 시청자는 공감하고 감정 이입하거나, 동시에 인간과 연애 유형에 관해 한마디씩 얹으며 즐긴다. 12월 넷플릭스가 선보일 <솔로지옥>은 ‘무인도에 갇힌 남녀 10명의 데이팅 리얼리티 쇼’다. 관음적인 욕망에 기대는 저속함이 진할지, 한국형 오리지낼리티를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할 만하다.

 

올해의 구원투수, 오은영
정신과 전문의인 오은영은 10년 동안 방송된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를 통해 일찍이 양육자들 사이에서는 잘 알려진 아동 전문가다. 한때 아이들이 있는 집집마다 ‘생각하는 의자’를 두는 유행이 번진 것도 오은영의 코칭에서 비롯됐다. 양육 문제를 두고 조언을 듣는 대상은 성인인 부모이고, 그 부모에 대한 해석이 오가는 과정에서의 이야기가 양육자가 아닌 성인들의 귀도 사로잡았을 것이다. 요즘 그녀는 MC 신동엽과 함께 <미친.사랑.X>라는 방송에 출연해 사랑을 이유로 벌어진 범죄 심리를 진단한다.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에서는 육아와 가족 문제에 관한 코칭을 한다.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에출연한 연예인들은 오은영 앞에서 어린 시절의 상처나 심적인 문제를 토로한다. 한때 최고급 차를 사 모으며 플렉싱을 했다는 김준수는 오은영의 진단을 듣고, 어느 공개적 자리에서도 말한 적 없다는 동방신기 해체 즈음의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흘렸다. 오은영은 그런 존재가 됐다. <라디오 스타>나 <대화의 희열>에 출연해도 재밌게 경청하게 만드는 화술의 소유자. 내 문제의 실마리를 찾고자 귀를 쫑긋 세우게 만드는 전문가. ‘좋은 부모나나쁜 부모는 없다, 성숙한 부모와 미성숙한 부모가 있을 뿐’,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보다 자식이 부모를 훨씬 더 사랑한다’, ‘최선을 다한다는 건 결과에 대한 감정도 겪어내는 것까지’ 등등의 어록과 더불어 대찬 면모가 있는 캐릭터까지, 그 매력이란!

 

‘실검’이 사라졌다
2월 25일, 네이버가 ‘급상승 검색어’ 제공 서비스를 폐지했다. 만인의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에 PC로 접속했을 때 홈 화면 한쪽에 자리 잡고 있던 ‘실시간 검색어 순위’란이 사라졌다. 네이버는 검색 기능으로 쌓인 데이터가 ‘다양한 사용자들의 관심사’ 라는 정보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고, 해당 서비스를 2005년부터 시작했다. 검색 빈도가 얼마나 상승했는지에 따라 수집된 키워드를 보여주는 방식은 그동안 여러 차례 바뀌었다. ‘톱 10’에서 ‘톱 20’으로 노출되는 키워드의 가짓수가 늘거나, 순위 변화 추이를 그래프로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되거나. ‘실검에 특정 단어를 띄우기 위한 조작 세력’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자, 네이버는 이용자가 개별적으로 관심사를 설정하고 필터링할 수 있는 기능을 2019년에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여론과 민감하게 얽힌 이 서비스를 두고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거론되는 등 바람 잘 날이 없다가, ‘실검’은 결국 사라졌다. 다음(Daum)의 같은 서비스는 2020년 2월에 이미 종료된 상태였다.
일상이 바쁠 때면 ‘실검’은 내가 사는 시공간을 인지시켜주기도 했다. 하루만 인터넷과 거리를 두고 살아도 그사이 많은 일이 생기니, 영양가 없는 모 연예인 소식이나 각 지역에서 일어난 사건사고 소식 등등을 습관적이고 기계적인 클릭으로 빠르게 확인하며 나름 ‘세계’를 인식했달까. 짚고 싶은 건, 이 ‘실검’이 저널리즘 행태에 끼친 영향이다. 2000년대 초중반을 거치면서 국내엔 인터넷 뉴스의 시대가 열렸고, 최초의 특종이나 바이럴을 일으킬 만한 기사가 등장한 후 그 기사를 ‘받아쓰기’ 하는 식으로 양산된 무수한 뉴스가 검색 결과값을 채웠다. ‘급상승 실검’과 ‘비슷한 내용의 웹 기사’는 서로가 서로를 낳았다. 작년에 다음 측이 발표한 대로 ‘실시간 이슈 검색어는 이용자들의 자연스러운 관심과 사회 현상의 결과를 보여주는 곳이어야 하는데, 결과의 반영이 아닌 현상의 시작점이 돼버렸다.’ 네이버는 ‘풍부한 정보 속에서 능동적으로 나에게 필요한 정보를 소비하고 싶은 커다란 트렌드 변화에 맞춰’ 이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사라진 ‘실검’이 괜히 아쉽기도 하지만, 정보의 양적 팽창 속에서 우리는 매일의 피로 요소 하나를 제거한 것일지 모른다.

