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에 갔다. 어두운 곳에서 또렷하게 자신만의 음악 세계와 색깔을 만들어내는 여성 디제이와 비트메이커들을 만났다.

 

DJ SODA_@deejaysoda

빨강 오버올은 캘빈클라인 진스, 안에 입은 벨벳 브라톱은 H&M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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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다는 여성 디제이 생태계에서 가장 롱런하고 있는 인물이다. 본인이 기억하는 첫 데뷔는 2013년 7월 20일. 그날을 이렇게 회상했다. “이태원의 베뉴라는 라운지에서 첫 무대를 기다리면서 우황청심환을 먹었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올드 스쿨 힙합 음악으로 세트 리스트를 짰고, 친한 친구들을 전부 불러모았는데 그날 건물 전체에 전기가 나가버렸죠. 당시 디제이 노아(Noah) 선생님이 지금껏 이 건물이 정전된 건 처음 본다면서 너는 반드시 크게 될 거라고 위로했어요(웃음).” 소다가 거둔 성과를 보면 그의 말이 틀리지는 않았다. 2016년 세계적인 축제인 태국 ‘송크란 S2O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로 선정되었고, 2017년에는 BBC 라디오 프로그램 ‘디플로 앤 프렌즈’에서 1시간가량 믹스셋을 선보인 한국인 최초의 디제이로 뉴스를 장식했으니까. 스페인, 호주, 일본, 홍콩,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전세계 대형 페스티벌에서 헤드라이너 디제이로 활약하며 작년에는 ‘톱 100 디제인톱(TOP 100 DjaneTop)’ 아시아 부문에서 1위, 세계 부문에서는 23위를 차지했다. 소다의 파워와 인지도에 이의를 제기하기란 어렵다. 최근에는영국으로 투어를 다녀왔고, 인도네시아 페스티벌에서도 디제잉을 펼쳤다. “2만 명 정도의 관객 앞에서 공연했는데 서로 같이 즐기고 춤추는 모습에 좋은 에너지를 가득 받고 왔어요.” 소다는 공연할 때 항상 마이클 조던의 시그너처인 조던을 신고 올라간다. 대형 페스티벌에 오르며 팝부터 EDM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틀지만 여전히 중심에 있는 건 힙합이라고. “요즘은 장비가 좋기 때문에 예전보다 쉽게 디제잉을 할 수 있는 시대예요. 하지만 저는 힙합을 기반으로 하는 디제이고 10년 가까이 턴테이블로 믹싱을 연습했어요. 초반에는 스크래치 연습하느라 바늘도 많이 부러뜨렸고요(웃음). 순발력 있게 음악을 틀려면 BPM의 차이가 많이 나는 노래를 플레이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여러 가지 기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독특한 믹싱 방법을 연구하고 요즘도 꾸준히 저글링과 스크래치를 연습하고 있어요.” 소다가 꿈에 그리는 무대는 벨기에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뮤직 페스티벌 ‘유나이트 위드 투모로랜드’. 한편으론 이런 상상도 한다. “섬이나 산골 마을처럼 쿵쾅거리는 음악이 울려 퍼질 기회가 흔하지 않은 곳에서 공연해보고 싶어요.”

 

LIONCLAD_@lioncladbeats

색 브라톱은 푸시버튼, 볼드한 스트라이프 무늬의 통 넓은 팬츠는 자라,  신발은 펜디 제품.

흰색 브라톱은 푸시버튼, 볼드한 스트라이프 무늬의 통 넓은 팬츠는 자라, 신발은 펜디 제품.

WK1808-DJ-1 수정11

라이언클래드를 처음 본 건 새벽 1시경 클럽에서였다. 어둠 속에서 몸을 흔들던 사람들이 그가 등장하자 동작을 멈추고 하나둘 휴대폰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검은색 16개 패드 위로 손가락이 쉴 새 없이 움직였다. ‘때리다, 펀칭하다, 가격하다, 찌르다.’ 그날 벌어진 일을 설명하기에 어떤 동사가 가장 정확한지 모르겠다. 손목의 맥을 정확하게 짚어내듯 핑거 드러밍 속주가 이어졌다. 기괴하고 우울하며 몽환적이었다. 이튿날 햇볕이 내리쬐는 카페 창가에 마주 앉았다. 고개를 반쯤 숙인 채 퍼포먼스를 펼친 얼굴이 이제야 보였다. “공연할 때 정면을 제대로 볼 수가 없어요. 클럽이 어두운 데다 패드가 까맣기까지 하니까 감각에 의존에서 정확하게 패드를 눌러야 하는데 쉽지 않아요. 그 순간만큼은 세상에 오직 나와 얘밖에 없다는 느낌으 로 음악에 완전히 빠져버리죠.” 라이언클래드가 ‘얘’라고 의인화한 기계는 엠피씨 또는 엠피디라고 불리는 장비다. “악기라기보다 장비에 가까운데 그 장비를 악기로 사용한다는 점이 특이하고 재미있게 느껴질 수 있어요. 세상의 모든 소리 가운데 제가 고른 소리를 마치 콜라주하듯 조금씩 따다가 음악을 만드는 거죠.” 라이언클래드는 전자음, 특이한 악기, 마녀 웃음소리, 스님의 목탁 소리, 떠드는 소리 등 그야말로 다채롭고 의외로운 소리를 수집한다. “그 모든 소리가 제 음악을 이루는 하나의 부분인데 사람들이 예상하지 못하는 사운드죠. 이미지적인 음악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사람들이 제 음악을 들었을 때 그게 뭐라도 무언가 떠올랐으면 해요.” 라이언클래드는 2016년 <Lionclad>라는 문제적 앨범을 발표했다. ‘Seoul Seoul’ ‘Africa’ ‘터’ 등 11곡이 수록되어 있는데 외계에서 보낸 수신호나 주술사가 외우는 주문처럼 묘한 음악이다. 힙합 프로듀서이자 비트메이커로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걷게 된 이유가 궁금했다. “어린 시절부터 힙합, 그중에서도 트립합을 엄청 좋아했고 힙합 프로듀서들 대부분이 디제이에 가깝지 않나 생각했어요. 특히나 비트 저글링이나 스크래치 디제이처럼 퍼포밍을 할 수 있는 디제이를 좋아하고 리스펙했죠. 제가 좋아하는 걸 뭔가 다른 방식으로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라이언클래드는 비요크나 포티스헤드의 음악을 좋아하고 디제이 손(Son)에게 디제잉 기술도 배웠다. 본인 표현에 따르면 ‘방구석에서 비트만 찍다’가 뭔가 보여줘야 할 때가 왔음을 인지하고 처음 세상 밖에서 공연한 곳은 이태원의 엘리사운드라는 클럽. 불과 1〜2년 전에 일어난 작은 변화다. 자신의 음악이 멋지다는 걸 알아주는 사람들이 거기에 있었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받았다고 했다. 곧 그의 2집  <Gypsum Teeth>가 나온다. “석고 이빨이라는 뜻이에요. 어딘가에 종속되어 있으면서도 지배받기 싫어하는 사회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앨범이에요. 조금은 슬프게 들릴 테지만 곳곳에 위트가 숨어 있어요.”

