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리스너가 만나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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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리스너가 만나는 방식이 점점 자유롭고 다양해지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제한과 독점을 통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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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1일,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페이스북에는 앨범 발매를 알리는 공지가 떴다. 이 앨범의 특이한 점은 음원을 유통하지 않으며, 음반을 레코드 숍에서 구입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덧붙여 데카나 도이치 그라모폰 같은 유명 레이블에서 발매한 것도 아니다. 음반을 판매하는 루트는 연주자 자신이 주축이 된 아티스트 콘텐츠 기획사의 홈페이지, 그리고 커피 전문점 테라로사의 온오프 매장뿐. 2015년 11월 더블유와의 인터뷰에서 손열음은 어느 공간에서나 음악이 들려오는 한국에서 혹사되는 청각의 피로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다. 카페나 식당, 미용실이나 백화점 같은 곳에서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배경음악을 듣는 집단 경험을 예민하게 느끼고 있던 이 음악가는 그 안타까움을 동력으로 아예 자신이 곡을 선정하고 연주해 녹음해버렸다. ‘여름날의 카페’를 주제로 한 피아노 연주곡 모음 <Under The Sun>은 그렇게 탄생했다. 책으로 치자면 독립 출판물처럼, 기존의 음반 제작 루트를 따르지 않고 시스템 밖으로 슬쩍 나와 유연하고 빠르게 아티스트의 아이디어를 실행한 것이다.
가수 이승열은 7월 4일 발표한 6집 <요새드림요새>를 실물 음반과 애플뮤직 스트리밍을 통해서만 제한적으로 유통한다. 멜론이나 벅스와 같은 국내 주류 음악 서비스들에 비해 음원 수익 분배율이 합리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렇게 자기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었던 건 이번 앨범의 판권을 소속사가 아니라 자신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음원 서비스는 창작자와 유통사의 수익을 6 대 4, 애플뮤직은 7 대 3으로 배분한다고 알려져 있다. 해외의 경우 애플뮤직이나 스포티파이, 판도라 같은 메이저 회사와의 차별화를 내세우는 고음질 스트리밍 서비스인 ‘타이달’이 있다. 2015년에 이 회사를 인수한 뮤지션 제이지는 최근 자신의 신보 <4:44> 앨범을 이곳에 독점으로 공개했다. 콜드플레이의 크리스 마틴, 비욘세, 마돈나 등의 뮤지션도 이 회사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리한나, 카니예 웨스트 같은 아티스트의 음악을 이곳에서 처음 독점 공개하면서 회원을 늘려왔다. 시간 단위를 다투는 디지털 문화 생태계에서 영향력 있는 뮤지션의 음악을 가장 먼저 어디에서 들을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중요한 이슈가 된다.
G드래곤의 지난 앨범 <권지용>은 CD나 LP, 카세트테이프 같은 음반의 형태가 아니라 usb로 발매되었다. 재미있는 점은 PC에 꽂아 열면 음악 파일이 아니라 다운로드 링크가 들어 있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도 이미 SD카드나 메모리 포맷으로 음반을 내는 사례는 있었는데, 이렇게 음악의 실체 없이 url 하나만 품고 있는 이 상품에 대해 한국 대중음악 차트를 집계하는 ‘가온차트’에서는 순위에서 제외했다. 앨범으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사실 대다수 사용자들은 모바일 폰을 통해, 그리고 한 달에 3천원에서 7천원가량을 지불하는 정액 스트리밍 방식으로 음악을 듣는다. usb나 CD, LP는 음악을 접하는 유일한 길이라기보다 그 음악가의 팬들을 위한 하나의 굿즈에 가까운 위상이 되었다. 창작자의 아이디어와 노력을 ‘멜론 차트 100’이 집어삼키고 묻어버리는 현재의 시장에서, 자신의 음악을 알리고 합당한 대가를 받기 위한 음악가들의 시도는 음원 서비스에 자체에 대한 거부 또는 선택으로 드러나고 있다. 제이지나 G드래곤의 10집 때라면 상황은 또 달라져 있을 것이다.

에디터
황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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