 

김순옥 VS 임성한, ‘지리멸렬함’을 둘러싼 두 작가
김순옥과 임성한 작가는 ‘막장’으로 자주 묶이지만, 스타일은 상극이다. 2014년 <왔다 장보리> 종영 후 김순옥은 “제 드라마엔 밥 먹는 장면이 안 나와요. 싸워서 밥상 엎는 장면은 나와도”라고 인터뷰했고, 임성한은 2015년 <압구정 백야>에서 “요즘 우리나라 드라마 맨 폭행, 납치, 감금 (중략) 그런 거 없인 못 만드나?”라는 대사를 쓴 적이 있다. 올해 시즌제 드라마로 맞붙은 두 작가가 과거에서 오늘로 서로의 드라마를 저격하는 데 이보다 알맞은 공격이 있을까. 사건 전개와 관계없이 먹는 장면을 집요하게 세공하는 것이 임성한의 드라마다. TV조선 <결혼작사 이혼작곡>(결사곡)에서는 불륜극의 대 이벤트인 삼자 대면 상황에서도 종업원에게 이미 주문한 소갈비 포장을 부탁하는 대사가 붙는다. 그리고 김순옥의 SBS <펜트하우스>는 임성한 드라마의 식사 장면만큼 폭행, 납치, 감금이 빈번했다.세계의 구성 요소가 언젠가 낡고 소멸하는 것이 예정된 운명이라면, 김순옥 작가는 파괴에 이르는 시간을 극단적으로 단축해 폭주의 에너지를 얻는다. 밥상은 엎어야 하고, 초고층 주상복합 헤라펠리스는 추락으로 시작해 완공 5년 만에 무너져내린다. 물리적인 파괴뿐만 아니라, 방금 던진 복선이 언제 실현될지 추측할 새 없이 곧장 터뜨리는 등, 극적 장치까지도 땔감으로 삼는 ‘순옥 월드’는 극 중의 죽음마저 파괴한다. “정말 죽은 거예요? 확실해요?” <펜트하우스> 시즌 3의 막바지, 헤라펠리스의 붕괴와 함께 주단태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은 하윤철의 말이다. 죽었다고 여겼던 사람들이 몇 번이고 살아서 복귀하고 단번에 처리되는 죽음이 오히려 찜찜할 정도라 시청자는 물론, 등장인물들마저 작가가 마련한 악인의 최후를 의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죽음마저 지리멸렬해진 이야기를 쓴 작가의 자기 풍자일까? 외도한 남편에게 만정이 떨어져 이혼을 요구하는 사피영과 이혼만은 막으려는 신유신의 지리멸렬한 대화를 리얼타임으로 보여준 <결사곡> 시즌 2의 12회는 올해 최고의 길티 플레저였다. 임성한 드라마를 즐기는 가장 큰 곤란은 인물들 간의 지리한 궤변이었는데, 그 말들이 상대를 우롱하고 자신을 변호하는 쪽으로 기민하게 돌아갈 때, 보편적인 ‘빡침’에 공감하게 된다. 보통 몇 번 옥신각신하다가 한쪽이 폭발하는 것으로 단축하는 기만의 풍경을 한 회분 방영 시간 전부를 할애해 펼친, 임성한만 가능한 차력이다. 글 | 유선주(TV 칼럼니스트)

 

