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가는 배우, 다코타 존슨 | 더블유 코리아 (W Korea)

악몽에서 막 깨어난 여인

2018-11-26T16:15:18+00:002018.11.27|FEATURE, 피플|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에서 사랑스럽던 다코타 존슨을 떠올린다면,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기괴한 공포 영화 <서스피리아>가 더욱 놀라울 것이다. 눈에 진한 메이크업을 한 얼굴이 낯설게 보이지만, 루카 구아다니노가 직접 찍은 그녀의 모습은 색다르게 우아하다.

초록색 드레스는 디올 오트 쿠튀르, 목걸이는 위에서부터 본인 소장품, 페블 런던, 패트리시아 본 무슬린, 망사 스타킹은 월포드 제품. 귀고리는 본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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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버릴 것 같은 악몽을 꿨어요.” 다코타 존슨(Dakota Johnson)은 신작인 미스터리 공포물 <서스피리아(Suspiria)>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누구든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과 함께할 수 있다면 그 어떤 모험도 경험해보고 싶을 거라는 말과 함께. 루카 구아다니노는 <아이 엠 러브>, <비거 스플래쉬>,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으로 각인된, 이미지에 일가견이 있음을 보여준 인물이다. 이번에 그는 1977년에 나온 컬트 호러 클래식을 오마주했다. 스틸컷 몇 개만 봐도 섬뜩하며 정체가 궁금해지는 <서스피리아>에는 마녀들이 운영하는 독일 학교에 입학한 미국인 발레리나 학생 역의 다코타 존슨이 다른 여성의 몸을 조종하는 장면이 있다. 아마 손으로 눈을 반쯤 가리고서야 그 장면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다코타 존슨이 춤을 추며 초자연적인 힘을 발산하면 다른 여성의 몸은 마구 흔들리는데, 몸이 찢어지고 뒤틀리면서 온갖 종류의 액체를 뿜어낸다. 길게 말할 필요도 없이, 이 영화는 매우 충격적이다. 촬영이 시작될 무렵부터 배우들이 여러모로 충격을 받았듯이 말이다. 어릴 때 발레를 배웠고, <서스피리아>에 어울리는 체형을 만들기 위해 1년 동안 강도 높은 트레이닝을 받은 다코타 존슨이 회상한다. “사람들이 다쳤어요. 퍼스트 조연출은 다리가 부러졌고, 저는 허리를 다쳤죠. 근육 경련이 일어나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지경이 되기도 했어요.” 첫 촬영은 이탈리아 알프스 기슭에 버려진, 그녀의 표현대로라면 ‘어둡고 칙칙한’ 그랜드 호텔 캄포 데 이 피오리에서 진행됐다. 그날이 마침 핼러윈 데이였다는 사실이 불길한 분위기를 더할 뿐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재미있었어요.”

기하학적인 무늬의 드레스는 디올 오트 쿠튀르, 목걸이는 카라 크로닌저, 연두색 스타킹은 팔케, 슈즈는 더 로우 제품.

기하학적인 무늬의 드레스는 디올 오트 쿠튀르, 목걸이는 카라 크로닌저, 연두색 스타킹은 팔케, 슈즈는 더 로우 제품.

불행한 운명을 피할 수 있게 도운 이들은 대개 여성 출연진이었다. 틸다 스윈턴, 미아 고스, 클로에 모리츠, 독일 영화감독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의 뮤즈였던 잉그리드 카벤, 모델인 멜고시아 벨라와 알렉 웩의 카메오 출연까지, 다코타 존슨은 이들을 ‘아름다운 예술가 무리’라고 묘사했다. 의상도 빠뜨릴 수 없다. 시크한 1970년대풍 실크 블라우스, 하늘거리는 드레스, 무릎 높이의 힐 부츠 등등. 모두 2017년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으로 아카데미에서 의상상을 받은 셀린의 니트 디자이너 줄리아 피에르산티의 작품이다. “정말 멋진 빈티지 옷들이거나 핸드메이드였어요. 어떤 천은 제 소파 커버로 쓰고 싶었다니까요?”
그러나 그녀에게 의상보다 더 큰 특전은 루카 구아다니노와 다시 일하는 것이었다. 루카 구아다니노는 2015년 <비거 스플래쉬>에 다코타 존슨을 캐스팅했을 뿐 아니라 이 기괴하면서 위트 있는 <더블유> 패션 화보도 직접 촬영했다. 다코타 존슨이 ‘재미있고 소소한 활동’이라고 부른 이 화보 촬영의 콘셉트는 ‘오트 쿠튀르를 갖춰 입은 정신 나간 주부’. “저는 인간, 협업자, 예술가로서 루카를 진심으로 신뢰해요.”

<서스피리아>처럼 힘든 촬영을 하면 악몽에 시달릴 수밖에 없지만, 이제 이 무모한 모험도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다코타 존슨은 요즘 자신의 회사인 ‘실루엣 컴퍼니’에서 준비 중인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다. 가장 먼저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1920년대 미국에서 정신 지체아들에게 강제 불임 시술을 자행한 사건을 다룬 애덤 코헨의 베스트셀러, <얼간이: 대법원, 미국 우생학, 그리고 캐리 벅의 불임 시술>을 영화화하는 것이다. 한때 미국에서는 DNA 개량을 목적으로 한 우생학이 유행했고, 그 비극적인 시대 배경 아래 미국 전역에서 무려 수만 명 이 강제 불임 시술을 받았다. 그 끔찍함의 종류는 다르지만, <서스피리아>만큼 말만 들어도 공포스럽다. 그녀는 불임 시술을 강제로 받은 젊은 여성 캐리 벅을 연기할 예정이다. “프로젝트라는 걸 좋아합니다. 이미 다져진 길에서 약간 벗어나볼 수 있으니까요.” 이 용감하고 유쾌한 여자가 언제까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만으로 회자되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