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레주 Courrèges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인터뷰 | 더블유 코리아 (W Korea)

미래는 쿠레주처럼

2021-05-05T20:45:05+00:002021.05.06|FASHION, 뉴스|

1960년대 심플리시티와 클래리티, 옵티미즘의 가치를 지닌 브랜드 쿠레주(Courrèges).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된 ‘니콜라 디 펠리체’가 다시 꺼내놓은 2021년의 쿠레주는 현실에 더 가깝다.

성공적인 첫 데뷔 쇼를 축하한다. 쇼를 보니 더 더욱 당신을 만나고 싶었다.

니콜라 디 펠리체(Nicolas Di Felice) 감사하다.

 

첫 쇼를 마치고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나?

휴가를 오래 즐기지는 못했다. 하지만 2021 F/W 첫 쇼가 잘 끝나 조금은 마음 편하게 지내고 있다. 쿠레주에 오고 나서 이번 쇼는 제로에서 시작했다고 할 만큼 모든 과정에 관여했다. 여전히 즐거운 상태고 기쁜 마음으로 다음 쇼를 준비하고 있다. 사실 쇼가 끝나면 해방감에 큰 흥분을 느낄 줄 알았는데, 생각과 달리 굉장히 차분해지더라.

 

1960년대를 풍미한 미래적인 브랜드 쿠레주를 2021년 버전으로 재탄생시키기 위해 당신이 가장 먼저 한 일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며칠 동안 아카이브를 세심하게 관찰했다. 수많은 옷에 둘러싸인 채 보고 또 보고 꼼꼼하게 확인했다. 그런 다음 디자인에 들어갔는데 한두 가지 예외적인 것을 빼고는 예전의 옷을 그대로 가져와 쓰는 방식은 피했다.

 

방대한 아카이브가 있으면 새 계획을 수립하는 데 기준으로 삼을 수 있어 좋은 반면 창의성을 발휘하는 데 제약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어려움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어려움은 없었다. 아카이브를 관찰하며 일방적으로 압도당하지 않았다. 방대한 아카이브가 있는 게 나에게는 큰 기회라는 생각을 했다. 오히려 아카이브 탐구는 내가 주의해야 할 부분, 쿠레주에서 강조해야 할 부분 등을 구체적으로 학습할 좋은 기회였다.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쿠레주의 시절은 언제인가?

쿠레주의 초기!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초기의 쿠레주가 너무나 마음에 든다. 1962년, 1963년 1968년 그리고 1969년. 그중에서도 1963년이 나의 ‘원픽’이다. 쿠레주가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나아가는지 보여주는 시절이다. 발렌시아가에서 수습생으로 일하며 익힌 것도 옷에 드러나 있고.

이번 쇼를 보니 당신은 쿠레주를 단순히 1960, 1970년대 스타일로 바라보지 않고, 격변하는 시대의 정신을 담아낸 브랜드의 히스토리를 포착한 것 같더라.

고맙다. 그걸 캐치했다니.

 

쇼 장소도 그렇고, 음악도 시대정신을 표현하려는 당신의 생각을 뒷받침해줬다. 장소와 음악 선정의 기준과 그것들이 당신의 첫 쿠레주 쇼에 어떻게 기여했는지도 궁금하다.

이번 쇼를 진행한 파리 북부의 야외 콘서트장 화이트 큐브는 실제로 내가 자주 가던 곳이다. 파티나 콘서트 장소로 많이 대관되는 곳인데, 나는 그 장소야말로 자유를 상징하는 곳이라 생각한다. 그곳에서 영감을 주는 사람들을 참 많이 만났다. 그리고 이번 쇼는 내가 오롯이 자유로울 수 있는 공간에서 하고 싶어 그곳을 택했다. 음악은, 내 친한 친구 에르완 세네(Erwan Sene)와 함께 작업했다. 협업이라고 말했지만, 둘이서 정말 깊이 교감하며 함께 작업했다. 사흘에 한 번씩 만났을 정도니까. 그러다가 다른 친구가 왔는데 목소리가 아주 좋은 친구여서 그 친구도 함께 작업했다. 일하면서 많은 얘기를 나누고 작업에 반영하는 일을 오래 하다 보니, 그들과 쌓아온 음악에 대한 교감을 계속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앞으로도 이 친구와 음악을 할 것 같다. 처음에는 스타일이 달라서 이 친구가 자주 삐쳤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 원하는 것들에 다가가니 작업이 더 즐거워졌다. 여기까지 왔는데 한 번으로 그만둘 수 없지 않은가? 그래서 앞으로 당분간은 이 친구와 일할 생각이다. 우리를 아는 친구들에게 이 음악을 처음 들려줬을 때, 그들이 말하길, 친구가 디제잉하는 곳 앞에서 춤추는 ‘니콜라’가 떠오른다고 하더라(웃음).

 

이번 시즌 룩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듣고 싶다. 먼저 당신의 첫 컬렉션에서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디자인을 몇 개 꼽아 설명해줄 수 있나?

