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어링 그룹이 후원하는 ‘파슨스 2016 임파워링 이메지네이션’의 파이널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한국 여자 류송은 파슨스를 갓 졸업했고, 레이디 가가로부터 새로 나올 앨범의 코스튬 디자인을 의뢰받았다.

송류의 류송

송류의 류송

송류의 첫 시즌, 특별히 주목받은 졸업 작품에 대해 설명해달라.
홀로 유학 생활을 하는 이들은 각자 본인만의 향수가 있고 그걸 이겨내는 방법 또한 여러 가지다. 내 경우 밤샘 작업 후 집에 들어왔을 때, 아무도 없는 적막함에서 가장 깊이 향수를 느꼈다. 문득, 가족이 있는 서울의 집처럼 이 뉴욕 집을 인테리어한다면, 서울 집의 따뜻한 온기를 간접적으로나마 느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시작한 인테리어가 이번 컬렉션 ‘노스탤지어의 미니멀리즘’의 모티프가 되었다. 북유럽 가구, 플로어 램프, 소파 위의 캐시미어 담요, 북유럽 나무 테이블 위에 올린 감각적인 문구류, 하얀 블라인드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 저물녘의 그림자 등 집 안의 요소 하나하나가 영감이 되었다. 또 이러한 사물들이 그리는 기하학적인 선과 자연스러운 곡선, 그로 인해 만들어진 음화적 공간과 양화적 공간이 결정적인 실루엣을 만드는 데 중요한 소스가 되었다.

사진만으로도 디테일이 굉장히 좋아 보인다. 옷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어릴 적, 엄마가 집을 깨끗하게 청소하신 뒤 곧바로 다시 살짝 어질러놓은 걸 본 적이 있다. 이해가 안 가 여쭤보니, “집이라는 건 항상 따뜻하고 편안해야 돼. 너무 완벽하게 깨끗한 집은 안락함에 방해가 될 수도 있지”라고 하셨다. 그 당시엔 어리둥절했지만 지금은 내가 디자인할 때 가장 많이 기억하는 부분이다. 아무리 독특하고 새로운 디자인이라도 시각적으로 봤을 때 지나치지 않아야 하며, 편안하게 오래 응시할 수 있어야 좋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컬렉션에서 등장한 액세서리 역시 완성도가 높다 .
룩소티카와 리네아 펠레, 코블러 컨시어지 같은 회사들에게서 스폰서십을 받아 진행한 액세서리 덕분에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 직접 만든 문구 패키지 역시 이번 컬렉션의 일부다.

이번 컬렉션은 판매도 이루어지나?
한 매체에 소개된 졸업 작품 컬렉션을 보고 해외 쇼룸과 바이어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최근 뉴욕 유명 편집숍과 미팅했으니 곧 만날 수 있을 거다.

디자인을 영감은 어떤 방식으로 받는가?
주변에서 쉽게 영감을 받는다. 익숙한 사물이라도 관점을 조금만 달리하면 흥미로울 때가 많다. 순간순간을 스케치나 사진을 찍어서 이미지화하고, 새로운 구도를 찾으며, 결정적인 디자인 소스를 얻는 편이다.

류송은 앞으로 어떤 색을 띠게 될까?
말 그대로 미니멀한 실루엣에 나만의 독특한 디테일을 담고 싶다. 디테일이란 소재일 수도, 컬러일 수도, 새로운 테크닉일 수도 있다. 그냥 누가 봐도 류송다운 색을 띠었으면 좋겠다.

아름다운 여성에 대해 정의한다면?
사람마다 풍기는 분위기가 있다. 자기를 잘 알고 자신의 분위기에 맞는 옷을 당당하게 소화하는 여성을 보면 매력적이라고 느낄 수밖에 없다.

뉴욕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살고 있는 뉴욕 집.

최근 진행 중인 흥미로운 프로젝트가 있는지?
레이디 가가 측으로부터 새로 나올 앨범에 맞는 코스튬 디자인을 의뢰받은 것. 처음엔 누가 장난하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스타일리스트 미팅을 다녀온 이후로 지금까지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갓 졸업한 나에게 이보다 더 신나는 프로젝트가 있을까 싶다.

가까운 미래의 목표와 10년, 20년 뒤의 큼직한 목표도 궁금하다.
지금 당장은 벌여놓은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치는 것과, 영 디자이너들을 위한 컴퍼티션에 참여하는 것이 목표다. 10년, 20년 뒤엔 매년 질 좋은 아카이브를 축적해가고 있는 디자이너이고 싶다. 패션뿐 아니라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까지 디자인할 수 있는.

계속 뉴욕에서 지낼 계획인가?
당분간은 뉴욕에 있을 계획이지만,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서도 활동하고 싶다.

옷을 보고 가장 궁금했던 건, 송류를 만드는 ‘류송’은 어떤 사람인지였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꿈도 많은 평범한 사람이다. 작업할 때가 제일 행복하다. 안 된다고 하면 되게 하고 싶은 청개구리 같은 면도 있다

일을 하지 않을 때 주로 무엇을 하나?
믿을지 모르겠지만, 집 보러 다니는 게 취미다. 브로커를 통해 직접 가서 보든 인터넷으로 보든 재미있다. 최근에 지어진 빌딩부터, 100년 넘은 빌딩까지. 요즘은 인터넷으로도 충분히 집 안을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많은 집을 구경할 수 있다. 별다른 이유는 없으나, 뉴욕은 한국과는 달리 빌딩마다 다양한 플로어 플랜이 있고, 사람들마다 공간을 활용하는 방법이 가지각색이라,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다. 사람들의 패션뿐 아니라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에도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작업하면서 자주 듣는 음악이 있는지?
작업하면서는 음악을 잘 못 듣는다. 이유는 음악을 들으면 감정의 변화가 생겨 집중하는 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어떤 음악이든 들을 땐 집중해서 음악만 듣는 게 좋다. 그중에서도 얀 티에르센의 ‘르 물랭 ’같은 음악.

마지막으로 서울이 언제, 가장 그립나?
바쁘다가도 여유가 생기면 자주 그리워지는 것 같다. 서울 냄새, 서울 하늘, 서울 공기, 다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