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00년 | 더블유 코리아 (W Korea)

벌써 100년

2015-10-30T11:02:07+00:002014.11.18|피플|

거장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디자인뮤지엄 덴마크의 기획전 <베그너-저스트 원 굿 체어>를, 북유럽 빈티지 가구 편집숍 모벨랩의 디렉터인 김종원이 직접 관람하고 왔다.

2014년은 덴마크를 대표하는 가구 디자이너인 한스 베그너의 탄생 100주년이다. 이를 기념해 연초부터 지금까지 옥션, 전 시 등의 크고 작은 이벤트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방대한 컬렉션을 공개한 기획전이라면 역시 디자 인뮤지엄 덴마크의 기획전인 <베그너-저스트 원 굿 체어(Wegner-Just One Good Chair)>를 꼽아야 할 것이다. 여기 에 들러 디자이너의 생애와 커리어를 새삼스럽게 되짚어봤다.

 

한스 베그너의 대표작을 이야기할 때면 그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준 라운드 체어(The Round Chair)를 빠뜨릴 수 없다. 이 작업에는 꽤나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1960년 당시 미국 대통령 후보였던 닉슨과 케네디가 한스 베그너의 라운드 체어에 앉아 TV 토론을 벌였던 것. 이 이벤트는 덴마크 디자인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을 크게 높이는 계기가 됐다. 결국 착석감이 편안할 뿐만 아니라 가볍고 견고하며, 디자인 또한 훌륭한 라운드 체어는 미국인들에게 ‘더 체어’, 즉 완벽한 의자의 대명사로 통용되기에 이른다. ‘킹 오브 체어’ 혹은 ‘체어 메이커’라는 별명까지 얻은 베그너는 오가닉 모더니즘의 선두주자로 각광받았으며, 생전에 500여 점이 넘는 의자 디자인을 남겼다.

 

베그너는 캐비닛 메이커, 다시 말해 가구 전문 제작자이기도 했다. 단순히 책상 앞에 앉아 스케치 디자인을 하는데 그 치지 않고, 거의 모든 제품의 프로토타입을 직접 만들었다. 그 정도로 가구의 구조에 대한 이해가 깊었다는 뜻이다. 그런 만큼 보기 좋은 것에만 그치지 않고, 직접 앉았을 때도 편안한 디자인을 추구했다.

 

본 전시는 그의 초기작부터 대표작으로 꼽히는 의자들, 오리지널 드로잉 스케치와 모델링 제품, 공개되지 않았던 사진 들까지 약 150점의 자료로 구성됐다. 또 현재까지도 생산 중인 의자 50여 점을 별도로 마련해 관람객들이 직접 베그너 의 디자인을 체험하도록 했다. 디자이너의 생일인 4월 3일부터 시작된 전시는 올해 12월 7일까지 계속된다. 멀리까지 찾아간 김에 <베그너-저스트 원 굿 체어>의 큐레이터인 크리스티안 올슨에게 몇 가지 질문을 건넸다.

덴마크 가구 디자인이 발달하게 된 계기와 주목받게 된 이유에 대해 얘기해달라.

크리스티안 올슨 덴마크는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산업화가 늦게 진행된 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덕분에 가구 디자인이 크게 발전할 수 있었다. 1920년대에 독일 바우하우스의 영향으로 새로운 디자인과 합리적인 가격을 내세운 인더스트리얼 가구가 인기를 끌자 덴마크의 캐비닛 제조사들이 위기감을 느꼈던 것. 결국 길드를 조직하고 신제품을 제작하고 박람회를 개최하는 등 자국 가구 산업의 부흥을 적극적으로 꾀하게 됐다. 1950년대는 이 북유럽 국가의 디자인이 재평가됐던 시기다. 당시 신흥 강국인 미국에서는 인더스트리얼 디자인 열풍에 지쳐 전통적이며 수공예적인 제품을 찾는 움직임이 일었다. 베그너의 라운드 체어로 대표되는 덴마크 가구는 훌륭한 대안이었다.

 

한스 베그너를 동시대의 다른 가구 디자이너들과 구분해주는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

그는 특정 계층만이 아니라 다수의 대중 역시 좋은 디자인을 누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베그너도 만만치 않은 노동력이 투입되는 고가 가구를 제작한 적이 있다. 그래도 기본적으로는 가능한 한 제작 공정을 단순화하고 가격을 낮추려는 입장이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좋은 디자인을 경험하기를 바랐던 것. 디자인의 민주주의를 지향했다고나 할까? 합리성과 실용성을 추구하는 덴마크의 국민성과도 맥이 닿는 특징이다. 그래서 베그너는 가장 덴마크다운 디자이너로 꼽히곤 한다.

 

직접 디자인한 수백 점의 의자 중 베그너가 특별히 아낀 제품은 무엇이었나?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다. 다만 그가 살아생전 서재에서 사용한 제품은 이번 전시회에서 실물로 만날 수 있다. 바로 오후 시청사 내의 회의실을 위해 제작한 의자다. 당시 건물의 설계는 에그 체어로 잘 알려진 아르네 야콥슨의 몫이었는데, 그가 시청사에서 사용할 모든 가구의 제작을 베그너에게 맡겼다. 처음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됐던 만큼 디자이너 역시 이 프로젝트에 자부심이 컸다고 한다.

 

그렇다면 당신이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한스 베그너의 의자는?

게타마 사에서 여전히 제작하고 있는 플래그라인 체어(Flagline Chair)다. 1950년 디자인인데, 베그너의 작업 가운데서도 유독 화려하다. 거실에 두고 휴식 및 독서용 라운지 체어로 활용하고 있다.

 

베그너의 회고전 외에 현재 디자인뮤지엄에서는 또 어떤 전시가 진행 중인가?

규모는 작지만 한스 베그너와 돈독한 우정을 나눴던 동료 디자이너 뵈게 모언슨의 대표작 역시 소개되고 있다. 동갑내 기인 두 사람은 디자인 사상과 철학에 있어 뜻을 같이하는 동반자이자 조력자에 가까웠다. 둘의 사진이나 각종 일화에 대한 기록, 협업 제품은 충분히 흥미로운 자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