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믹스앤매치>에 나와 아이돌을 준비하던 정진형은 이제 막 솔로 뮤지션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어느덧 스물한 살이 되었고, 두 번째 싱글을 발표했다. 천천히, 조금씩, 그리고 솔직하게 자신의 음악을 하고 싶다는 이 싱그러운 청년을 만났다.

레이싱 톱 스타일의 티셔츠는 펜디, 새틴 소재의 핑크색 블루종은 스투시, 줄무늬 패턴 데님 팬츠는 슈프림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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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많은 사람들이 정진형이란 이름을 낯설어할 수 있다. <믹스앤매치> 방송 후 3년 정도 시간이 지났는데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정진형 처음 1년 정도는 방황했다. 오랜 시간은 아니지만 고등학생 때부터 회사 안에 있다가 혼자 밖으로 나오니 어려운 점이 있었다. 적응하는 데 비용을 치른 셈이다. <믹스앤매치>가 끝나고 3~4개월 후에 회사를 나왔다. 아이돌이 나에게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렇게 1년을 보내고 지금의 대표님을 만나 회사에 들어왔다. 그 후론 음악 공부도 하고 실력을 쌓기 위해 노력했다. 계속 그렇게 생활했다.

방황도 다양한 종류가 있지 않나. 구체적으로 어떤 방황일까?
사실 대단한 방황이랄 건 없다. 나쁜 짓 하고 다닌 것도 아니고.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었고 옷을 좋아해서 스트리트 편집숍에서 반년 정도 일했다. 그런데 그때 가끔 알아보는 분도 있고, 팬들도 종종 찾아오고, 이래저래 조금 불편한 부분이 있었다. 알아봐주고, 좋아해주고, 기억해주는 마음이 감사했지만, 그 당시 음악을 하지 않고 있는 내 모습이 부끄럽기도 했다.

드라마틱한 방황을 기대했는데 아쉽다. 2년간의 음악 공부는 어떤 것들이었나?
YG에 있을 때, 음악에 관심은 많았지만 할 줄 아는 게 별로 없으니까 자연스럽게 아이돌을 준비했다. 그런데 음악을 깊게 파고들수록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이 조금씩 생겼다. 그때부터 작사나 작곡을 배우고, 미디도 배우고, 멜로디도 쓰고, 보컬도 공부했다.

<프로듀스 101>에 참가 제안도 받았지만 아이돌보다는 솔로 활동에 흥미를 느껴 참가하지 않았다고 들었다. 워너원으로 데뷔한 이들은 물론이고, 탈락한 이들조차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다. 아쉽지는 않았나?
거짓말 같겠지만, 전혀 없다. 처음 제안받았을 때도, 프로그램을 처음 봤을 때도 내가 있을 자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믹스앤매치> 끝나고 떨어졌을 땐 많이 아쉬웠는데 오히려 다행이라고 느낀 부분도 많았다. 인성적으로 성숙할 수 있는 계기가 됐고. 자기 표현에 서툰 데다 솔직한 모습을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은데, 아이돌은 아무래도 그러기가 쉽지 않으니까. 당장 유명해지는 것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빨리 유명해지는 방법은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는 것이다. 본인 역시 오디션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붙겠지만, 이런 현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그 사람의 향후 행보가 중요한 것 같다. 잘못된 방향으로 간다면 그건 더욱 독이 되겠지. 나는 크게 신경 쓰진 않는다. 오디션 프로의 취지는 좋지만 프로그램이 너무 많은 것 같기는 하다. 비슷한 캐릭터가 너무 반복되기도 하고.

이야기를 나눌수록 확실히 아이돌에 어울리는 성향 같진 않다. 평소에는 어떤 것들을 하며 시간을 보내나.
넷플릭스 시청을 많이 한다. 스케이트보드 타는 것을 좋아했는데 요즘은 타지 않고, 대신 넷플릭스로 스케이트보드 영상을 찾아 본다. 스케이터들의 라이프스타일이나 패션에 관심이 많다. 저스틴 비버나 저스틴 팀버레이크, 마이클 잭슨 같은 뮤지션의 다큐멘터리도 많이 찾아 보는 편이다. 온라인 게임이나 축구 게임도 좋아한다. 활동적인 면도 있고, 귀찮아하는 성격도 있어서 나도 나를 잘 모르겠다. 그냥 끌리는 대로 고민 없이 실행하는 타입이다.

스케이트보드라니 의외다. 특별히 좋아하는 스케이터가 있나?
딜런 리더 (Dylan Rieder)와 세이지(Sage)를 좋아한다. 세이지는 슈프림 룩북 모델이기도 한 스케이터인데 타는 스타일이 엄청 깔끔하다. 딜런 리더는 보자마자 반했다. 스케이터이자 모델인데, 스케이트보드는 물론이고 패션에도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팬도 엄청나게 많았고. 작년 이맘때쯤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스타일이 과하지 않으면서도 좋은 것 같다. 패션에 관심이 많은 편인지?
회사를 처음 그만뒀을 때, 슈프림을 너무 좋아해서 스트리트 숍에서 일한 거다. 거기서 옛날 스트리트 브랜드의 아카이브 북이나 사진집을 보면서 한참 빠져 지냈다. 그러다 요즘은 리셀 문화가 지겨워서 스투시를 즐겨 입는다. 예전에는 한 브랜드만 엄청 샀는데 요즘은 다양하게 보고 예쁘고 어울리는 걸 사려고 한다.

니트 소재의 노란색 패턴 셔츠는 프라다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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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얘기를 좀 해보자. 지난 7월 첫 번째 싱글 ‘Calling You’를 내고 그렇게 바라던 진짜 ‘가수’가 됐다. 오랜 시간을 준비해 낸 앨범인 데도 거의 활동을 하지 않았다.
‘Calling You’는 뭔가 노리고 낸 곡이 아니다. ‘저 데뷔합니다!’보다는 내가 이제 진짜로 음악을 시작할 거라고, 사람들에게, 나 스스로에게 말하고 싶어서 워밍업 개념으로 낸 거다. 사실 음악 방송을 하기에 어울리는 노래도 아니고.

10월에 발표 예정인 두 번째 싱글은 어떤 곡인가?
‘Tru’라는 곡인데 전형적인 사랑 노래다. 우기라는 작곡가와 함께 작업했고, 식케이가 피처링을 했다. 어쿠스틱한 사운드에 이전 곡보다 좀 더 밝다. 멜로디와 가사도 우기와 같이 썼다. 내가 우기의 음악을 너무 좋아해서 회사에 조르고 졸랐다. 덕분에 음악적으로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었지. 계속 혼자 공부하고 연습하다가 처음으로 다른 사람들, 그것도 지금 신에서 핫한 사람들과 작업해보니 모든 것이 새로웠다.

 

더 자세한 인터뷰는 더블유 11월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