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체험을 통해 지속 가능성의 희망을 본 다이어터들의 이야기
굶고 약 먹고 주사도 맞다 보면 살은 빠진다. 그러나 평생 이렇게 살 수 있을까? 다이어트에 관해 가장 불편한 진실은 이것이 결국 하나의 삶의 방식이라는 것. 여기 오랜 체험을 통해 지속 가능성의 희망을 본 다이어터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친절한 다이어터로 만들어주는 방탄커피
방탄커피는 내가 ‘꾸준히’ 하는 ‘단기’ 다이어트다. 3년 전부터 6개월에 한 번 정도 체중 관리가 필요하다고 느낄 때 간헐적 단식과 병행해 바짝 한다. 요즘 다시 시작해서 두 달째 접어들었는데 아침마다 번거로운 건 어쩔 수 없다. 꼼꼼히 체크해서 구입한 신선한 유기농 커피를 갈아서 프렌치 프레스에 내린 뒤(이렇게 해야 커피의 좋은 기름을 그대로 섭취할 수 있다) 목초를 먹고 자란 소의 우유로 만든 무염 앵커 버터 1큰술, MCT 오일을 1큰술 넣어 핸드 블렌더로 갈아준다. 이렇게 마시면 정말 고소한 라테 맛이 난다. 밤 11시부터 아침은 방탄커피로 때우고 오후 2시까지 총 15시간의 공복을 유지한 뒤, 점심엔 (되도록 건강한 단백질 식단으로) 먹고 싶은 것을 맘껏 먹는다. 저녁은 지중해 식단을 파우더로 만든 포지티브 파우더만 물에 타 마시기도 하고 약속이 있을 땐 자유롭게 먹기도 하는데, 내 경우 이렇게 하면 일주일에 2~3kg은 너끈히 빠진다.
방탄커피가 좋은 이유는 허기에 시달리지 않고도 공복 시간을 행복하게 잘 넘길 수 있다는 거다. 보통 다이어트를 하면 힘이 없고 주변에 예민해지기 마련인데 이 다이어트는 그렇지 않다. 특히 아침의 집중력이 높아지고 에너지가 차올라 생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삭센다 주사도 맞아봤지만, 체중 감량에는 확실히 효과가 있을지언정 하는 내내 기운이 너무 없었던 것에 비해, 방탄커피는 마시는 동안 에너지가 불타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심지어 수족냉증에 시달리던 손발이 따뜻해지는 건 물론이고 장 활동도 원활해지고 부기도 잘 빠졌다. 방탄커피는 영국 영양사협회가 ‘올해 따라 하지 말아야 할 저명인사 다이어트 리스트’에 올린 악명 높은 다이어트고 많은 전문가들이 여전히 추천하지 않지만, 글쎄 평소 지방을 과하게 먹는 편이 아닌 내게 아침의 버터 한 스푼이 뭐 얼마나 문제가 될까 싶다. 무엇보다 체중이 정상 관리된다는 것은 포만감을 조율하는 호르몬 체계가 안정된다는 것인데, 신기하게도 이걸 먹은 뒤부턴 배부를 때 숟가락을 딱 놓게 된다. 다이어트는 라이프스타일이고 세상에 만능 치트기 다이어트란 없는 법. 어차피 미용실 가서 머리 자르듯, 살면서 계속해야 하는 것이 다이어트라면 기운 나고 주변에도 친절해지는 다이어트, 괜찮지 않나? – 백지수(뷰티 컨텐츠 디렉터)
저탄고지 헬시 먹방
저탄고지(Low Crab High Fat) 다이어트가 국내에 유명해진 것은 MBC에서 방영한 다큐멘터리 <지방의 누명> 이후부터다. 이를 취재한 후배에게 영향을 받아 시작했는데, 벌써 2년이 다 되어간다. 먼저 첫발을 디딘 것은 젊은 나이에 고혈압과 당뇨 진단에 위기 의식을 느낀 남편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의 혈압은 1년 만에 정상으로 돌아왔고 먹던 약도 끊었다. 살은? 무려 15kg이나 빠졌다! 내 경우 출산 후 55kg 나가던 체중에서 5kg 정도를 감량했는데, 신기한 것은 흐물거리던 살에 탄력이 생겼다는 것. 특히 얼굴의 부기가 쏙 빠진 덕분에 주변에서 10kg 빠진 것처럼 보인다고 한다.
