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유 11월호 '정동원' 화보 & 인터뷰 | 더블유 코리아 (W Korea)

소년은 자란다 [정동원]

2021-10-27T22:25:58+00:002021.10.28|FEATURE, 피플|

 <미스터 트롯> 이후 정동원의 키는 19cm 자랐다. 진성의 ‘보릿고개’를 구성지게 부르던 정동원은 지금 지디와 박효신의 노래를 흥얼거린다. 이 소년에게 어떤 성장 세포들이 꿈틀거리고 있을지, 아무도 단정할 수 없다. 

감색 니트 스웨터와 모자, 검정 모직 팬츠는 모두 마크 제이콥스 제품.

<W Korea> 오늘 동원 군을 보고 정말 놀랐어요.

정동원 왜요, 왜요?

 

지디를 보는 것 같았어요. 패션에 대한 관심도 그렇고, 카메라 앞에서 자유롭게 포즈 잡는 것도 그렇고요.

교복 광고를 찍은 적은 있지만, 이렇게 스타일리시한 옷을 입고 사진 촬영한 건 처음이에요. 이런 거 해보고 싶었어요.

 

어른처럼 트로트 곡을 부르는 모습이 익숙한데 정동원 안에 그런 끼가 내재돼 있는 줄 미처 몰랐어요. 패션에 관심이 많나요?

네. 트레이닝복을 입을 때도 평범하지 않게 입고 싶어요. 바지 끝단을 좀 올려서 이렇게 양말이 많이 드러나게 입기도 해요. 디테일이 다른 걸 좋아하고요. 여름옷은 부담 없이 좀 저렴한 걸 많이 사고, 겨울에는 질 좋은 스웨터나 카디건 같은 것을 찾아요.

 

쇼핑을 현명하게 하네요. 오늘은 여기 오기 전에 어떤 시간을 보냈어요?

학교에서 시험을 봤어요. 중간고사 기간이거든요. 그런 다음 tvN <라켓보이즈>라는 예능 제작 발표회에 참석했고요.

 

어떤 과목 시험을 봤죠?

과학이랑 국어요. 점수가 잘 나오진 않을 거예요(웃음). 제가 공부는 잘 못해요. 노래에 비하면 공부에는 그렇게 흥미가 없어요.

 

작년 하반기에 전학 갔으니, 1학년 2학기 때부터 지금의 선화예중에 다녔겠네요. 새로운 학교생활은 어때요?

처음에는 불편할 것만 같았는데 같이 음악 하는 친구들이라 그런지 말도 잘 통했어요. 한 일주일 만에 친구들 이름 다 외우고 서로 편하게 대하게 됐어요.

 

선화예중이면 우리나라에서 예술적 재능으로는 최고인 또래들이 다 모여 있잖아요. ‘트롯 영재’ 소리 들은 정동원 정도면 그 안에서 어떤 수준인 거 같아요?

솔직히 말하면 제가 어느 정도는 하겠지만, 클래식 학교이다 보니 그 부분에서는 아무래도 아직 약하죠. 제 노래는 성악하고는 다르고요. 저는 학교에서 색소폰을 해요.

 

입학할 때 시험을 색소폰으로 봤죠? 그동안 방송에서 색소폰 실력을 보여주기도 했고, 정동원이 선화예중 최초의 색소폰 주자라면서요.

네, 저는 악기로 입학했어요. 목관으로 분류되어서 클라리넷 하는 친구들이랑 합주도 하고 그래요. 앗, 잠시만요. 상욱이 형한테 영상 통화가 걸려왔어요! 저 이 전화 좀 받아도 되나요?

 

얼른 받으세요! (2분 정도 통화를 나눈 후) 펜싱의 오상욱 선수인가요? 그 형이 바로 지난달 <더블유> 화보 커버 모델이었던 거 알아요?

네, 제가 형 인스타에서 화보 사진 보고 놀랐잖아요. 상욱이 형이랑은 요즘 <라켓보이즈>를 함께 하고 있어요.