현대미술계의 새로운 질서
2010년대 초중반, 침체 상태에 빠져 있던 한국 현대미술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주역은 일군의 1980년대생 미술인과 그들의 신생 공간과 신생 콜렉티브였다. 그들이 일으킨 바람은 2015~2016년에 분수령을 이뤘다. ‘이명박근혜 시대’의 9년 동안 축적된 분노가 세대 교체의 에너지원으로 작용했음은 자명했다. 2005~2008년 시기의 미술계는 어떠했나? 노무현 정권기의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증대한 유동성으로 인해, 또 유로화 시대의 미술 시장 과열로 인해 전례 없는 호황을 누렸던 바, 극단적으로 열탕과 냉탕을 오가는 모습에 다름 아니었다. 문제는, 그러한 극단적 패턴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팬데믹 상황에서 유동성 공급과 부동산 시장을 억제하는 정책의 복합 작용으로 인해 현대 미술계엔 돈이 넘치는 모습이다. 시장만 놓고 보면 그렇다. 중국에서 표현의 자유가 급격히 제한되면서, 또 홍콩의 민주주주의가 위기를 맞으면서, 국외 유수의 갤러리들이 서울에 지점을 열고자 애쓰고 있기도 하다. 한국의 소프트 파워가 상승하고 한국의 경제가 한 단계 더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거물급 화상들과 국제적 작가들이 다들 한국의 서울에 호기심 이상의 매력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뉴욕 타임스>의 홍콩 사무소 일부가 서울로 이전한 일은 일종의 신호로 작용했다.
페이스갤러리가 상당한 규모의 새 갤러리 스페이스를 마련하고 공격적으로 활동을 개시했고, 타데우스 로팍도 새 건물에서 나름 화려하게 출발했으며, 다소 어색한 모습이지만 갤러리 쾨닉도 쾨닉 서울을 열었다. 2022년 9월 2일 개막 예정인 ‘프리즈 서울’을 노리고 지점 개설을 추진하는 곳이 여럿이라고 하니, 격세지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잊으면 곤란한 점이 있다. 해외 갤러리의 서울 지점은 전속 작가의 작업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일에 열중할 뿐, 지역의 미술 발전에 기여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외되며 피해를 입는 쪽은 한국의 청년 작가들이다. 국제갤러리, 갤러리현대, 서미앤투스 등이 주도하던 시절엔 어쨌든 상당 지분이 한국인 미술가에게 돌아가는 것이 당연했다. 이제 그 구도가 왕창 깨졌으니, 해외 갤러리들에게 지역에 대한 책임을 다하라고 요구하고 비판하는 일이 시급하다.
삼성미술관 리움이 운영을 정상화하고, 약간의 미술 공간을 품은 삼탄의 송은문화재단 신사옥이 문을 열고, 서울공예박물관이 개관하고, 이건희전시관 건립 사업이 추진되는 등, 외형적으로 보면 한국 현대미술계에 활력이 넘치는 것만 같다. 그러나 다시 한번 현대 예술의 실험적, 비평적 본질은 망각되고 있고, 청년 미술가들은 크고 작은 이벤트를 통해 소모품처럼 활용되고 있다. 2005~2008년 시기의 흥청망청이 어떤 뼈아픈 파국을 야기했는지 다들 잊은 걸까? 글 | 임근준(미술 · 디자인 평론가)

 

