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튀르는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질까

장진영

알렉산더 맥퀸의 2021 S/S 프리 컬렉션 쿠튀르 피스 탄생 일지

코로나19로 인한 락 다운 기간 동안 2021 S/S 프리 컬렉션을 준비하며 브랜드 초기 시절의 ‘오래 오래 고쳐 쓰는(make-do-and-mend)’ 정신을 되새긴 알렉산더 맥퀸. 다 같이 모이기 힘든 시기였던 만큼, 디자이너들이 각자의 자택 정원에서 직물을 염료에 담그는 침염(dip-dyed) 기법으로 날염하고, 식탁에서 옷감을 손수 재단하는 등 틀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재미있는 실험 정신을 디자인에 깃들인 것이 특징이다.

어깨가 드러나는 오프 숄더 형태의 드레이프 드레스 역시 디자인 팀이 집에서 직접 캔버스를 제작하고 정원과 부엌에서 침염 기법 실험을 통해 탄생한 옷이다. 가장 먼저 아래의 사진처럼 손으로 매듭을 묶고, 주름을 잡고, 코르셋 위에 바느질하여 옷의 기본 구조 틀을 완성한다.

그 후 드레스 요소들을 분해해 침염을 시작하는데, 날염의 과정 역시 쉽지 않다. 먼저, 드레스의 허리 부분을 분리해 몸통 부분과 스커트를 따로 염료에 담근다. 이 때 스커트는 밑단이 핑크색을 띌 수 있도록 거꾸로 세워서 담가야 한다. 분해한 드레스를 다시 연결하면 완성.

큼직한 페플럼 디자인이 우아한 이 턱시도 재킷과 시가렛 팬츠는 1950년대의 오버사이즈 쿠튀르 리본을 재해석해 만든 룩이다. 리본을 재킷 속에 꿰어넣은 듯한 형태로 연출한 점이 독특하다. 디자이너들은 자택에서 리본의 비례와 페플럼 디자인을 연구했고, 다양한 크기의 리본을 만들어본 끝에 최종 버전을 선정해 디자인에 적용했다.

오간자를 여러 겹으로 겹친 이 드레스의 이름은 오이스터 러플 드레스. 이미 보유하고 있던 직물 재고를 재활용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러플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오간자를 한 장 한 장 원형으로 직접 재단해야 하는 일이라 많은 품이 들기 때문. 일자가 아닌 물결 같은 곡선을 따라 동그란 오간자 조각을 바느질 하다보면 원형의 크기에 차이가 새기면서 그라데이션이 생기는데, 이러한 효과를 더하기 위해 디자이너들은 러플의 밀도와 크기를 수없이 연구했다고. 이후 원하는 색을 정확하게 내기 위해 옷을 분해해서 날염한 뒤 다시 연결해 완성했다.

비대칭적인 드레이프가 눈길을 끄는 이 드레스는 기본 구조가 보이는 실크 튤 코르셋으로 이루어져있다. 이 드레스를 만들기 시작할 때, 알렉산더 맥퀸의 재봉사들은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드레스를 집에서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 디자인 팀으로 보내가며 비례와 형태에 대한 의견을 주고 받았다. 이 때 디자인 팀은 속이 비쳐서 드레스의 구조가 드러나는 모습에 주목하고, 오간자를 여러겹 겹침으로써 ‘아직 완성되지 않은’ 느낌을 더욱 살렸다.

이후, 사라 버튼과 디자이너들은 락 다운 기간 동안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동체 정신과 팀워크로 일한 시간을 기념하고자 이 위에 디자인 스튜디오 팀이 그렸던 스케치 그림을 수놓았다.

과정은 이러하다. 그 동안 디자인 스튜디오 팀이 그렸던 스케치를 모은 후, 자수 팀 책임자가 드레스 시안 위에 그림을 하나씩 배치한다. 그리고 모티프들을 오간자 조각에 프린트한 후 자수사들에게 보내 각자 집에서 수를 놓도록 한 것. 락다운이 풀린 후에, 이렇게 작업한 모든 패널을 스튜디오로 다시 모아 드레스에 고정시켜 완성했다.

뭐든지 빠르게 소비되는 시대. 알렉산더 맥퀸 하우스의 느리지만 견고한 신념을 이어가는 장인 정신은 더욱 빛이 날 수 밖에 없다.

콘텐츠 에디터
장진영
사진
Courtesy of Alexander McQueen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