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과 공유해야 비로소 향의 마법이 시작될 수 있다고 말하는 남자. 딥티크의 베스트셀러 ‘도손’을 창조한 남자, 조향사 파브리스 펠레그린이 새로운 향수 ‘플로라벨리오’를 들고 한국을 찾았다. 그와 나눈 향에 대한 짧은 이야기.

<W Korea> 조향사 집안에서 자란 덕분에 일찍부터 향의 세계에 입문했다 들었다. 다른 진로를 생각해본 적은 없었나?
파브리스 펠레그린(이하 P) 조향사는 직업이라기보다 나의 열정이다. 물론 다른 사람보다 다양한 향을 접할 기회를 가질 순 있었지만 가문이 나의 직업을 선택해준 것은 아니다. 향에 흥미와 재미가 있었고 그러다 향이 가진 신비에 빠져들었다. 그러니 어찌 향을 창조하는 마술 같은 과정에 매료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W 당신의 조향 인생에 영향을 끼친 것이 있다면?
P 조향사 미셸 알메락의 조향 스타일이다. 그는 향을 단순하게 조합하되 하나의 원료를 과하다 싶을 만큼 많이 사용한다. 그리고 그 향이 주된 향이 되도록 하면서 몇 가지 다른 향이 그 향을 거들게 만드는데, 이런 단순한 조합이야말로 가장 훌륭한 향을 창조하는 열쇠라 생각한다.

W 조향사로서 당신이 만들고 싶은 궁극의 향은?
P 궁극의 향이라기보다 나아가야 할 방향이랄까? 병 속에 담긴 향의 균형감이 완벽하게 갖춰진 향수를 만들고 싶다. 향수는 향이 하나의 시그너처가 되어서 무언가를 더하거나 뺄 필요 없이 향 그 자체로 완벽한 개성을 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세르주 루텐 ‘페미티떼 드 부아’같은 향을 하나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왜냐고? 그 향수는 원료를 많이 쓰지 않아 조향 포뮬러가 아주 단순하지만 우드, 스파이시, 머스크 그리고 과실의 향이 완벽하게 균형감을 갖췄다. 게다가 여성, 남성으로 구분할 의미가 없는 향수다.

 

W 그렇다면 새로운 향수 ‘플로라벨리오’는 어떤가?
P 내가 향수에 있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또 하나의 포인트는 이야기다. 모든 향수는 각각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최상의 결과물이 향수다. ‘플로라벨리오’는 그런 이야기를 담고 있는 향수다. 창립자 크리스티앙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들었고, 그 기억에 가장 가깝게 시각화되어 있는 사진가 테리 웨이펜바크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다. 기억 그리고 시각의 후각화 작업을 통해 해변의 작은 숲을 따라난 길에 핀 사과꽃, 바닷바람, 잘 볶은 커피의 향을 담고자 했다. 이질적인 듯하지만 그 모든 것을 부드럽게 감싸 안는 포용력이 ‘플로라벨리오’에 있다.

 

W 그야말로 향수가 넘쳐나는 시대다. 여자라면 누구나 나만의 향을 갖고 싶어 하는데 이를 위한 조언을 해준다면?
P 나만의 사랑을 찾는 것과 비슷하다. 다양한 향수를 시도해보고 그 향과 살아보길 바란다. 그러면서 많은 향을 경험하다 보면 자연스레 나만의 사랑을 찾게 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