@ ‘오마카세’는 왜 정답이 되었는가
안 그래도 ‘스시 오마카세’는 떡볶이가 점유한 만큼의 국민적 호감도와 지지도를 가진 외식 장르로 자리를 굳힌 차였다. 최고급 스시야에서만 누릴 수 있던 오마카세 형태의 서비스가 엔트리급, 미들급이라는 서브컬처로 성공적으로 분화한 덕분이다. 스시를 구성하는 재료와 인테리어, 기물, 위치 등 하드웨어를 합리화한 결과가 민주적 가격에 반영되었다뿐이지, 형식적으로는 40만원짜리와 4만원짜리가 사진상으로 그리 다르지 않아 보이는 것이 스시 오마카세 열풍의 핵심 원인이다. 이자벨 마랑이나 겐조가 프리미엄 스시 오마카세라면, 그들의 H&M 컬래버레이션이 엔트리, 미들급 스시 오마카세인 셈이다. 인스타그램을 거쳐 유튜브와 틱톡의 시대로 넘어오는 동안 외식 소비자들의 관심은 가성비나 맛, 접근성과 평판 같은 전통적인 외식 선택 기준과 결을 달리한 ‘비주얼’로 이동했다. 오마카세처럼 다양한 음식 사진이나 영상을 올릴 수 있고, 그 하나하나가 남들의 부러움을 살 수 있는 외식 형태가 몇 없다. 더구나 그 오마카세가 극악의 ‘스강신청’ 난도를 가졌다면 성공 후 그만큼의 보상이 ‘좋아요’로 돌아오니 도전의식을 부추긴다.
그리고, 팬데믹이 시작됐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외식업계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는 고비용의 교육을 받은 젊은 요리사들이 일단 취업하고 볼 대형 식당이나 일자리가 줄어든 것이다. MZ세대에 속하는 그들이 할 수 있는 선택은 말도 안 되는 위치에 작은 식당을 최소 비용으로 차리는 것이었다. MZ세대에 속하지 않은 요리사 A의 말에 따르면 “고생하며 일을 배우는 인내심이 없고, 요리사로 유명해지거나 식당을 크게 키우는 데에도 관심이 없으니, 할 줄 알고 하고 싶은 일을 적당히 하며 퇴근 후 개인 생활을 즐기고 부동산이나 주식, 코인에 투자하는 것이 더 나은 인생이라고 믿는” MZ세대 요리사 다수의 성향도 작은 식당의 군소 독립 시대를 앞당겼다. 팬데믹 덕분에 “조금만 인지도를 쌓은 후 HMR(가정간편식)로 추가 수익을 만들면 되는”, 역시 A가 지목한 환경 변화도 그들의 독립 용기에 힘을 보탰다. 10석이 넘기 힘든 작은 규모의 식당에서 오마카세는 최대 효율을 뽑아낼 수 있는 서비스 형태다. 주방과 좌석을 오픈 키친과 바로 구성하면 이론상 오너셰프 혼자서도 요리와 서비스를 동시에 할 수 있다. 영업 제한으로 짧아진 영업시간을 극복하기에도 좋았다. 저녁 6시에 1부, 8시에 2부를 운영하면 디너 2회전이 되니까. 오마카세는 식당이 의사결정 주체가 되기에 매일 예약만큼만 재료를 준비하고, 정해진 순서와 속도로 식사를 진행한 후 디저트의 달콤함에 기분이 최고조에 이른 손님들이 모두 정확히 퇴장하니 경영의 불확실성 리스크도 제로에 수렴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정해진 비용으로 여러 음식을 조금씩 아주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으니 이건 서로가 이득인 ‘윈윈 게임’이다.
그리하여 이제 뭐든지 ‘오마카세’다. 전 같으면 ‘세트’나 ‘코스’라고 불렀을 것까지 모든 것이 오마카세가 되었다. 생면 파스타나 야키토리, 한식 디저트 트렌드가 모두 오마카세 트렌드와 결합해 시너지를 내고 있고, 보양식이나 스페셜티 커피에까지 오마카세가 등장했다. ‘예약 헬’로 악명 높은 식당들에 아무리 전화해도 예약에 성공한 적이 없어, 문득 의심한다. 어쩌면 못 가서 사람을 애타게 하는 것이 오마카세 인기의 근본 이유는 아닐까? 그러다 한번 예약에 성공하면 무의식적인 보상 심리가 모든 것을 최고로 미화해버리는 것 아닐까? 또, 누군가는 최고로 미화된 나의 포스팅을 보고 애타하는 먹이사슬 세계관에 우리 모두 빠져버린 것은 아닐까? 글 | 이해림(푸드 라이터, 푸드 콘텐츠 컴퍼니 ‘포르테’ 디렉터)

 