화가 피터 도이그의 그림 문양이 있는 크림색 니트, 감색 팬츠는 디올맨 제품. 벨트는 에디터 소장품.

10월 11일에 첫 방송을 하죠. 어떤 내용인가요?

국가대표 선수였던 이용대 감독님과 배드민턴을 좋아하는 연예인들 동호회가 도전하는 이야기예요. 오상욱 형, 양세찬 형, 윤두준 형 등등 여러 사람이 참여하는데 예능이긴 하지만 장난이 아니에요. 앞으로 대회에도 나갈 거예요. 내일도 만나서 같이 연습해요.

 

<뭉쳐야 찬다>나 <골 때리는 그녀들>처럼 진심으로 스포츠에 임하는 거군요? 원래 배드민턴을 좋아했어요?

고향인 하동에서 살 때는 축구 하는 걸 좋아했는데, 서울에서는 뛰어놀면서 운동할 만한 실외 장소가 마땅치 않더라고요. 지금 사는 동네에 실내 체육관이 있어서 가끔 갔어요. 거기서 배드민턴을 자주 하다 보니 점점 재미를 붙였고요. 장비도 마련하면서 빠져들던 차에 섭외를 받았어요. 이용대 감독님한테 배울 수 있다니 정말 영광이에요.

 

앞으로 비는 시간이면 배드민턴 연습에 매진해야겠고, 11월이면 정동원의 첫 번째 정규 앨범이 나오죠. 지난 5월에 ‘내 마음속 최고’라는 경쾌한 싱글을 발표한 이후 앨범 작업을 쭉 했겠어요.

지금 60%는 마무리된 거 같아요. 정규 앨범이라 곡이 많아요. 정통 성인가요도 있고, 발라드 느낌이 섞인 것도 있고…. 조영수 작곡가님이 타이틀곡 작업을 해주셨어요. 아직은 제가 작사 작곡에 참여할 능력까지는 갖추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해야죠. 저는 앞으로 할 날이 많잖아요.

 

열다섯 살에 대한민국 어른들이 다 아는 유명한 가수로 사는 기분은 어때요?

좋은 점 반, 안 좋은 점 반이에요.

 

일단 좋은 점은 뭔데요?

사랑을 받고 있다는 거요. 유명 작곡가분들에게 곡을 받고, 이렇게 화보도 찍고, 이런 기회가 저한테 어떻게 오겠어요?

 

안 좋은 점은요?

친구들과 노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며 살 수 없고, 아무래도 또래에 비해 자유롭진 않죠. 그 점 때문에 좀 힘들 때도 있지만, 그런 생각도 다 이 나이 때라서 하는 거 같아요.

 

밖에 돌아다니면 사람들이 많이 알아보나요?

네. 가릴 데 다 가려도 희한하게 알아보세요. 제 목소리를 들으면 ‘정동원이다’ 하고 아시겠대요. 숨길 수 없는 특이한 목소리를 가졌다고도 하시고요.

페이즐리 무늬가 있는 맨투맨 티셔츠는 엑스베슬, 안에 입은 티셔츠는 릭 오웬스 제품. 스냅백은 에디터 소장품.

춤은 배워서 잘 추는 건가요? 아까 웨이브를 하는 모습이 범상치 않았어요.

레슨을 받은 적은 없어요. 그런데 요즘 가끔 몸을 움직이면 주변에서 춤 연습하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최근에 ‘내가 이런 걸 어떻게 할 줄 알지?’ 생각해봤어요. <사랑의 콜센타> MC였던 붐 삼촌이 춤을 굉장히 잘 추시거든요? 제가 그 방송을 1년 넘게 하면서 붐 삼촌 춤을 계속 봤어요. ‘와’ 소리가 나올 정도여서 다시보기로 여러 번 돌려본 적도 있고. 그 영향을 받았나 봐요. 그냥 느낌 가는 대로 춰보곤 해요.