저탄고지 다이어트는 탄수화물 섭취를 전체 식단에서 15% 이하로 제한하고, 양질의 지방 섭취를 50% 선으로 늘리는 것이다. 여기서 쌀이나 밀가루 같은 백색 곡물류는 물론이고 특히 당류, 즉 설탕 같은 정제 탄수화물을 줄이는 것이 핵심. 탄수화물을 줄이면 우리 몸은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태우기 때문에 체중이 조절되고, 혈당이 안정되고 각종 호르몬의 기능이 정상화된다고 한다.
이 다이어트는 뭐니 뭐니 해도 배부르게 먹을 수 있어 나처럼 배고픔을 못 참는 사람에게 딱이다. 아침은 계란프라이와 토마토로 간단히 먹고, 점심은 최소한의 소스를 뿌린 스테이크와 올리브, 달걀, 치킨이 들어간 샐러드로 배불리 먹는다. 저녁은 삼겹살에 상추와 같은 쌈채소, 콜리플라워와 김치볶음 등을 곁들인다. 야밤에 출출하면 통곡물 플랫 브레드에 버터를 듬뿍 발라 간식으로 먹거나 무당 무알코올 맥주에 구운 오징어를 하인즈 굿 마요네즈에 찍어 먹기도 한다. 그 외에 리베리코 돼지고기, 베이컨, 소고기, 새우, 회, 각종 해산물, 아보카도, 상추, 양배추, 파프리카 등이 추천 식품. 조리 시 기름은 첨가물이 적은 버터와 코코넛 오일을 주로 사용하고, 국수가 먹고 싶을 땐 오뎅면으로 만든 국수를, 과자는 아몬드 가루로 만든 쿠키를 먹는다. 이렇게 배고픔의 고통 없이 다이어트를 할 수 있다는 것 외에 좋은 점은 체력이 좋아지고, 부기가 빠진다는 것. 단점은? 양질의 지방을 섭취하기 위해 항생제가 가득한 고기를 피해야 하기 때문에 돈이 많이 든다는 정도. 대신 비싼 디저트를 덜 먹게 되었으니 어쩌면 드는 돈은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고기를 별로 즐기지 않던 밥순이가 어떻게 이렇게 변하게 되었는지 나도 신기하다. 처음엔 힘들 수 있지만 몸의 환경을 확실히 바꿔줘야 하므로 시작 후 3주 정도는 당을 완전히 제한하는 것이 성공으로 가는 비결이다. 그렇게 3주가 지나면 탄수화물이 그렇게 땅기지도 않고 몸의 변화가 느껴지면서 저절로 열심히 하게 된다. 나도 초반에는 철저히 지키다가 최근엔 외부에서 미팅이 많아 조금 느슨해졌는데, 집에서 내가 요리를 해 먹을 수 있을 때는 저탄고지 레시피를 최대한 유지한다. 물론 이 다이어트는 여전히 많은 의사들이 갑상샘 질환이나 심혈관계 질환, 신장이나 소화기가 좋지 않은 사람 등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으니 자신의 건강 상태를 자주 잘 체크하면서 진행하는 것이 좋을 것. 내게 있어 가장 큰 소득은 아무 생각 없이 하던 식생활이 바뀌어 이제는 건강하게 먹는 법과 좋은 식재료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게 됐다는 것이다. 식품 뒤의 성분표 하나는 정말 열심히 보게 됐으니까. – 김주은(제이에디션 대표)
부기 제거의 A to Z
