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스마라 2020 리조트 컬렉션 리포트 | 더블유 코리아 (W Korea)

박물관이 살아 있다

2019-12-03T21:45:05+00:002019.12.04|FASHION, 뉴스|

막스마라 2020 리조트 컬렉션 리포트.

이탈리아의 예술적 전통을 패션에 담아내는 막스마라(Max Mara)가 베를린 신 박물관에서 2020 리조트 컬렉션을 선보였다. 유구한 시간을 품은 이곳에 등장한 건축적인 옷과 아름다운 장식, 조각품처럼 보이는 주얼리 컬렉션은 박물관의 박제된 작품이 깨어난 듯 잠들어 있던 역사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리조트 컬렉션을 즐기는 묘미 중 하나는 4대 패션위크 도시를 넘어 전 세계 어디든 목적지가 될 수 있다는 거다. 패션 하우스들은 이번 시즌 역시 LA, 로마, 마라케시 등 다채로운 문화와 개성을 품은 도시로 떠나 쇼의 판타지를 더한 실용적인 성격의 2020 리조트 컬렉션을 선보였다. 그리고 더블유의 애독자라면 지난 5월,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과 유튜브를 통해 리조트 컬렉션의 현장감 있는 영상을 확인했을 터. 막스마라가 이번 리조트 컬렉션을 위해 향한 곳은 베를린이다. 올해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 30주년이 되는 해로, 막스마라는 예술과 건축, 디자인으로 유서 깊은 도시에 경의를 표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쇼가 열린 신 박물관은 부침이 많은 곳이다. 제2차 세계대전 때 폭격으로 60년 동안 방치되었다가, 건축물 복원 작업에 돌입한 후 10여 년 만인 2009년에 재개관해 새 생명을 얻었다. 복원 작업을 맡은 데이비드 치퍼필드는 전쟁으로 파손된 상처를 보존하면서 빌딩의 파사드와 내부 구석구석을 정교하게 복원해 19세기 박물관 디자인과 역사를 품은 건축물로 재탄생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막스마라는 역사적으로 유서 깊은 베를린의 박물관과 협업한 최초의 브랜드로 이름을 올렸다.

이번 시즌 리조트 컬렉션은 1970년대 베를린의 전성시대를 풍미한 인물들에서 비롯했다. 바이마르 공화국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사랑하는 플레이보이>에 출연한 데이비드 보위와 마를레네 디트리히의 룩이 영감의 요소가 된 것. 날렵한 어깨 라인의 슈트와 와이드 팬츠, 꽉 조인 벨트 디테일의 트렌치코트처럼 클래식한 아이템은 프린지 장식으로 현대적인 생명력을 더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안 그리피스는 이번 시즌 컬렉션의 맥락은 하나의 룩으로 관통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먼저 도시에 대한 경의를 담아 명명한 베를린 코트는 깨끗하고 맑은 순백색의 테일러드 코트로 디자인됐다. 독일의 장인 정신을 대변하는 마이센 도자기에 대한 오마주를 담은 것인데, 이를테면 더블 페이스 캐시미어 울 코트의 어깨에 마이센의 장식성에서 비롯한 플라워 엠브로이더리를 더하는 식이다. 기계 주름 장식의 와이드 팬츠는 손으로 짠 듯한 소재에 메탈릭한 광택과 팬츠의 아우트라인을 장식한 프린지로 신비로운 무드를 담아냈고(막스마라는 이를 소박한 형태와 사상을 가치 있다고 보는 철학과 예술, 문학 사조인 ‘신프리미티비즘’이라고 일컬었다), 미세한 사슬에 엮인 꽃잎을 연상시키는 얇은 메탈 목걸이를 매치했다. 이안은 보물 창고에 다름없는 마이센의 풍부한 아카이브에 매료됐다고 말한다. 자연 그대로 채색하지 않은 새하얀 반투명 도자기의 아름다움과 엠브로이더리 디테일은 그대로 막스마라의 오프숄더 톱과 재킷, 스커트 등을 입체적으로 수놓은 꽃 장식에 반영되어 신선한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독일의 탁월함에 대한 찬가’를 노래하는 리조트 컬렉션의 무드 보드와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대목입니다.”

신 박물관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선사시대 유물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다. 그 시대 손으로 직접 두드려 만든 공예품이 현대에도 통용되는 세련미를 가졌다고 생각한 이안은 이번 시즌 주얼리 컬렉션을 처음 선보였다. 디자이너 리마 파차치(Reema Pachachi)와의 협업으로 완성된 주얼리는 박물관의 소장품에서 직접적인 영감을 얻은 총 13개의 아이템으로 구성됐으며, 막스마라의 레디투웨어 컬렉션과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석기 시대의 부싯돌, 청동기 시대의 메탈 오브제, 철기 시대의 거친 질감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각각의 아이템은 황동에 다양한 색상의 금속을 입혀 완성했다. “베를린 신 박물관의 고대 유물 중 거친 돌의 질감과 조합, 조각적인 모양, 해진 직물과 매끈하고 산뜻한 건축물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황동이나 청동은 처음 다룬 소재였는데, 클래식한 질감이 주는 매우 흥미로운 작업이었습니다.”

마를레네 디트리히의 영역은 전설적인 스타, 우테 렘퍼를 이곳으로 소환하기에 이르렀다. 그녀의 가장 최근 공연 또한 마를레네에 대한 개인적인 오마주를 담아 찬사를 받았다. 막스마라의 오랜 프렌즈로 활동하는 캐럴린 머피와 함께 피날레에 깜짝 등장한 우테는 모든 이의 환호를 불러일으키며 가슴 저릿한 인상을 남겼다. 우테 렘퍼는 쇼 전날 막스마라의 카바레 나잇에서 열린 콘서트에 등장해 인생의 모든 장을 장식했던 근사한 노래를 들려준 바 있다. 여성의 사회적 발전과 함께하는 막스마라의 모토가 세대를 거쳐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깨닫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