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과천 본관 중앙홀은 내년 2월 28일까지 <데이비드 호크니 : 와터 근처의 더 큰 나무들>전을 개최한다. 록스타 같은 인기를 누리는 70대 거장의 현재를 압도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기회다. 전시에 즈음해 그에 관한 중요하고도 사소한 몇 가지 사실을 귀띔한다.
1. 전시작의 원제는 ‘와터 근처의 더 큰 나무들 또는 새로운 포스트-사진 시대를 위한 모티브에 관한 회화’(이하 ‘와터 근처의…’)다. 총 50개의 캔버스를 이어 완성한 높이 4.5m, 폭 12m의 대형 풍경이다. 단 한 작품뿐인 전시지만 결코 공간이 허전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2. ‘와터 근처의…’가 묘사하는 건 겨울 풍경이다. 추운 계절을 택한 이유에 대해 호크니는 나뭇잎으로 가득 찬 단단한 덩어리가 되는 여름 나무보다는 그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겨울 나무가 더 흥미롭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3. ‘와터 근처의…’는 야외에서 그린 실경화다. 호크니는 한 번에 단 하나의 캔버스만을 그렸으며, 완성된 부분은 곧장 사진으로 찍어 작은 크기로 출력했다. 그렇게 프린트들을 맞춰보고 실제 풍경과 견주어가며 전체 그림을 설계한 것.
4. 데이비드 호크니는 회화, 판화, 사진, 무대 미술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활동해왔다. 처음 화가가 되기로 결심한 건 열한 살 때인데, 당시에는 화가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도 정확히 몰랐다고 한다.
5. 1964년 이후 미국 캘리포니아에 머물면서 그의 주제 의식이나 형식은 큰 변화를 겪게 된다. 젊고 건강한 청년, 수영장, 야자수, 뜨거운 햇살 등이 당대의 관심사였다. 호크니의 대표작 중 하나인 <어 빅 스플래시>도 이 시기에 완성됐다. 그는 LA에서 30여 년 이상을 지낸 뒤 다시 고향인 영국 요크셔 지방에 돌아와 정착했다.
6. 무대 미술 감독 경력은 대부분 오페라에 집중되어 있다. 1970년대부터 스트라빈스키의 <탕아의 역정>,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푸치니의 <투란도트> 등 10여 편의 작품에 참여했다.
7. 1980년대에는 조각조각 잘라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을 이어 붙여 하나의 풍경을 완성하는 포토콜라주 작업을 시도했다. 파리 보그 1985년 12월호는 표지와 내지 40페이지 분량을 호크니에게 맡겨 그의 드로잉과 포토콜라주를 싣기도 했다.
8. 데이비드 호크니는 기술의 발달에 관심이 높고, 이를 자신의 작업에 즐겨 접목한다. 1980년대에는 팩스로 전송된 이미지만을 활용해 판화를 제작했고, 붓과 캔버스 대신 매킨토시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2009년부터 아이폰으로 드로잉을 시작했으며, 2010년에는 아이패드와 사랑에 빠졌다. 청력을 거의 잃었기 때문에 전화 통화를 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그림을 그려 친구들에게 전송하는 용도로 아이폰을 사용하곤 했다.
9. 영화 애호가이기도 한 그의 추천 목록. 페데리코 펠리니의 <그리고 배는 항해한다>, 자크 타티의 <윌로 씨의 휴가>, 그리고 로버트 저메키스의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
10. 위의 내용 중 일부는 미술 평론가 마틴 게이퍼드가10 여 년에 걸쳐 호크니와 나눈 대화를 정리한 <다시, 그림이다>에서 발췌한 것이다. 그 외에도 찾아볼 만한 책으로는 호크니가 직접 집필한 <명화의 비밀>이 있다. 앵그르, 카라바지오, 베르메르 등 고전 화가들에게 관한, 음모론에 가까운 흥미진진한 연구 결과를 담았다.
- 에디터
- 피처 에디터 / 정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