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워 레거시의 첫 여성복 컬렉션
올해로 14주년을 맞는 스웨덴 브랜드 아워 레거시(Our Legacy)가 첫 여성복 컬렉션을 론칭한다. 담담하고 무심한 옷의 정서와 독특한 예술적 행보로 많은 팬을 보유한 브랜드가 여성복을 론칭한다니 궁금한 점이 많아졌다. 브랜드의 고향 스웨덴으로 질문을 보냈고, 설립자 중 한 명인 크리스토퍼 닝 (Christopher Nying)이 답을 보내왔다.
청담 비이커에서 아워 레거시를, 특히 여성복을 만나게 되어 굉장히 기쁘게 생각한다. 비이커와의 만남은 어떻게 성사됐나? 수년 전 파리에서 비이커팀을 만났다. 아워 레거시를 매우 잘 이해하고 있는 이들이라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 일을 도모하고 있다.
브랜드를 소규모로 유지해왔는데, 여성복을 론칭한 계기는? 오랜 시간 여성복을 디자인하고 싶었지만, 시스템이 구축될 때 까지 기다렸다. 브랜드가 자연스럽게 성장하도록 한 것이다.
한 인터뷰에서 무드보드를 하지 않는다고 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번 컬렉션을 만든 방식은 어땠나? 틀에 박힌 개념과 방식을 파괴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대적 개념이 있는 새로움을 창조하기 위한 과정이랄까. 결국 스타일보다는 원단과 환경에 더 주력하기로 했다.
그래서인지 컬렉션이 무심하고 낡고 투박한 안티 패션의 경향이 있다. 요즘의 당신에게 ‘패션’이란 어떤 의미인가? 최근에는 ‘지속 가능한 패션’을 일관성 있게 가져가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항상 옷을 왜 만드는지 그 이유를 고찰함으로써 모든 것이 시작된다. 예전에는 자아를 표현하는 아이디어, 최신과 오래된 것의 혼합, 예기치 못한 소재를 쓰는 것이 패션의 미덕이 라고 생각했다면, 최근에는 내가 꿈꾸는, 이상적인 나의 이미지를 스스로에게 투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긴다. 패션은 아주 현실적이어야 한다. 하루하루 더 나은 ‘나’를 만드는 것이다.
남성복 브랜드가 출시하는 여성복을 사려는 여성은 그저 ‘여성스러운’ 디자인을 원하는 이들이 아닐 것이다. 혹시 여성복을 만들 때 특별히 고심한 부분이 있다면? 오히려 여성복이 남성복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큰 것 같다. 젠더 구분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 우리 컬렉션의 특징이다.
서울에서 아트 디렉터 행크 그뤼너가 보여준 라이브 페인팅 퍼포먼스는 아주 멋졌다. 아티스트 그룹과 패션 사이 상호작용 중 최근 흥미로웠던 것이 있다면? 커스터마이징 아닐까.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예술을 하게 하고,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게 하는 것이 커스터마이징의 장점 같다.
아워 레거시를 입는 여성은 어떤 사람일 거라 상상하나? 누구나 될 수 있다. 브랜드를 대표하는 얼굴이 없었던 것이 우리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아워 레거시를 정의하는 단어 세 가지를 꼽는다면? 독립적(Independent), 한시적(Transitory), 사람(People).
- 패션 에디터
- 이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