네 가지를 선택해서 보여주고 싶다. 2번, 6번, 21번, 25번.

no.2 look

2번 룩은 트렌치로 사이즈는 커졌지만 쿠레주의 컷을 그대로 가져온 디자인이다. 하이넥의 높이는 더 높아졌다. 사실 이건 마스크에서 영감을 얻었다. 원래는 눈 바로 밑에 오게 디자인 했는데, 디자인하는 사이 날씨가 좋아져 점점 내려왔다(웃음).

no.6 look

6번 옷의 실루엣도 내가 정말 좋아한다.

no.21 look

그리고 21번 룩의 네크라인이야말로 내가 생각하는 ‘쿠레주스러움’이다. 정말 모던하게 바뀌었다기보다는, 프로포션만 바꿔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그렇기에 예전의 디자인을 더 자세히 관찰해서 완성한 룩이다.

no.25 look

25번 룩은 내가 좋아하는 소재의 옷이다. 가죽은 유행을 타지 않아 좋다. 오래 입을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고. 내가 가죽을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앞으로의 컬렉션에서도 가죽은 빠지지 않고 등장할 것 같다.

 

쿠레주의 시그너처인 미니스커트, 크롭트 재킷 같은 아이템을 스타일링하는 방식 역시 미니멀한 동시에 무척 현대적이다. 스타일링에 대한 아이디어와 ‘에지’ 어느 하나 놓치지 않았다. 어떤 점을 염두에 두고 스타일링했나?

스타일링은 자연스럽게 이뤄진 것 같다. 스튜디오에서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옷을 입혀봤다. 다양한 체형에 어떻게 어우러지는지 테스트한 것이다. 물론 디자인하면서 어떤 옷을 어떤 식으로 매칭할지는 어느 정도 머릿속에 잡혔다. 스타일링을 먼저 생각하면 디자인하면서 놓치는 것이 너무 많다. 스타일링은 컬렉션 시작부터 자연스럽고 우연하게 자리 잡는다는 생각을 하는 편이다. 오히려 디자인하면서 가장 염두에 둔 건 쿠레주스러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지점이 현실적인 옷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옷을 보고 상상하는 데 머무르는 건 싫다. 특이한 디자인으로 특이하게 만드는 것, 그건 내가 바라는 바가 아니다. 물론 그런 스타일을 디자인하는 이들을 존중하고, 볼륨 있는 옷이나 유니크한 디자인을 싫어하는 건 아니다. 다만 나는 내 옷이 조금 더 현실적으로 다가가길 원한다. 나를 정말 기쁘게 하는 순간은, 내 주변의 여성들이 내가 디자인한 옷을 ‘입고 싶다’고 말할 때다. 그 순간이 나를 흥분시키고 영감을 준다.

 

디자인 요소 외에 지속 가능한 소재를 활용했다고 들었다. 이 역시 현명한 소비를 중시하는 새로운 세대가 열광할 만한 요소다. 새로운 쿠레주는 어떤 소재와 기법이 쓰였나?

비닐을 재사용해서 옷을 만들었다. 예전에 비해 친환경적인 접근인데 아직 멀었다. 첫 번째 쇼였기 때문에 조율할 것들이 많아서 천천히 다가갔지만 친환경 소재 사용은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소재도 그렇지만, 더 크게 접근하자면 공장들도 가능하면 너무 멀지 않은 곳을 택해서 탄소 배출 감소에 동참할 생각이다. 지금은 여름 컬렉션을 준비하고 있는데, 소재가 에코마크를 받은 것인지 등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그리고 요즘은 공장들도 친환경적인 생산에 무척 신경 쓰고 있다.

 

세상에는 너무 많은 옷과 유행이 존재한다. 당신이 만든 새로운 쿠레주를 새로운 세대가 어떻게 수용하길 바라는지 궁금하다.

팬데믹 이전이라면, 밖으로 나가 길이나 펍에서 직접적인 반응을 볼 수 있었을 거다. 지금은 SNS로 확인하지만, 젊은 세대에게 이번 컬렉션이 잘 받아들여진 것 같아 기쁘다. 판매도 잘 이뤄지고 있다. 그런 걸 보면 괜찮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 유명 연예인이 입는 것도 좋지만, 직접 밖에서 내 눈으로 확인한 뒤에 다시 평가하고 싶다. 지금은 모두에게 힘든 시기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는 더 힘든 시간일 거다. 내가 젊었을 때를 생각하면 18살, 20살 젊은이들이 집에 갇혀 있다는 사실 자체가 폭력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나이는 무수한 경험과 모험 속에 성장해야 하는 때 아닌가. 개인적으로도 그렇다. 내가 많은 영감을 받는 건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서인데, 지금은 그것이 막혀 있는 시기다. 쇼 영상을 보면 쿠레주를 입은 젊은이들이 서로 포옹하고, 벽을 타고 올라가는 장면이 있다. 자유. 그걸 말하고 싶었다.

 

당신은 지난 인터뷰에서 ‘무엇보다 6개월이 지나도 버리고 싶지 않은 옷이어야 한다. 창의적이면서도 착용할 수 있는 제품을 제안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 생각이 가장 잘 표현된 룩을 설명해줄 수 있는지? 당신이 생각하는 타임리스, 창의적 요소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담겼는지 궁금하다.

