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번째 미니 앨범 <One Of A Kind(원 오브 어 카인드)> 발매를 앞둔 몬스타엑스 민혁은 비움의 시간을 지나 채울 준비가 되었다. 밝지만 얕지 않고 깊지만 어둡지 않은 민혁의 깊은 바닷속을 들여다보았다.
화보 콘셉트를 바다, 심해로 잡은 이유가 있다. 혹시 짐작하나?
민혁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다. 바다, 심해도 좋아하고 고래도 좋아한다. 해외에 가면 고래 떼를 자연 그대로의 바다에서 볼 수 있다던데 그걸 보는 게 꿈이다. 사실 수영은 맥주병이라 못하지만 물속에서 수영하는 건 되더라. 물 공포증이 있지만 스쿠버다이빙 자격증은 있다. 제주도에서 해봤는데 기회가 되면 해외로 나가 고래도 보고 다이빙도 하고 싶다.
고래 타투 스토리가 참 예쁘더라. 언제부터 해온 생각인가?
흉터가 생긴 다리에 타투를 한 지는 4년 정도 됐다. 그전부터 고래를 좋아하기는 했는데 뭔가 의미를 두지는 않았다. 근데 내 몸에 새기는 거니까 의미를 두고 싶었다. 후회하기 싫기도 했고. 몸에 새기면서 나에게 어떤 의미가 될지 생각해봤다. 고래가 바다 생물 중에 엄청 크기도 하고 먼 거리를 자유롭게 오가지 않나. 거대하니까 내 사람들을 모두 태우고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고래 등에 장미가 있던데, 장미는 왜 좋은가?
장미는 원래 사랑을 뜻하는 거로 안다. 고래 등 부분에 새긴 이유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표현한 거다.
네이버 NOW. <보그싶쇼>에서 매주 예측 불가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 가식 없이 팬들과 교감하는 모습에 놀랐다. 원래부터 그게 가능한 사람이었나? 대화와 소통은 사람 간의 관계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매개라 결코 가벼운 일은 아닌데, 그럴 수 있다는 건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어려운 일이지 싶다. 호스트가 된 이후, 자신이 달라졌다고 느낄 때는 없나?
원래 주변 지인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항상 진심을 담아 상담해주는 편이다. 듣는 이들도 그걸 좋아해주더라. 방송하면서 요즘 좀 달라진 게 있다면, 내 생각을 자유롭게 말한 것뿐인데 누군가는 큰 감동을 받는 걸 보고 이제는 좀 더 깊게 생각하고 조언해야겠다고 느끼는 중이다. 한번은 어떤 어머니께서 사연을 보내주셨다. 몸을 다친 딸이 재활 운동을 제대로 하지 않아 걱정하던 차에 내 방송을 보고 힘을 내 열심히 재활 중이라는 글을 읽고 되게 울컥했다. 그 이후 항상 내 입장, 나의 경험에 빗대어 조언해오던 걸 상대의 입장에 서서 조언하면 더 좋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20대의 마지막을 보내고 있는 민혁의 바다, 심해(마음속)에는 무엇이 있는지 건져 올려보자. 요즘 자주 하는 생각이나 고민이 있나?
물론 고민이야 항상 있다. 지난해 말, 올해가 되기 전에 굉장히 여러 가지 고민이 많았다. 좀 지치기도 했고. 슬럼프였다. 다들 슬럼프는 오게 마련이고 아이돌이라고 해서 그걸 숨기고 싶지는 않다. 그때 당시 결론을 내린 게, ‘그냥 힘들면 힘들자’다. 자꾸 발버둥 치니까 더 밑으로 빠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 이를테면 이런 거다. 내가 원래 잠을 잘 못 잔다. 예전에는 ‘어떡하지. 잠 못 자면 내일 촬영 피곤할 텐데’라고 걱정했다면 요즘은 그런 생각은 안 한다. 그냥 ‘아 뭐 어때, 내일 좀 피곤하지 뭐. 스케줄 끝나고 와서 낮에 쉬지 뭐.’ 이렇게 생각을 바꾸니까 그 시간이 고통스럽지 않더라. 어차피 피곤한 건 똑같은데 내가 어떻게 생각하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잠들기 전까지 굉장히 고통스러운 시간이 유튜브도 보고 여유롭게 보낼 수 있게 바뀌더라. 이제는 오히려 고민이 있어도 좀 내려놓고 비우는 시기인 것 같다.
그런 고민은 누구와 가장 편하게 터놓고 이야기하나?