레트로 유감
레트로 열풍이 점점 과거 그 자체를 탐하고 있다는 인상이다. 과거의 스타일을 가져와 새로운 노래를 만들기보다, 과거의 노래를 가져와 새롭게 해석하기보다, 그저 과거의 노래를 그대로 가져오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거다. 그래도 수요는 확실한 것 같다. 요즘 멜론 차트의 100곡 중 10곡을 넘나드는 게 리메이크곡이다. 레트로가 나쁜 건 아니다. 자신이 겪어보지도 않은 과거를 진심으로 향수하는 듯한 모습의 젊은 세대를 보면 의아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개중에는 ‘90년대의 미감을 뭘로 보느냐’ 싶을 정도로 엉성한 경우도 없지는 않다. 그 모든 게 헛되다고 할 순 없다. 이국주의(Exoticism)의 시선으로 과거를 대상화해 바라보고, ‘쓸 만한 것’을 주워다 낄낄거리며 현재화하는 건 ‘다음 세대’의 특권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레트로를 말할 때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맥락이 있다. K팝이 지하에서 자생한 문화가 아니라 방송국과 기획사의 ‘탑 다운’ 방식으로 이뤄졌듯, 한국의 주류 문화는 대체로 40~50대의 손으로 만들어져 10~20대에게 하달된다는 점이다. 젊은 아티스트가 퍼폼한다고 한들 그 뒤에는 기획부터 제작, 방송까지 모든 과정에 ‘어른들’의 취향과 결재가 깔려 있다. 이들에 의한 레트로가 좀 지나치게 넘쳐난다면 색안경을 낄 이유는 충분하다. 아저씨들이 ‘라떼’를 들먹이는 건, 감히 말을 끊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자신의 과거에 공감하고 동참하길 강제하기 위함이다. 이들이 시도하는 레트로는 거위의 목구멍에 음식을 부어 넣어 푸아그라를 만들 듯, 젊은 세대에게 과거를 쑤셔 넣는 일이다. 과거를 새로운 것으로 바꾸는 게 아니라, 젊은 세대를 과거 인간으로 바꿔놓고는 이를 ‘현재화’라 감히 일컫는 것이다. 그렇게 다음 세대, 또 다음 세대가 차례로 자신의 추억에 취하면서, 젊은 세대에게 자신들의 유년기를 주입하는 것이다.
후일 젊은 세대가 2021년으로 레트로를 하려 할 때, “아무튼 옛날 것들을 아무렇게나 널어두었더라” 외에 건질 것이 조금은 있을까? 이미 1980년대를 자신의 추억이라 믿고 살아가는 세대라 별로 상관은 없을까? 지나친 이야기처럼 들린다면, 나는 오늘 동네 미술학원 앞에서 연탄불에 달고나를 굽는 그림을 보았다. 제목은 ‘추억의 달고나’, 그린 이는 초등학교 2학년. 아이에겐 다른 추억도 있을 테고, 그것을 그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선을 모르고 유년기 퇴행을 즐기는 어른들만 없었다면 말이다. 다음 세대에게 공허한 부조리만 넘겨주려는 자들에겐 선배 세대가 될 자격이란 없다. 글 | 미묘(<아이돌로지> 편집장)

 

싸이월드의 약속
5개 회사가 공동 설립한 ‘싸이월드제트’라는 곳에서 기억 저편의 싸이월드를 새롭게 재개, 운영한다는 소식을 알린 건 지난 2월. 심폐소생을 거쳐 부활한 싸이월드는 요즘 트렌드를 장착한 채 다시 돌아올 모양새였다. ‘증강현실을 접목한 미니미’와 함께. 3200만 회원의 데이터베이스를 복구했다는 장한 소식, 3월 웹 서비스를 먼저 오픈한다는 예고가 있었다. 이후 수정된 일정은 웹과 모바일에서 동시 오픈한다는 5월로, 복구된 사진과 게시물과 BGM을 확인할 수 있다는 7월로, 다시 보안 강화를 위해 8월로, 자꾸만 미뤄졌다. 10월 15일 드디어! 문을 연 싸이월드에서 가능한 건 로그인과 내가 업로드한 사진 및 게시물 수, 대문사진 한 장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전부다. 주황색 글씨로 된 문구가 대단한 일 해냈다는 듯 반겨준다. ‘싸이월드 로그인에 성공했어요!’ 그사이 싸이월드는 ‘싸이월드 BGM 2021’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과거 BGM으로 인기 있었던 100곡을, ‘MZ 세대가 좋아하는’ 가수들이 리메이크한 음원으로 발표했다. 부활한다는 싸이월드는 부활하지 않는데, ‘라이브 커머스나 자발적 PPL 플랫폼으로 만들어 이용자가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을 구상 중’이라는 대표의 인터뷰나 ‘싸이월드, 비트코인 테마주’ 같은 이야기만 떠돈다. 이용자로서는 다시 꺼내볼 수 있다니 반갑기도 한 과거의 무엇을 그저 확인해보자는 것뿐인데, 또 누군가는 오픈과 동시에 누가 들여다볼세라 그 과거를 모두 비공개 처리할 생각으로 마음의 준비 중인데, 싸이월드에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12월에 정식 오픈한다는 예고는 지켜질 수 있을까? 언제 오픈을 하든 그건 그 회사의 사정이고, 양치기 소년처럼 구는 일만 없었으면 좋겠는데 말이다.