내가 작년부터 집중하고 있는 것은 바로 ‘부기 제거’. 온갖 이유를 망라해 아주 쉽게 붓는 체질이기 때문. 너무 피곤해도, 너무 많이 자도, 너무 많이 먹어도, 너무 짠 걸 먹어도 붓는다. 사무실에서 좀 집중해서 오래 앉아 있으면 신발이 잘 들어가지 않고 다리에 바지 자국이 남기도 한다. 오죽하면 친한 미용실 원장님이 내게 오전 결혼식은 꿈도 꾸지 말라고 했을 까. 그래서 부기에 좋다면 온갖 것을 다 하고 있는데, (마케팅의 노예가 된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효과를 본 것이 꽤 있다. 기본은 혈점 마사지와 부기 제거 패치. 특히 SNS에서 유명한 메디테라피 부기 제거 패치를 속는 셈 치고 사봤는데 이게 진짜 물건이었다. 4개월째 재구매해서 쓰고 있는데 떨어지면 마음이 초조할 정도. 특히 많이 서 있거나 피곤했다 싶은 날은 정말 효과가 어마어마하다. 앞으로도 월급을 바칠 듯. 부기를 빼준다는 공미 차도 다섯 달째 마시는 중인데, 야식이나 저녁 약속이 있는 날 챙겨 먹고 안 먹고에 따라 다음 날 눈 크기가 달라진다. 여기에 필라테스를 더하면 하기 전후의 비포 & 애프터 사진이라도 보여주고 싶을 정도. 그 맛에 늦잠의 유혹을 떨치고 토요일 오전 운동을 빠짐없이 간다. 그러고 보면 부기를 빼는 데에는 역시 정도뿐인 듯. 그래서 오늘도 종아리를 열심히 주무른다. – 피성연(코티 코리아 홍보팀)
마이크로비오틱, 이 좋은 걸
언제 적 마이크로비오틱이냐고? 많이 들어는 봤어도 실제로 실천해본 사람은 별로 없는 것이 마이크로비오틱 식단이다. 체중이 70kg대를 찍으면서 주사에 약에 정말 이것저것 안 해본 다이어트가 없는데, 이만한 다이어트가 없더라. 마이크로비오틱은 간단히 말해 식품을 통째로 먹어 그것이 가진 고유의 에너지를 모두 흡수하는 것으로, 제철 채소의 뿌리부터 잎까지 다 먹되 영양소가 손실되지 않는 특별한 조리법을 사용한다. 보통 영양소를 보호하기 위해 생식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사람의 위는 그렇게 강하지 않고 식물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독성을 내장하고 있으므로 익혀 먹는 것이 좋다. 조리 방법은 현미밥을 지을 때 압력 밥솥에 약불로 20분간 데운 뒤, 중불로 다시 20분 끓이고, 불을 끈 채 20분 뜸을 들이는 식이다. 국을 끓일 때도 기름 대신 물에 볶는다는 기분으로 채소를 먼저 푹 익히는 게 핵심. 약중불만 사용해 양파는 단내가 날 때까지 볶고, 버섯은 수분이 날아갈 때까지 익혀 사용한다. 근데 이게 어떻게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냐고? 아무리 밥을 많이 먹어도 금세 허기가 질 정도로 소화가 매우 잘되고 숙변에 도움이 된다는 것 외에 특별할 것도 없지만 살이 빠지니 신기할 따름. 내 경우 1년간 저녁만 이렇게 먹었을 뿐인데 10kg가량 빠졌다. 대단한 요리를 한 것이 아니라 밥과 국만 그렇게 차려 먹었는데도 말이다. 나는 워낙 대식가라 저녁에 현미밥을 거의 두 그릇씩 먹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도 붓지 않을 뿐 아니라, 특히 붉게 달아오른 피부가 가라앉고 톤이 놀랍게 맑아졌다. 맛있는 건 덤이다. 친구들을 초대해 마이크로비오틱 식단으로 밥을 차려준 적이 있는데, 자극 없이 편안하고 기분이 좋아지는 맛이라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는 평을 들었다. 앞으로 10kg을 더 뺄 예정인데, 이 방법이라면 평생이라도 할 자신이 있다.
- 뷰티 에디터
- 이현정
- 사진
- GETTY IMAGES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