 

짐작했던 것보다 키도 커요. 한창 키가 크는 중인가요?

처음 <미스터 트롯>에 나갈 때는 146cm인가 그랬어요. 지금은 165cm가 넘어요. 1년 10개월 만에 엄청 컸죠? 팬들이 ‘동원이 성장 과정’이라는 주제로 옛날부터 최근까지 모습을 쭉 모아준 영상을 보면, 마지막에 제가 봐도 아예 다른 사람이 있어서 깜짝 놀란다니까요? 젖살도 많이 빠졌어요. 2차 성징이 시작되고부터 ‘역변’ 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금 나이 때부터 관리를 잘해야 한다고 들었어요.

 

예를 들면 어떤 관리를 해야 할까요?

뭐, 전에는 여드름을 그냥 손으로 짰다면 이제는 함부로 안 짜요. 시간 있으면 마사지도 받고요. 집에 있는 시간이 많으면 솔직히 잘 안 씻고, 얼굴에 기름이 잘 진단 말이에요. 그런데 요즘은 계속 스케줄이 있을 때라 열심히 잘 씻었더니 여드름이 별로 없는 상태예요.

 

‘중 2병’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중 2로서 그 유명한 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중 2라고 해서 꼭 중 2병을 겪는 건 아닌가 봐요. 저는 그런 게 없어요. 반항하고 싶은 맘이나 어른들과 일하면서 이해되지 못할 것도 별로 없고요. 아마 앞으로도 저에게 사춘기는 없지 싶어요.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시간이 많거나 학업 외에 딱히 할 일이 없다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는 일상이 바쁘잖아요. 사춘기가 올 틈이 없죠.

 

변성기는 언제부터 왔나요?

작년 초부터? 원래는 음을 ‘솔’까지 냈다면, 이젠 ‘파#’이 나오는 식으로 반음씩 떨어지고 있어요. 변성기에 1부터 5까지 단계가 있다고 치면 지금은 2에서 3으로 넘어가는 정도의 시기예요. 갑자기 1에서 5로 확 변하는 경우도 있다는데 저는 아주 서서히 변하고 있어서 다행이에요. 변성기가 오니까 저음이 더 안정적으로 나오기도 해요.

 

아하, 베이스 톤을 더 그럴싸하게 구사할 수 있게 됐군요? 트로트를 부를 때 더 성숙한 소리를 낼 수 있겠네요.

맞아요. 낼 수 없던 음을 낼 수 있게 됐어요. 예전에는 카랑카랑한 목소리를 막 내지르며 사용하기도 했다면, 이젠 그렇게 질렀다가는 목이 상하니까 발성을 더 신경 쓰죠. 변성기는 성대가 길어지는 시기거든요. 이 시기에 맞춰 목소리를 잘 써야 변성기를 원활히 거치는 데 도움이 된다더라고요. 여러 면에서 전보다 안정적인 방향으로 변해서 지금이 더 마음에 들어요.

오버 사이즈 진회색 니트와 팬츠는 제냐, 신발은 보테가 베네타 제품.

혹시 ‘심금을 울리다’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아세요?

마음을 울린다는 뜻 아닌가요?

 

<미스터 트롯>에서 ‘보릿고개’를 열창했을 때, 그 곡의 원가수인 진성 씨가 노래를 들으면서 눈물을 흘렸어요. 그 무대를 본 많은 시청자가 놀랐죠. 보릿고개에 대한 설명을 처음 누구한테 들었어요?

돌아가신 할아버지한테요. 아주 옛날에 어린 시절을 겪은 분들이라면 다 안다고요.

 

‘아야 뛰지 마라 배 꺼질라’ 같은 가사는 정말 살기 어려웠던 시절에 아이를 보는 어른의 마음이 담긴 표현이거든요.

