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바토레 페라가모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폴 앤드루, 그의 첫 2019 F/W 컬렉션.
슈즈 디자이너로 합류해 3년 만에 브랜드 총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된 폴 앤드루. 그가 디렉팅한 첫 레디투웨어, 살바토레 페라가모 2019 F/W 컬렉션을 도쿄에서 만났다.
“노 로고, 노 후디! 최근 스트리트 무드가 트렌드 키워드로 자리 잡으면서 하우스 브랜드들이 캐주얼 아이템을 컬렉션에 포함해 전개하는 경우가 많아요. 페라가모는 이 흐름과 다른 방향으로 운영할 예정입니다.” 도쿄 바츠 아트 갤러리에서 진행된 페라가모의 2019 F/W 컬렉션 프레젠테이션. 룩을 소개하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폴 앤드루가 가장 먼저 꺼낸 말이다. 그는 3년 전 페라가모에 여성 슈즈 디렉터로 합류했다. 알렉산더 매퀸, 캘빈 클라인, 도나 카란 등 굵직한 브랜드에서 이력을 쌓았고, 그의 이름을 건 ‘폴 앤드루’ 슈즈 브랜드를 운영하는 그의 발탁은 페라가모에 새로운 생기를 불어넣을 카드였다. 시그너처 바라 슈즈, 간치니 장식의 모카신, 날렵한 하이힐과 두툼한 웨지힐까지, 페라가모를 대표하는 슈즈들은 그의 손길 아래 대대적으로 변신했다. 컬러별, 라인별로 집대성한 디자인의 수와 양에도 놀랐지만 특히 예술적으로 바뀐 힐 디자인은 대단히 매력적이었다.
그렇다면 그가 디렉팅한 레디투웨어는 어떨까? 행사장에 들어서자 컬러 벽으로 분리한 여성, 남성 컬렉션은 누군가의 옷장을 들여다보듯 시즌 룩과 슈즈, 가방을 매칭해 진열되어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색’이었다. 블랙과 그레이, 오렌지와 버건디, 클래식한 체크와 브랜드 아카이브에서 따온 스카프 패턴의 패치워크 등 차분하고 정돈된 색감이 주를 이뤘다. 다음은 ‘소재’. 스웨이드, 나파, 스네이크, 리자드 등 고급스러운 다양한 소재가 룩, 백과 슈즈에 담겼다. 양털처럼 보이지만 캐시미어 소재로 만든 몽글몽글한 코트와 1942년 살바토레 페라가모가 선보인 멀티컬러 패치워크 웨지에서 영감 받은 패치워크 스커트는 내내 기억에 남았던 아이템. 한쪽은 나파, 한쪽은 캐시미어로 디자인한 롱 머플러는 심플한 디자인 속 실용적인 부분을 강조한 것이 느껴졌다. 프린지 장식 캐시미어 블랭킷 코트와 관능적인 가죽 가운, 손뜨개 니트 스웨터 등 편안하고 고급스러운 아이템이 연달아 소개되었다. 한편 남성복은 아웃도어 감성을 더했다. 코듀로이, 테크니컬 울 개버딘 등 웨어러블한 소재는 이지 무드로, 부드러운 어깨와 넓은 라펠이 특징인 새로운 형태의 슈트는 올 가죽으로 디자인한 것이 특징이다. 이번 컬렉션의 주제에 대해 폴 앤드루는 ‘세대(Generation)’라고 정의했다. 브랜드의 전통을 지키면서 아카이브를 재해석해 브랜드가 추구하는 정신의 핵심인 가족과 세대 간의 문화적 연속성을 염두에 두고 디자인했다는 것. 그 결과 폴 앤드루는 페라가모 하우스에 내재된 편안함과 이탈리아적 고아한 풍취를 적절히 버무려 컬렉션을 완성했다. 이는 공개된 광고 캠페인에서도 오롯이 느껴졌다. 모델 최소라가 버건디 립스틱을 바르고 박시한 가죽 코트를 입고 무심하게 포즈를 취한 그 모습 말이다.
- 디지털 에디터
- 사공효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