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해보고 싶지만 선뜻 용기가 안 나던 브론즈 메이크업. 이제 도전할 때가 왔다.
시즌마다 지갑을 열지 않고는 못 배길 유혹적인 메이크업 컬렉션이 쏟아지는 세상이다. 이 와중에 내가 언제나 마음을 빼앗기는 계절은 ‘화장품 성수기’라 불리는 봄도 가을도 아닌 바로 여름! ‘선키스드 스킨’, 말 그대로 태양이 키스 세례를 퍼부은 듯 건강하게 그을린 피부로 연출해주는 브론즈 컬렉션이 출시되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브론즈 메이크업만큼 고급스럽고 시크한 동시에 건강해 보이는 메이크업이 또 있을까? 구릿빛으로 빛나는 피부에서는 삶의 즐거움과 여유, 거리낌 없이 활짝 웃는 웃음 같은 것이 연상된다.
지중해 모래사장에서 한가로이 몇 시간씩 누워 태닝할 수 있다면 이 메이크업이 어려울 것도 없겠지만, 도시의 여성에겐 먼 얘기다. 또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있다 해도 안티에이징의 견지에서 봤을 때 햇볕은 노화의 최대 적! 태양보다는 브론징 아이템의 도움을 받는 편이 여러모로 나을 텐데, 문제는 사용이 쉽지 않다는 것. 그을린 피부와 칙칙한 피부는 그야말로 한 끗 차이라, 나만 해도 그간 한 번 쓰고 화장대 서랍에 고이 모셔둔 브론저만 한가득이다. 내가 바란 건 럭셔리한 구릿빛인데, 거울 속의 내 얼굴은 다섯 살은 더 나이 들어 보이는 흙빛 스킨. 더군다나 나를 포함해 많은 한국 여성은 한 톤 밝은 파운데이션에 집착하는, 하얗고 깨끗한 스킨의 신봉자 아니던가? 거듭된 실패에 ‘역시 나한텐 안 어울려’ 선고를 내리고 더는 브론저 제품은 들이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무시하기에는 너무 예쁜 신상 브론저의 물결이 다시 몰려왔고, 이 제품들을 활용해 새하얀 모델 김아현과 화보를 찍으면서 브론징 메이크업이 생각만큼 어렵거나 부담스럽지 않다는 사실도 새삼 깨달았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류현정은 밝은 피부의 소유자라면, 자신의 피부 톤보다 너무 어두운 파운데이션으로 얼굴 전체를 뒤덮을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약간의 뉘앙스만 주면 돼요. 건강한 윤기와 태닝 스킨이라는 약간의 힌트 정도만요!” 실제로 그녀는 반 톤 정도 어두운 파운데이션에 약간의 펄 크림을 섞어 실크 베일처럼 얇게 바른 다음 눈매와 광대뼈에 펄 브론즈 파우더를 터치했다. 이때 전체적으로 펄을 뒤덮으면 얼굴이 커 보일 수 있으므로 얼굴 외곽에는 매트한 셰이딩 파우더를 발라 전체적으로 톤을 다운시켰다. 그 결과 아기처럼 하얗던 김아현의 피부가 휴양지에 어울리는 고급스러운 탠 컬러로 완성!
노란 피부에도 브론저가 어울릴까?
