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공의 페르소나 이야기

신지연

블랙핑크 로제가 팝업에서 선보인 옷으로 주목받은 마크공(MARKGONG) 컬렉션.


한국에서 열린 마크공 첫 팝업스토어에서 그를 만났다.

마크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크 공.

<W Korea> 반갑다. 독자들에게 인사 부탁한다.
Mark Gong 마크공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다.


더블유 독자들을 위해 마크공이 어떤 브랜드인지 설명 부탁드린다.

마크공은 뉴욕 기반의 패션 브랜드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에 뉴욕에서 상하이로 돌아와 현재는 상하이에서 활동중이다. 여성복 컬렉션을 선보이며 ‘뉴욕’이 주는 특유의 도회적인 분위기와 여성의 관능미에 초점을 두어 전개한다. 매 시즌 각기 다른 캐릭터의 여성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 중이다.


뉴욕 기반의 패션 브랜드라고 소개했는데, 다양한 도시 중 뉴욕인 이유가 있을까?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다. 자연보다 도시를 훨씬 좋아하는 나에게 뉴욕은 역동적이고 흥미로운 일이 많이 일어나는 꿈같은 곳이었다. 이후 그 꿈을 좇아 뉴욕에 있는 대학에 진학했고, 6년이라는 시간을 뉴욕에서 보내면서, 뉴욕은 자연스레 내 일부가 되었다.

당신의 컬렉션을 보면 옷에 스토리가 있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나?
사실 나는 SNS 중독자다(웃음). 평소 리서치도 좋아하고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도 자주 확인한다. 그래서 나는 엄지손가락으로 스크롤하면서 영감을 찾는다.


컬렉션 콘셉트를 정하고 그 콘셉트를 이끄는 과정이 궁금하다.
전 컬렉션과 이번 컬렉션의 출발점은 ‘캐릭터’다. 두 컬렉션 모두 <섹스 앤 더 시티>의 등장인물들에게 영감을 얻었는데, 드라마 속 인물들의 감정이 입체적으로 다가왔다. 이처럼 우리가 그려내고 싶은 여성의 모습을 상상하고, 그 인물을 구체적으로 대상화하는 작업을 한다. 캐릭터가 정해진 이후에는 옷을 만들기 적합한 패브릭을 고르고 스케치하면서 단계적으로 완성해간다.


이야기하는데 ‘우리’라는 말을 유독 많이 쓰는 것 같다.
우리 브랜드는 모든 팀원과 함께하는 브랜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 컬렉션을 만들 때, 팀원과 적극적으로 소통한다. 스타일리스트, 아트 디렉터와도 컬렉션에 어떤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은지 어떤 점을 보완하면 좋을지 긴밀하게 소통한다.


2024 F/W 컬렉션에 대해 더 듣고 싶다.
<섹스 앤 더 시 티>의 캐리에서 영감을 받았다. 드라마를 보면 12월 31일에 이별 통보를 받고 홀로 있게 된 캐리가 미란다를 보러 파자마 위에 퍼 코트만 걸친 채 뉴욕 거리를 활보하는 장면이 나온다. 바로 거기서 출발했다. 캐리의 패션에 꽂혔고, 당시 이별의 아픔을 겪고 있는 나와 캐리가 비슷해 보여 이 이야기를 컬렉션으로 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파자마 안대로 스타일링한 모습.

본인의 스토리와 드라마 속 캐릭터가 만나니 컬렉션 주제가 더욱 풍부해졌겠다. 그런 생각을 실재하는 옷 디자인과 어떻게 연관 짓는지도 궁금하다.
캐리가 입은 파자마에 실크와 레이스가 많이 장식되어 있는데, 그런 장식을 마크공의 심벌인 가죽 팬츠와 클래식한 슈트에 입혀 새롭게 해석했다.

비즈 장식의 슬리브리스들.


이번 컬렉션은 전 컬렉션과 다르게 소재뿐 아니라 스타일링도 한층 과감해진 것 같다.
‘아름다운 흐트러짐’을 연출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술에 취해 잠들었다 바로 밖을 나온 여자를 상상하기도 하고, 눈물로 밤을 지새운 여자를 상상하기도 했다. 일주일 넘게 스타일리스트와 대화하며 스타일링을 했는데, 이번 컬렉션을 준비하며 잊을 수 없는 날이었다.


이제 디자인 전반에 관한 이야기를 물어보고 싶다. 디자인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첫 번째는 패브릭이다. 수많은 패브릭 중 적재적소에 맞는 원단을 찾는 일. 요즘은 비즈 공예 같은 공예 기법이 사용된 원단에도 관심이 많다. 두 번째는 가장 알맞은 스토리와 캐릭터를 찾는 일이다.

블랙핑크나 송혜교같이 한국 셀럽들이 마크공의 옷을 자주 입더라.
미국에서 상하이로 이주한 직후 한국 문화를 접하게 되었다. 가장 먼저 알게 된 K팝 스타가 블랙핑크였다. 그때는 내가 만든 브랜드의 옷을 그들이 입을 것이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현실로 이루어지니 너무 행복했다. 한국 스타들과 협업해보고 싶다.

분더샵에서 열린 첫 번째 마크공 서울 팝업 전경.


평소 어떻게 지내나?
애정하는 이들과 맛있는 술을 즐기고, 클럽에 가서 친구들과 놀기도 하고 여행도 자주 간다. 그리고 심한 쇼퍼홀릭이다.


디자이너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을까?
사람들이 마크공의 디자인을 알아보고 좋아해주는 일이다. 돈을 많이 벌면 기쁘겠지만, 지금은 브랜드 이미지에 맞는 캐릭터와 스토리를 찾는 데 집중하고 있어 우리의 노력이 담긴 ‘마크공’ 컬렉션이 사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될 때, 큰 자부심
을 느낀다.


마지막으로 마크공의 다음 시즌 스포 부탁한다.
현재 <섹스 앤 더 시티>에 나오는 캐릭터들로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이전에는 사만다에게 영감을 받은 긱시크 컬렉션을 선보였고, 2024 F/W 시즌에는 술에 취한 캐리와 미란다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다음 컬렉션의 주인공은 샬롯이다. 샬롯과 함께 <섹스 앤 더 시티> 시리즈의 마지막 챕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매력적인 하우스와이프의 모습을 그려낼 예정이다. 우리도 무척 재밌게 준비하고 있어 컬렉션을 선보일 10월이 몹시 기대된다. 지켜봐달라!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