특정 요소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아마 잘 재단된 옷, 좋은 소재로 만든 옷이 아닐까? 어쨌든, 그 옷을 입고 싶어야 하고, 그 옷을 좋아해야 하고, 오래 소장하고 싶은 옷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롭게 쿠레주를 정립하면서, 디자인과 방향성뿐 아니라 가격 문제도 신중하게 접근했다고 들었다. 쿠레주가 패션 시장에서 가격 면에서 어떻게 자리 잡길 바랐나? 당신이 말한 ‘현실적인 것에 더 가까이 가기 위한’ 것인가?

말했듯이 우리는 제로에서 시작하는 마음이었다. 가격을 내려야겠다고 생각해서 내린 건 아니었다. 그저 우리가 제공하는 것에 가장 적합한 가격을 제시했을 뿐이다. 비싼 가격을 제시하고 안 팔리는 건 세일 때 가격을 확 내려서 판매하는 방식이 아닌, 우리 제품에 확신이 있기 때문에 소재와 테크닉과 모든 걸 종합해서 가장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했다. 비싼 것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접근 가능한 옷이어야 한다. 너무 마음에 드는 옷은 당장 사겠고, 사고 싶지만 가격이 맞지 않으면 몇 개월 절약해서 살 것이다. 이렇게 살 수 있는 옷이어야 입고, 그리고 사고 싶어 사는 옷이어야 오래 간직할 수 있다.

 

하우스 브랜드에 있어 백 판매는 아주 중요한 파트라고 알고있다. 이번 시즌 백은 단순한 모양, 다양한 크기로만 보여줬다. 쿠레주의 첫 컬렉션에서 백은 어떤 모습이길 바랐는지, 앞으로 새로운 쿠레주는 백 시장에서 어떻게 자리하고 싶은지?

우리 팀이 사람이 많지 않아 아직 그 부분의 마케팅 전략을 짜지는 않았지만 우선은 쿠레주의 헤리티지를 십분 활용하고 싶다. 지금 당장 가방을 만들고 그 가방을 산다 해도 그것이 오래 가지고 있어도 촌스러워지지 않는 디자인이길 원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선보인 사각형 가방은 어디든 들고 갈 수 있는 디자인이다.

 

전혀 다른 업계의 브랜드나 세대를 대표하는 인물과 협업을 하거나 지속적인 퍼포먼스를 시도하는 게 요즘 시대의 마케팅 방식이다. 계획하는 것이 있는지?

대답은 ‘아직은 아니요’다. 협업을 하기 전에 쿠레주에 더 집중하고 더 쿠레주다운 것을 만들고 싶다. 사실 쿠레주만으로도 보여줄 게 너무 많다. 쿠레주의 향수, 초 등을 론칭할 계획이다. 지금 이 사무실에 있는 의자들은 모두 앙드레 쿠레주가 디자인한 건데, 얼마나 세련됐는지 놀라울 정도다. 하우스 안에는 쿠레주로서 보여줘야 할 것이 아직 너무 많다.

큐브 모양의 쇼장을 드론으로 찍은 영상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디지털 시대에 맞춘 쿠레주의 목표나 방향성이 궁금하다. 디지털 세상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소통할 예정인지?

딱히 대단한 전략이 있는 건 아니다. 사실 나는 인터넷으로 접하는 너무 많은 정보에 부정적인 편이다. 그 안에는 너무 많은 이미지, 정보가 있다. 디지털로 소통하더라도 모든 걸 다 드러내고 보여주는 전략은 취하지 않을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더라도 그 많은 정보가 얼마나 피곤하겠나. 그래서 쿠레주의 SNS에는 필요한 정보만 제공하고, 가끔 하얀 바탕에 로고만 올려놓기도 한다. 스크롤을 올리다가 눈이 좀 쉬어가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나는 콘텐츠의 노예가 되고 싶지 않다. 물론 현실의 나는 과묵한 사람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과묵하지만 그가 말을 하면 경청하게 되지 않나. 그런 사람들에게 영감을 받기도 한다. 어쨌든, 지금은 디지털에 대한 큰 전략이 있는 건 아니고, 우리에게 맞게, 우리의 속도대로 차근차근 우리의 스타일로 진행하고 싶다. 천천히, 하지만 당연히.

 

마지막 질문이다. 이번 쿠레주 첫 쇼에 대해 함께 일했던 파트너인 루이 비통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니콜라 제스키에르는 어떤 이야기를 했나?

오! 별다른 말을 해주지 않았다. 그와 함께 일하다 헤어질 때 그는 이미 많은 조언을 해줬다. 나는 그와 정말 좋은 시간을 보냈고, 내 생각에 그는 내가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할 수 있게끔 아무 말도 안 한 것 같다. 그리고 나라는 사람 자체가 자기 확신이 강하고, 사고의 자유를 중요시 여기는 사람이다. 스스로 균형을 잡으며 자유롭게 일하는 게 바로 내 스타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