멤버들이다. 또 뻔하게 멤버들이냐, 우리 사이좋아요 하는 거냐 하실 수 있는데, 아이돌 생활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가족보다 더 많이 보고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이니 당연하다. 같이 쇼핑도 하고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게임도 한다. 자연스럽게 가장 많은 이야기를 하는 사이니까 멤버들만으로도 충분하다.
삶의 변수는 없을 것 같은 굉장히 이상적인 답변이다.
이상적인 삶만 살고 싶다, 나는.
그래서인가, 종종 자신을 ‘창신동 효자’라고 지칭하던데 정말인가?
그렇다. 근거 있다. 사실 데뷔하기 전에도 어머니 친구분들한테 인기가 많은 스타일이었다. 항상 ‘민혁이~ 민혁이는?’ 하며 찾으셨다. 우리 집이 부유한 편은 아니었는데 차도 사드리고 좋은 거 해드리면 동네에 자랑을 많이 하시나 보다. 그래서 ‘이런 효자 없다’라고 부모님께서 종종 이야기하시면 뿌듯하다. 장남에 대한 프레셔(pressure)를 항상 가지고 있다. 주변의 기대를 충족해야 한다는 나도 모르는 압박감을 스스로 주는 게 있달까. 그래서 일부러 나에게 당근보다는 더 잘하자는 채찍질의 의미로 ‘창신동 효자’ 타이틀을 줬다.
팬들 사이에서 유명한 취미인 그림 그리는 것 말고 도전해보고 싶은 게 또 있나?
필라테스. 원래 운동 잘 안 하는데 필라테스는 재미있을 것 같다. 그리고 아까 이야기한 스쿠버다이빙. 자격증 딴 이후로 안 한 지 오래돼서 가능한 시기가 오면 다시 해보고 싶다.
필라테스 혼자 할 건가?
혼자 할 거다. 나는 같이 하는 것보다 뭐든 혼자 하는 게 더 재미있다.
‘혼족’, ‘집돌이’ 민혁을 집 밖으로 나오게 만드는 게 있다면?
스케줄 말고? 시기? 너무 밖을 안 나가면 뭔가 ‘어휴, 나 이렇게 살면 이대로 안 되겠는데’ 하는 시기가 오면 그때 나간다.
그 시기는 얼마 만에 찾아오나?
두 달에 한 번씩? 사실 나가야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이미 나는 지금 충분하다. 남들은 신기해하는데 내 삶에 만족한다.
그럼 집에서 뭘 제일 많이 하나?
그냥 컴퓨터도 하고, 과학이나 범죄에 관련된 프로그램을 본다. 요즘 TV에서 많이 하거든. <알쓸범잡>이랑 유튜브에 있는 <그것이 알고 싶다> 속편, <꼬리에 꼬리는 무는 그날 이야기> 같은 방송. 게임도 하고 그림도 가끔씩 그리고 인터넷 쇼핑도 하고 바쁘다. 할 게 많다.
몬스타엑스 모두가 영화를 좋아하던데. 좋아하는 작품을 보면 연기에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는 않나?
영화 좋아한다. 솔직히 얘기하면 연기 제의가 많이 왔다. 그런데 아직은 내 옷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좀 든다. 언젠가 도전하고 싶은 시기가 올지도 모르지. 내가 너무 해보고 싶은 역할이나 나와 잘 맞는, 나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 있다면 도전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최근 <보그싶쇼>에서 그날 패션에 대해 자주 언급하던데 잘 어울리는 스타일은 뭐라고 생각하나?
아직 못 정한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과 팬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이 달라서 적절하게 섞어서 입는 편이다. 팬들은 붙는 라이더 재킷에 붙는 팬츠, 이런 걸 좋아하니 그렇게 입었다가 입고 싶은 거 입었다가 한다. 나는 좀 빈티지에 가까운 룩을 선호한다. 너무 튀지 않는 무채색을 매치해 입는 걸 좋아하고. 그게 가장 편하고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데, 나를 좋아하는 분들은 사실 그런 스타일을 별로 안 좋아한다. 어쩌다 화보 촬영 때문에 팬들이 좋아하는 예쁜 옷 입은 걸 보면 ‘민혁아! 너 이런 옷 입으면 되잖아!’ 하는데 ‘아 나는 안 입고 싶어’라고 답한다(웃음).
하긴 워낙에 일하면서 누구나 좋아할 예쁜 옷은 많이 입으니까?
맞다. 팬들이 ‘잘생긴 옷’이라 부르는 옷들은 일하면서 많이 입으니까 평소에 입을 생각이 별로 들지 않는다.