톰 포드 뷰티 교육팀 신관홍 과장 역시 피부를 어둡게 연출해야 한다는 고정관념부터 버리라고 말한다. “오히려 본인 피부 톤에 딱 맞게 한다는 생각이 필요해요. 여기에 약간의 골드 시머로 윤기 있게 마무리하는 게 핵심이죠.” 나스코리아 리드 메이크업 아티스트 여형석 과장은 리퀴드 제품을 활용하면 쉽고 빠르면서도 자연스러운 브론징 스킨을 연출할 수 있다고 말한다. “너무 어둡지 않은 중간 정도 컬러의 리퀴드 파운데이션과 리퀴드 하이라이터 또는 브론저를 6:4 비율로 믹스해서 발라보세요. 이때 리퀴드 펄 제품을 더하면 매트해질 수 있는데, 수분 크림을 약간 섞으면 건조함을 막을 수 있죠. ”
시즌마다 여심을 흔들며 새롭게 출시되는 파우더 타입 브론저를 사용하고 싶다면, 메이크업 포에버 아카데미팀의 배민주 선임 강사의 조언에 귀 기울일 것. “동양인의 피부는 기본적으로 옐로 톤을 띠어요. 따라서 밝은 피부더라도 자연스러운 셰이딩 컬러를 사용하면, 내추럴한 탠 스킨을 표현할 수 있죠. 자신의 피부 톤과 딱 맞는 파운데이션, 평소 사용하던 것보다 한 톤 정도 어두운 컬러를 선택해 피부에 얇게 발라주세요. 그런 다음 모가 촘촘하고 풍성하며 단면이 둥근 브러시를 이용해 브론징 파우더를 귀 아래, 턱 바깥쪽부터 큰 원을 그리듯 바르고, 광대와 헤어 라인, 콧대 양쪽도 차례로 쓸어줍니다. 콧대에 바를 때는 눈꼬리 앞쪽으로 셰이딩이 들어오면 칙칙해지니 조심하시고요. 브론징 파우더는 피부가 밝은 편이라면 붉은기 가 적은 베이지 브라운이나 토프 계열이 잘 어울리고, 피부가 어둡고 붉은 편이라면 회색빛보다는 골드 톤이 감도는 브론저가 잘 어울리죠. 이때 컬러를 입힌다기보다 먼지 떨어낸다는 느낌으로 가볍게 터치하는 게 포인트예요. 그런 다음 펄감이 있는 하이라이터를 얼굴의 튀어나온 부위 위주로 한 번 더 터치해주면 탱탱한 구릿빛 스킨이 완성되죠.” 신관홍 과장 역시 피부 톤에 따라 다른 테크닉을 발휘할 것을 추천한다. “노란 피부는 하이라이터보다는 블러셔로 혈색을 부여해야 칙칙해 보이지 않아요. 하얀 피부는 브론징 파우더를 이용해 전반적인 경계를 블렌딩해야 자연스럽고요. 특히 광대 라인이 살짝 도드라진 여성이라면 광대뼈 가장 높은 지점부터 뼈대를 받쳐주는 부분까지 브론징 컬러를 사선으로 빼주고 그 위에 블러셔를 넓게 바르면 입체적인 브론징 메이크업을 완성할 수 있답니다. ”
얼룩 없이 브론징 스킨 완성하기
브론저를 막상 바르다 보면 내 피부 톤과 달라 경계선이 지거나 얼룩지기 십상. 세컨드 스킨처럼 완벽하게 밀착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방시 트레이닝 매니저 박지현 부장은 “어떤 제품이든 소량 사용해 피부 톤을 최대한 얇고 투명하게 연출해야 얼룩 없이 표현됩니다. 특히 펄감이 강한 제품은 과하게 사용하면 인위적으로 보일 수 있으니 힘 조절이 필수예요. T존 부위에 사용할 때는 티가 날 듯 말 듯 살짝 터치하세요”라고 조언한다.
피부가 완벽한 구릿빛이 됐다면 다른 메이크업은 어떻게 하는 것이 잘 어울릴까? 진한 레드나 핑크는 일단 아웃. 톰 포드 뷰티의 신관홍 과장은 “웜톤의 컬러를 이용하세요. 피부 톤과 충돌을 일으키는 컬러는 인위적인 느낌을 줄 수 있으니 뉴트럴 코럴처럼 차분한 채도의 컬러를 사용하는 게 가장 이상적입니다”라고 조언한다. 좀 더 비비드한 서머 룩에 마음이 끌린다면 네온 컬러 아이라이너로 원포인트 메이크업을 완성하는 것도 괜찮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원조연은 어떤 색조를 사용하든 눈썹은 잘 정돈되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브로로 너무 꽉 채워 그리기보다는 숱을 잘 빗어 투명하게 정돈하는 것이 시원해 보여요.”
자, 이제 브론징 메이크업에 약간 용기가 생겼나? 전문가들은 브론저를 꼭 브론징 메이크업에만 활용할 필요도 없다고 한다. 눈이 부어 보이지 않게 베이스 섀도로 사용하거나, 핑크나 피치 컬러 블러셔와 섞어 차분한 컬러의 치크를 완성할 수도 있다. 그 어떤 아이템 보다 무궁무진하게 활용될 수 있는 것이 바로 브론저니까.
- 뷰티 에디터
- 이현정
- 포토그래퍼
- 최문혁
- 모델
- 김아현
- 스타일리스트
- 임지윤
- 헤어
- 조미연
- 메이크업
- 류현정
- 로케이션
- 아아바니플러스 사무이 리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