 

DJ MUSHXXX_@mushxxx

아가일 무늬 터틀넥은 미우미우, 깅엄 체크 팬츠는 펜디, 빨강 슬리퍼는 자라 제품.

아가일 무늬 터틀넥은 미우미우, 깅엄 체크 팬츠는 펜디, 빨강 슬리퍼는 자라 제품.

아가일 무늬 터틀넥은 미우미우, 깅엄 체크 팬츠는 펜디, 빨강 슬리퍼는 자라 제품.

아가일 무늬 터틀넥은 미우미우, 깅엄 체크 팬츠는 펜디, 빨강 슬리퍼는 자라 제품.

디제이 무쉬는 어두운 클럽, 멀찍이서 바라봐도 선명하게 도드라진다. 새빨간 레드 립, 투 블록 컷, 루스한 핏의 셔츠. 하필이면 어느 날 눈에 띈 카페의 데일리 수프가 버섯(Mushroom)이었고, 알파벳 X와 숫자 3이 좋아서 스스로 붙인 암호 같은 이름 무쉬(MUSHXXX). 2012년 데뷔를 시작으로 지금 가장 주목할 만한 행보를 걷고 있 는 디제이 중 한 명이다. 국내 크고 작은 주요한 클럽, 페스티벌뿐만 아니라 프랑스, 인도, 중국 등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촘촘하게 경력을 쌓아왔다. 지금은 사라진 신사동의 작은 바 ‘세떼 (Sette)’에서 혹여 실수할까 봐 바짝 웅크린 채 음악을 틀던 추억, 프랑스 렌에서 열린 ‘2016 트랑 스 뮤지칼(Trans Musicales) 페스티벌’에 한국 여성 디제이 최초로 쟁쟁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사건, 그리고 올해 6월 울트라뮤직페스티벌코리 아(UMF)에서 단독 90분간 플레이했던 경험. 파리 클럽에서 8시간 넘게 음악을 튼 극한의 순간부터 어느 한옥 카페 오프닝이 있던 날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꽃 방석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디제잉하던 웃지 못할 에피소드까지. 무쉬에 대한 많은 정보를 습득한 이번 인터뷰는 뜻밖의 공간에서 진행되었다. 전 세계로 생중계되는 서울 커뮤니티 라디오의 ‘채널 33.3FM’ 방송에서 우리는 백문백답을 목표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었다. 형광 연둣빛으로 칠해진 큐브 속에서 선풍기 바람을 맞아가며 토크 쇼 놀이를 했다. 그날의 엔딩곡은 젠틀 레인의 ‘샴푸의 요정’. 가끔은 공연에서도 이런 가요를 중간에 튼다고 했다. 무쉬는 주로 하우스, 디스코 장르를 기반으로 한 음악을 플레이한다. “언젠가 이런 고민을 했어요. 왜 한국 노래를 틀면 안 되는 걸까? 우연히 라디오에서 조용필의 ‘어제 오늘 그리고’가 흘러나오는데 비트가 너무 하우스 같은 거예요. 제가 트는 하우스 곡 다음에 이어 붙여서 믹스하면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멜로디와 멜로디, 비트와 비트가 섞였을 때 뭔가 새로운 곡처럼 들릴 때가 있거든요. 그때 굉장히 희열을 느끼죠.” 디제이로서 앞으로 해보고 싶은 일에 대해 물었다. 이를테면 음악을 틀어보고 싶은 이상적인 장소가 있는지? “동굴을 좋아해요. 거기의 온도, 조도, 거친 암석이 만들어내는 특유의 무드까지. 소리가 잘 울리기 때문에 사운드 시스템도 이미 완벽하게 구비되어 있는 거나 다름없죠. 거기서 힙한 파티를 기획해보고 싶어요. 영업 기밀인데, 이건(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