그런 노래를 부를 때 사실 제가 가사를 해석하면서 부르지는 못해요. 보릿고개의 뜻은 알지만, 제가 해석까지 해서 곡을 소화하기에는 어리잖아요. 어떤 상상을 하면 그렇게 노래를 부를 수 있는지 묻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 노래를 할 때 저 사실 별생각이 없었어요. 무슨 생각을 해서가 아니라, 노래를 부르고 있으면 그냥 뭔가가 자연스럽게 나와요. 저도 신기한 일이에요. 저뿐 아니라 <미스터 트롯>이나 <미스 트롯>에 출연한 저보다 어린 친구들도 마찬가지일걸요?

 

태진아 씨가 그러더라고요. 트로트를 잘 구사하는 어린 친구들이 한이 있어서 그 감정을 잘 소화하는 게 아니라, 타고난 재능이 있는 데다 무수히 연습한 결과라고요.

정확한 말씀 같아요. 저도 한 무대를 위해서 엄청나게 연습해요. 특히 <사랑의 콜센타>를 하면서 수많은 노래를 불렀으니 그만큼 연습 시간이 쌓였죠.

 

<미스터 트롯>에 출연하기 전부터 노래 자랑 대회나 행사에 나가고, 하동에서는 스타였잖아요. 정동원과 트로트 사이에 어떤 연결 고리가 있었을까요?

어릴 적부터 할아버지와 차를 타고 다니면 할아버지가 늘 트로트 음악을 틀어놓으셨으니까 그냥 익숙해졌어요. 색소폰은 작은할아버지 댁에서 처음 보고 관심 갖기 시작해서 동네 행사에 다니며 불었는데, 그런 자리에서는 클래식을 연주하면 좀 소외당하는 것 같았어요. 관객 대부분이 어르신이었거든요. 어르신들한테 들려드리려고 자연스럽게 트로트를 조금씩 익혔어요. 물론 처음에는 잘 못했죠. 하다 보니까 실력이 늘더라고요.

 

지금 정동원은 트로트를 사랑한다기보다는 음악을 사랑하나요? 아니면 아직은 ‘그래도 트로트’인가요?

제가 트로트로 유명해지고 사랑을 받고 있으니, 트로트를 가장 좋아하긴 해요. 하지만 이제는 하나만 잘해서는 안 되는 시대 같아요. 언젠가 다양하게 소화하고 싶어요. 발라드, 뮤지컬 같은 분야까지도요. 뮤지컬을 정말 좋아해서 김준수 형 무대도 자주 보러 다녔어요.

 

저는 오늘 그 가능성을 충분히 본 것 같아요. 왜 ‘느낌’ 이란 게 있잖아요. 동원 군에게서 배어나오는 여러 느낌을 봤답니다. 박효신의 노래를 자주 흥얼거리던데, 그를 좋아하나요?

신이 내린 목소리를 가진 분이에요. 그 목소리는 아무도 따라 할 수가 없어요. 어느 순간 발성과 창법을 완전히 바꾸신 것도 대단하고, 그 후 뮤지컬까지 점령하셨어요. 제가 가장 존경하는 가수는 아마 죽을 때까지 변함없이 ‘박효신’일 거예요.

 

정동원은 어떤 꿈을 품고 있어요?

제가 가수 활동한 지 2년 정도 됐어요. 스물다섯이면 12년 차 가수, 서른다섯 살엔 22년 차 가수가 돼요. 그런 생각을 하니까 한편으로는 살짝 징그럽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워낙 빨리 시작한 터라 젊은 나이에도 연차가 높은 사람인 거잖아요. 연차만 쌓이면 뭐해요? 그만큼 실력이 있어야 해요. 10년이면 강산도 바뀐다고 하는데, 10년 후에는 박효신처럼 ‘넘사벽’으로 불리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제 노래를 들으면 사람들이 ‘우와, 이거지’ 할 수 있는, 경력이 쌓인 숫자만큼 실력도 따르는 가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