오늘 출근 룩(빨간 점퍼에 헐렁한 생지 데님)은 그럼 못생긴 옷인가?
아 오늘은 좀 평범하게 입고 왔다. 날씨가 좋길래!
유튜브 콘텐츠 촬영 때문에 가져온 캔들 워머에도 우디 향 캔들을 놓는다고 했는데, 아직 향수 취향은 그대로 우디 계열인가?
난 항상 우디 계열을 좋아한다. 겨울, 가을, 봄에 향수를 쓰고 여름에는 보디 로션까지만 바르고 뿌리지 않는다. 여름에는 우디 향이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그럼 기억에 남는 향은 없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섬유유연제가 유행할 때가 있었다. 옷을 문지르면 향이 더 나는. 형원이랑 지금 회사 말고 다른 회사에서 같이 연습생 생활을 했을 때 섬유유연제에 집착했었다. 연습생들 맨날 땀 흘리니까. 그 향을 맡으면 그때 생각이 난다. 항상 빨래할 때 한 컵 넣을 거 너덧 컵씩 넣었다.
가장 자신에 가까운 모습이라고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
혼자서 방송할 때? 아무래도 멤버들과 방송할 때와는 다르다. 아, 물론 혼자 방송할 때도 몬스타엑스 민혁이지만 멤버들이랑 활동할 때 몬스타엑스에 더 가깝다. 혼자 이야기하는 방송에서 원래 나의 성격이나 면모가 나오는 것 같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아, <보그싶쇼>에서 고민 상담할 때! ‘아이돌 자아’인 상태라면 고민 상담이 어렵다. 할 말 못 할 말도 가려야 하고. 예를 들면 그냥 사람 민혁이 상태일 때라야 가능한 연애에 관한 질문도 많이 물어온다. 상대방은 ‘이 사람 나쁜 사람 맞죠?’라는 식으로 동의와 공감을 원할 때가 많다. 근데 내가 아이돌 자아를 가지고 어느 한쪽 편을 들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아,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럴 수는 없지 않나. 그래서 나는 방송에서 고민 상담할 때 그 경계를 놓아버린다. ‘아, 그 사람 안 되겠네?’ ‘그 사람 연락하지 마세요’ ‘뭐야 내가 다 기분이 나쁘네’라고 이야기할 때 좀 더 진짜 나에 가까운 것 같다.
나다운 순간마저 일할 때라니, 본투비 아이돌이다. 데뷔 초 바람대로 ‘약방의 감초’ 몫은 잘하고 있나?
사실 한동안 잊고 지낸 닉네임 같은 건데, 어떻게 하다 보니 지향하는 바가 비슷해진 것 같다. 데뷔 초에는 <주간아이돌> 출연하는 게 정말 떨리는 일이었다. 다들 메인 보컬 누굽니다 하면서 소개할 텐데 진짜 좋은 표현이 없을까 그 전날 밤새 고민했다. 그러다 아, 이거다 하고 방송에서 이야기했는데 아직까지도 가끔 얘기가 오간다.
인생에서 가장 치열하게 지나온 시기가 있다면 언제였나? 이를테면 내가 이렇게까지 할 수 있구나라고 느낀.
첫 번째 앨범 활동 때는 그냥 신났다. 오랫동안 데뷔하고 싶기도 했고 데뷔했다는 사실 자체가 신나서 힘들어도 뭐든 다 했다. 그리고 이렇게 조금만 더 하면, 이번 활동만 하면 1등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왜, 신인들 다 그런 마음으로 나오지 않나. ‘나는 1등 할 거야’라는 마음으로. ‘3등만 해야지’ 하는 사람 없으니까. 그런 생각으로 즐겁게 활동하다가 두 번째 앨범이 나오던 시기에 현실 자각과 함께 힘듦이 찾아왔다. 그 당시 며칠씩 밤새우고 사우나에서 씻고 다시 방송국 가고 집에 갈 시간도 없이 그렇게 일했다. 옛날의 나 자신을 리스펙하게 되는, ‘나 지금은 못할 것 같은데’라고 말할 정도였다. 물론 왜 더 잘 안 될까 속앓이도 했지만 불만 없이 버틴 건 지금 생각해도 대단했던 거 같다.
그 시간 덕에 지금의 민혁이 있는 걸까?
꼭 그렇게 한다고 성공하는 것도 아니지. 모르겠다. 성공의 기준은 없는 거 같다. 기준이 없으니까 지금도 회사에서 열심히 하자고 하는 것 같다. 그건 공감한다.
