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이상봉은 하얼빈이 가진 역사적 의미를 기리며 1909년 총성이 울려 퍼진 날을 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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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대한 대륙의 스케일만큼 최근 중국에서는 성(우리나라로 치면 도道 단위) 단위로 패션위크를 개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얼빈도 2011년부터 5년째 패션위크를 자체적으로 개최해온 터. 다소 생소할 수 있는 하얼빈 패션위크지만, 중국 패션 디자이너는 물론, 세계 각지의 디자이너들을 초청해 매년 다양한 구성으로 그 질을 높이고 있다. 디자이너 이상봉이 한국을 대표해 2016 하얼빈 패션위크의 오프닝 쇼를 맡았다. 안중근 의사의 총성이 울려 퍼진 1909년 하얼빈의 그날을 재현한 쇼는 당시 시대상을 반영해 독립군을 연상시키는 밀리터리 무드로 펼쳐졌다. 장엄하게까지 느껴지는 모노톤 컬러를 배경으로 울과 캐시미어, 가죽, 퍼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한 밀도 높은 쇼도 인상적이지만 안중근 의사의 손도장, 하얼빈 성소피아 성당이 프린트된 셔츠와 블라우스는 일제강점기 하얼빈에서 일어난 민족적 거사를 기린 듯해 의미 깊었다. 파리, 뉴욕 등 세계적인 패션 도시에서 한글이나 전통 문양을 모티프 삼아 펼친 그의 이전 컬렉션보다는 모던한 채로, 쿠튀르보다 레디투웨어 성격에 가까운 중국 패션 코드와 조화를 이룬 점도 눈길을 모았다. 디자이너 이상봉은 모델 50인이 런웨이에 오르는 규모의 쇼를 오랜만에 준비해봤다며, 한국과 중국의 패션 교류에 작은 징검돌이 되고자 이번 쇼를 준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