 

킹받네’
‘킹받네’는 올해 온라인상에서 가장 자주 쓰인 신조어일 것이다. 물론 신조어란 일부 커뮤니티나 집단에서 주로 사용되기 시작해 널리 퍼지기까지 시간이 걸리므로, ‘킹받네’ 역시 올해 불현듯 나타난 말은 아니다. 신조어가 표준어로 등재되기까지의 7단계 과정 중 3, 4단계인 ‘확산’과 ‘정착’ 즈음에 해당하는 정도일까? 뜻을 두고 복합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해석도 더러 있으나 한마디로 그냥 ‘열받네’와 비슷하다. 인터넷상에서 밈으로 퍼지기 시작한 신조어의 유래를 딱 부러지게 밝히긴 힘든 일이지만, ‘킹받네’의 발원지로 많은 사람들이 지목하는 곳은 웹툰 작가 이말년이 ‘침착맨’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트위치 스트리밍 방송이다. 침착맨이 방송 중 ‘열받네’, ‘열받게 만듭니다’ 같은 표현을 자주 썼고, 댓글에서 이미 유행처럼 사용되던 ‘킹’을 합체한 ‘킹받네’가 베리에이션으로 등장하며 점점 퍼지기 시작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킹’에 대해 추적하자면 200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한 WoW 게임 유저가 닉네임에 ‘킹왕짱’이라는 표현을 썼고, 좋은 말은 다 갖다 붙인 이 용어가 커뮤니티에서 조롱 비슷하게 회자되면서 ‘킹왕짱’이 널리 퍼졌다. 여기서 90년대의 잔재인 ‘왕’이나 ‘짱’보다는 임팩트 있고 짧은 한 음절짜리 말로 ‘킹’이나 ‘갓’이 애용되기 시작한 것 아닐까? ‘킹리적 갓심(합리적 의심)’, ‘킹정(인정)’, ‘킹갓’ 등으로 쓰이는 ‘킹’은 과거 무언가를 강조하기 위해 부사나 관형어 격으로 ‘왕과 ‘짱’을 붙이던 방식이나 접두사 역할과도 다르다. ‘열받네’가 ‘킹받네’ 되듯, 최근의 신조어 경향은 맥락 없이, 혹은 누군가의 순간적인 ‘드립’에 의해 단어와 단어가 합성된다. 과거 신조어의 다수는 DC인사이드 갤러리에서 파생된 것이었지만, ‘킹받네’의 시작이 ‘스트리머’인 침착맨과 실시간 댓글 문화였다는 점도 ‘시대정신’을 말해주는 듯하다. 맥락 없는 구조로 완성된 신조어를, 잘 알지도 못한 상태에서 맥락 없이 드립 쳤다가는 뇌절의 아이콘이 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단 하나의 질문
끝은 곧 새로운 시작.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2021년에 남은 것과 남길 것>에 참여한 각 분야 필진과 <더블유> 피처팀이 ‘그 사람’에게 던지고픈 하나의 질문을 남겼다.

 

드라마 PPL 많이 하는 업체 대표님들에게. 극 중 뜬금없이 등장하는 PPL이 웃기지 않나요? 자사 제품이 주인공 얼굴보다 크게 단독 샷으로 잡히면 흐뭇할까? 그렇다면 그들은 타사 PPL에는 빵 터질까? 복수에 눈을 희번덕거리던 인물이 주문하는 신제품 딸기 스무디가 황당하지 않나? 50km 떨어진 체인점에서 사온 샌드위치는 그럴싸한가? 대표님들 보기엔 어떤지, 솔직한 의견이 궁금하다. – 유선주(TV 칼럼니스트)

 