이제 7년 차 가수다. 개인적으로 꼭 해보고 싶은 음악, 노래가 있나?
하고 싶었던 건 많이 해본 편이다. 몬스타엑스 앨범 안에서도 해봤고, 셔누 형이랑 다음 웹툰 <취향저격 그녀> OST ‘Have A Goodnight’도 불러봤고 <복면가왕> 출연도 해봤다. 빌보드 200차트 5위에 오른 미국 앨범 ‘All About Luv’에도 그 안에 발라드, 힙합, EDM, R&B까지 다 있어 나와 멤버들이 지금까지 좋아하는 곡이 많다. 기회가 되면 90년대 발라드 무드인 나만의 곡이 생기면 되게 신기하고 좋겠다는 생각은 있다.
어릴 때부터 90년대 가요를 좋아했다는 건 익히 들었다. 그 덕인지 부드럽고 서정적인 분위기의 곡도 잘 소화하더라. 90년대 노래를 어떻게 그렇게 많이 아나?
사실 팬인 동방신기 선배님들 영향이 크다. 어릴 때 좋아하는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면 무슨 노래일까 하고 찾아보게 되니까.
몬스타엑스 앨범 곡 중에 특별히 애착이 가는 곡이 있나?
6월 1일에 나오는 아홉 번째 미니 앨범 <One Of A Kind>에 있다. 타이틀이 공개되면 내가 왜 이렇게 이야기했는지 알 거다.
아티스트마다 무대에서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지 바라는 이상이 있더라. 퍼포먼스 할 때 가장 신경 쓰는 게 있나?
모난 부분 없이 다 잘하고 싶다. 무대에는 춤, 노래도 물론 있지만 밝은 노래면 밝은, 어두운 노래면 어두운 연기도 들어가야 하고, 공연 진행을 위한 멘트도 잘해야 한다. 그런 모든 면에 있어서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느끼게끔 하는 것이다. 춤이나 노래 하나만 잘하는 것보다 아쉬운 부분 없이 모두 잘하는 아티스트로 기억되고 싶다.
사견일 수 있지만 무대 스타일을 보면 성격이나 성향이 조금은 예측되던데, 완벽주의자인가?
딱히 그런 건 아닌데. 다 잘하고 싶어서 보컬 레슨도 열심히 받았다. 이후 노래가 늘고 나니 <복면가왕>에서 3라운드까지 가는 좋은 성적도 냈고, 웹툰 <취향저격 그녀> OST도 부르게 되었고, 앨범에서 파트도 더 많아지기도 했다(웃음).
데뷔부터 7년의 세월을 함께해온 팬들에 대한 마음은 어떤가? 앞으로 팬들과의 7년은 어땠으면 하는 바람인지.
원래 팬들은 나에게 너무 잘해주는 고맙고 소중한 친구들이었다. 전에는 좀 더 뭔가 풋풋한 마음으로 팬들을 기쁘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컸다면 물론 지금도 그건 당연하지만 그 마음가짐이 좀 달라졌다. 요즘에는 그런 느낌보다는 팬들은 나에게 ‘엄마’에 가깝다. ‘어우, 너무 감사하지. 내가 죽을 때까지 이분들한테 잘해야지’ ‘아휴, 나 좋아해주시는 거 너무 감사하지. 평생 나는 이 사람들이 사랑 준 만큼 보답해야겠다’ 이런 마음으로 바뀐 것 같다.
팬들에게도 효자가 될 모양이다. ‘팬사인회 장인’이라 불릴 정도로 팬들의 마음을 잘 아는 것 같다. 유명한 영상 봤다.
그 영상(진부하지만 손 크기를 대봐도 되냐는 팬에게 너랑은 처음이니 하나도 진부하지 않다며 손잡아준)을 보고 내가 깜짝 놀랐다. 그런 말을 한 줄 몰랐으니까. 그렇지만 나는 매 순간 진심이고 그 사람이 원하는 모습이 되어 나타나려고 한다. 그게 마음이 편하다. 팬들과 영상통화가 있을 때, 예를 들어 하루에 500명을 한다면 그중 300명이 다 애교를 보여달라고 한다. 나도 사람이라 종종 지칠 때도 있다. 그렇지만 다 보여준다.
멤버들과 보낸 시간도 7년 이상일 텐데 함께 자라온 과정이 어땠는지 그림 그리듯 표현한다면?
