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많은 도시지만 도쿄 여행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예전만큼 경제적 문화적 격차가 나는 것도 아니고 방사능에 대한 우려를 떨칠 수 없다지만,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도쿄는 여전히 동경할 수 밖에 없는 여행지다. 한국까지는 들르지 않는 뮤지션들의 공연이 있고, 공연을 가능하게 하는 음악 팬들의 수요가 있고, 그 힘으로 굴러가는 음반 시장이 있기 때문이다. 도쿄 행 비행기로 나를 불러들인 건 폴 매카트니의 일본 투어 소식이었다. 주말 동안의 빠듯한 일정이었지만 중고 음반 매장인 디스크 유니언에서의 디깅(판 고르기), 숙소 인근인 긴자의 여기저기를 둘러보는 것 만으로도 충분했다. 게다가 살아있는 비틀 멤버를 눈 앞에서 보고, 추억의 그 노래들을 내가 기억하는 목소리로 듣는 경험까지. 폴 매카트니 다음으로 누구의 공연이라면 선뜻 일본에 가게 될까? 톰 웨이츠나 레너드 코엔, 브루스 스프링스틴, 마돈나, U2…… 상상 만으로도 난 이미 공항 리무진 버스에 탑승. 불필요한 외화 유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런 뮤지션들이시여, 한국에 와서 부디 공연해 주시면 안 될까요? 음식이 맛있고 관객들이 화끈하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