국립현대미술관 윤범모 관장에게. 국립현대미술관을 이끌며 아래 중대 과제를 숙고해본 적이 있습니까? 세계의 주요 현대미술관들은 미래 사회의 가치에 부합하는 모습으로 거듭나고자 나름의 개혁을 시도하고 있으며, 이는 시민사회의 매서운 비판을 의식한 결과이기도 하다. 가장 중요한 이슈는 다음과 같다. 첫째, 21세기 진보의 가치에 맞춰 미술관의 철학적 정의를 새로이 하는 숙업. 둘째, 단선적 역사관에서 벗어나 다중적 미술사를 소장선으로 포괄하고 그를 연구해 대안적 양태를 인류 사회에 제시하는 임무. 셋째, 다양한 공동체와 그들의 기억을 존중하고 여성, 소수자,
이민자 등 다양한 주체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과제. 넷째, 환경 위기에 맞서 지속가능성을 탐구하고 그를 미술관의 전시와 소장선과 운영 전반에 적용하는 문제. 나날이 발전하는 한국의 문화 예술 역량에 맞춰 한국의 주요 미술관들은, 아시아와 세계 속에서 어떤 역할과 책임을 지게 될 것인가? – 임근준(미술 · 디자인 평론가)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대표에게. 넷플릭스코리아 재무제표를 보니 한국에서 벌어들인 수익의 상당수를 본사로 보내던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넷플릭스가 조세 회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넷플릭스는 한국 시장에서 스트리밍으로 벌어들인 수익의 70%(1221억원)와 77%(3204억원)를 2019년과 2020년에 각각 미국 본사에 지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 김성훈(<씨네21> 기자)

 

‘아리아께’와 ‘아루히’와 ‘야키토리 파노’와 ‘바위 파스타 바’와 ‘페리지’를 모두 가본 분들에게. 예약 성공하는 비결 좀 알려주실래요? 최고의 스시 경험이라는 신라호텔 ‘아리아께’를 모리타 셰프의 칸막이 너머, 런치와 디너 모두 3만원대로 스시를 즐길 수 있다는 여의도의 ‘아루히’,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등 푸드 인플루언서들이 다녀가며 예약 난이도 극악이 된 로데오 거리의 ‘야키토리 파노’, 파스타 테이스팅 코스의 만족도가 어마어마하게 높다고 하는 성수동 ‘바위 파스타 바’와 삼성동 ‘페리지’는 모두 내가 예약을 포기한 식당이다. – 이해림(푸드 라이터, 푸드 콘텐츠 컴퍼니 ‘포르테’ 디렉터)

 

정신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님에게. 방송 활동이 힘드실 것 같은데 박사님이 지치면 누구한테 상담을 받나요? 솔루션 방송이 인기를 얻으면서 백종원 대표, 이수정 교수, 강형욱 훈련사 같은 전문가들이 방송 크레딧을 많이 차지하고 있다.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 <금쪽같은 내새끼>, <미친.사랑.X>, <우리 연애가 달라졌어요>, <등교전 망설임> 등 오은영 박사 역시 요즘 가장 다작을 하는 전문가다. 수많은 사람의 상담을 들으며 촬영을 병행하다보면 지칠 수 있을 텐데 어떻게 스트레스 관리를 하는지 궁금하다. – 복길(칼럼니스트)

 

러블리즈의 음악적 색깔을 정립한 윤상 프로듀서에게. 앞으로 아이돌과 또 작업해주실 거죠? ‘전자 음악’과 ‘서정성’이 한 몸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일찍이 증명한 음악인. 여기에 유려한 멜로디까지 구사하는 작곡자. 윤상은 러블리즈를 프로듀싱하며 데뷔 때부터 함께했다. 러블리즈는 윤상이 선호하는 맑고 깨끗한 보컬이 가능한 팀이었고, 이 조합으로 청순하고 몽상적인 댄스 음악이 태어났다. 5월 여자친구에 이어 11월엔 러블리즈가 사실상 해체를 발표했다. 놀란 마음 진정하고 보니, 윤상이 만들어내는 K팝이 그리워질 것 같다. – 권은경(<더블유> 피처 에디터)

 