색깔이 잘 섞이게끔 하고 싶다. 우리의 시작이 하얀색이었던 것 같지는 않다.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보이지도 않은 검은색이었다면 시간이 지나 조금 더 밝아진 회색이었다가 어떨 때는 보라색으로도 변하기도 하면서 어두운 색이 점점 사라지는, 그렇게 색이 변해가는 것 같다. 마지막에는 밝은 색이 어우러진 그림이었음 좋겠다.
비대면 형식의 콘서트를 주로 하게 되었는데 눈앞에 함께 호흡해주던 팬들이 없는 공연은 어떤 느낌인가?
정말 냉정하게 얘기해서 전보다 힘들 수밖에 없다. 타이틀곡 안무를 춘다고 했을 때 내가 만족할 만한 기준의 풀 파워로 두 번도 하기 힘들다. 모든 에너지, 시선, 신경을 다 집중해서 두 번 하면 땅바닥에 쓰러져서 못 일어난다. 신기한 건 콘서트를 하면 스무 곡이 넘는 공연을 날아다니면서 한다. 그 차이는 팬들의 응원이 있어야 나오는 엔도르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내 생각에 이건 과학이다. 근데 비대면 공연은 까만 카메라밖에 없다. 물론 팬들의 모습을 생각하고 상상하지만 그래도 내 앞에는 오직 카메라뿐이라 아무래도 더 힘들다. 그래서 팬들과의 교감이 더 간절한 것 같다. 뭘 하든 이렇게까지 힘들지 않았는데라는 생각이 드니까.
몬스타엑스는 이미 빌보드, 오리콘 차트 등에서 상위권을 기록하며 해외에서도 인정받은 그룹이다. 더 나아가고 싶은 길이 있을 텐데, 상황이 여의치 않게 되었다. 다시 해외 공연을 하게 된다면 어떨 것 같나?
당연히 좋다. 왜냐면 나를 가장 진화시켜준 게 월드 투어였으니까. 한국 콘서트가 재미있어져서 팬들한테 입소문을 타게 된 것도 다 월드 투어 덕분이다. 무대에 많이 서볼 기회가 됐으니까. 그만큼 모니터도 많이 했고 내가 이걸 하면 이상하구나, 이걸 하면 괜찮구나 하는 것들, 나의 공연 색깔도 찾게 되었다. 정말 고마운 존재다. 사실 해외 투어는 진짜 힘든 부분이 많다. 잠 못 자는 건 기본이고 늘 현지 사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차가운 음식을 먹고 아침에 일어나면 다음 지역으로 넘어가는 식이다. 고되지만 그래도 배운 게 정말 많았고 그로 인해 얻은 팬들, 사람, 성취가 많다.
몬스타엑스를 비롯한 K-POP 아티스트들이 해외에서 지금 같은 인기를 얻는 이유를 뭐라고 생각하나?
‘메시지’인 것 같다. 이만큼까지 전 세계를 시장으로 노래하는 가수는 K-POP 가수밖에 없거든. 빌보드 1등, 2등 너무 많지. 유명한 아티스트도 너무 많은데,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미국 시장 등을 한 번에 목표로 삼아 석권하는 경우는 없다. 왜냐면 빌보드에 오르는 가수 대부분은 영어가 모국어인 경우이니 당연한 거다. 근데 한국 가수들은 중국어, 일본어, 영어 등으로도 노래하며 앨범을 내고 그 안에 메시지까지 담는다. ‘우리 항상 같이 있어. 우리 항상 하나야’라는 이야기를 뮤직비디오 안에 담기도 한다. 앨범 홍보 영상의 멘트마저 모두 타깃으로 하는 나라의 자국어로 한다. 이렇게 ‘우리는 거리는 멀어도 가까이 있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주는 게 가장 큰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K-POP의 인기가 결코 일시적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른 장르의 가수들이 따라 하지 않는 한 계속 지속할 거다. 어디에도 없는 유일무이한 메시지니까.
아직 민혁이 보여주지 않은 모습이 있나? 앞으로 어떤 모습을 기대해도 될지 궁금하다.
이제는 좀 막내로 살아보고 싶다. 많은 선배들이랑 같이 진행하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해보고 싶다. 나는 인생 어디서도 막내였던 적이 없거든. 연습생도 늦게 시작해서 막내가 아니었고, 집에서는 항상 장남이고, 몬스타엑스 내에서도 형 라인이고, <인기가요> 진행했을 때도 제일 형이었고, <보그싶쇼> 방송에 게스트가 나와도 거의 선배 입장일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내가 동생 입장에서 선배들을 따르고 배우기도 하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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