메타버스 등에 열중하시는 K팝 기획사들에게. 혹시 ‘K팝 이후’를 먼저 준비하시는 건 아니겠지요? 점점 더 성장하는 K팝을 바라볼 때 늘 조마조마한 기분이 있다. K팝이 세계적 주류로 안착할지는 기대 섞인 미지수다. 혹시 세계 시장에서의 붐이 사라진다면, K팝은 ‘자생’할 수 있을까? 마침 팬데믹이 지각을 뒤흔드는 시대, 이 산업을 이끄는 이들의 눈은 어느 쪽을 가장 많이 보고 있을까? 붐을 연장하기? 혹은 붐이 사라진 뒤에도 살아남기? 우리는 당연히, 어떤 경우에든 지금과 같은, 혹은 더 높은 퀄리티의 K팝을 즐기고 싶다. – 미묘(<아이돌로지> 편집장)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 한문철 선생님에게. 만약 개인 운전기사를 고용한다면, 초보 운전자와 음주운전 경력자 중
누구에게 운전대를 맡기시겠어요? 안철수가 쏘아 올린 “음주 운전자와 초보 운전자 대선 레이스” 발언을 이재명이 굳이 응답하고, 이를 다시 야당이 거세게 받고, “안철수는 그럼 면허취소냐?”라는 비방까지 가세해, 가만히 있던 초보 운전자와 음주운전 경력자들만 어리둥절하게 됐다. 어느 한쪽 손을 들어주려 꺼낸 질문이 아니다. 안 그래도 ‘최선보다는 차악을 뽑는 대선’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마당에 돌아가는 모양새가 여러모로 안타까워서 하는 얘기다. 어쨌든 ‘정치는 정치에’, ‘교통은 교통에’라는 정신에 입각해 TBS 교통방송에 묻고 싶으나, 그곳도 바람 잘 날 없으니 깔끔하게 한문철 선생님에게 물어본다. 몇 대 몇? – 정시우(칼럼니스트)

 

테슬라 자동차의 일론 머스크에게. 어느 별에서 오셨나요…? 트위터에 쓴 그의 한마디 한마디가 기사화된다. 그 정도 힘을 가진 사람이, 그렇게 생각없이 말 뱉는 경우를 나는 정말 처음 본다. 만우절 농담으로 ‘테슬라 파산했음!’ 이라고 하질 않나.큰 힘에 책임은 따르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예시랄까? 일론 머스크는 브레이크 없는 마이크. 네트워크에 맘대로 던지는 토크…. – 이요훈(IT 칼럼니스트)

 

<이터널스>를 연출한 클로이 자오에게. <노매드랜드>를 연출한 당신은 어디로 갔나요? 정말 타노스와 동기 맞나?
데비안츠 한 마리 못 잡아 우왕좌왕하는 우주 영웅들, 인류의 시작부터 현대까지 긴 시대를 관통하면서도 아무 구심점 없이 칠렐레팔렐레 흩어지는 서사.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한 <노매드랜드>에서 보여준 클로이 자오의 역량이 보이지 않는 안타까운 작품, <이터널스>. – 이예지(프리랜스 에디터)

 

<스트릿 우먼 파이터> 최정남 PD에게. 다음으로 주목하는 서브컬처는 무엇인가요? <쇼미더머니>가 시즌 10까지 이어올지 누가 알았을까. 이제 <쇼미더머니>를 두고 힙합 특유의 문화적 맥락을 훼손시키는 방송이라느니 운운하는 것은 구시대적이랄까.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둘러싼 논란도 이와 비슷했다. 스트릿 댄스라는 서브컬처를 왜곡한, 그 단면을 쇼비즈니스 장치로 ‘써먹은’ 방송에 불과하다는 시선. 하지만 백 댄서에 머물던 이들이 세상에 나오고, 그들이 보란 듯 제 실력을 보여주고, ‘코레오그래피’라는 낯선 단어도 유행어처럼 불리게 된 것은 전부 방송 덕이었다. 우리가 미처 몰랐던, 하지만 금세 우리를 흥분시킬 또 다른 세계가 벌써 궁금하다. – 전여울(<더블유> 피처 에디터)

 

문재인 대통령님에게. 대중음악 공연은 언제쯤 정식 공연 취급을 받을 수 있나요? 코로나19 이후, 대중음악 공연 및 페스티벌은 2년여에 가까운 시간 동안 단 한 번의 정상화도 없이 줄곧 파행 운영되어왔다. 뮤지컬, 클래식, 국악, 연극 등은 정식 공연으로 인정받는 반면, 대중음악 공연은 집합·모임·행사로 구분된 거리 두기 지침 때문이었다. 시국이 나아져 조금씩 사정이 나아지고 있지만, 대중음악에 대한 실질적이고 법제적인 변화 없이는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다시 반복될 수밖에 없는 예정된 비극일 뿐이다. 세계로 뻗어 나가는 K팝에 보내는 박수갈채 뒤에, 수많은 공연 업계인들의 고통과 신음이 있었음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 김윤하(음악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