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과 요리책. 영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만, 시저 카시어의 <모델 키친>을 본다면 생각이 바뀔 것이다. 디스퀘어드2, A/X, 그리고 아르마니 진의 모델로 착실히 커리어를 쌓고 있는 그가 내놓은 책은 다름 아닌 요리책 . 자신은 물론 유명한 모델 친구들이 즐겨 먹는 음식의 레시피를 꼼꼼하게 책에 담은 그를 만났다.

내 이름은 시저 카시어. 벨기에에서 태어났다. 스무 살 때 길거리에서 캐스팅되었고, 지금은 뉴욕에 살고 있다. 한국에 처음 온 건 4년 전인데, 내가 모델로서 처음 일을 시작한 곳이 바로 한국이었다.

서울에 머문 3주 동안 일하는 시간 외엔 이 도시의 구석구석을 보러 다녔다. 절에도 다녀왔고, 시장도 둘러봤다. 무엇보다 리움미술관이 너무 아름다웠다. 아, 그리고 압구정동을 정말 좋아한다. 멋진 동네다.

제일 기억에 남는 건 매운 낙지볶음! 원래 아시아 음식 중에 한국 음식을 가장 좋아한다. 김치도 잘 먹고, 떡볶이를 사랑한다. 특히 낙지볶음은 처음이라서인지 새로웠다. 사실 김밥은 일본의 초밥과 비슷한 데가 있고, 갈비는 뉴욕에서도 먹을 수 있으니까.

음식과 요리에 대해 처음 관심을 가진 건 아버지 때문이었을 거다. 아버지의 요리 솜씨는 정말 훌륭하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을 따라서 슈퍼마켓에 가는 게 즐거웠고, 아버지와 주방에서 보내는 시간이 꽤 많았다. 그러다 4년 전 모델이 되어 집을 떠나면서, 혼자 요리하는 법을 배워야만 했다. 모델로서 건강하고 신선한 음식을 먹는다는 건 정말 중요한 일이라, 제대로 요리를 시작하게 됐고 내 열정을 발견했다.

<모델 키친>을 펴낼 수 있었던 건 블로그의 영향이 클 것이다. 블로그의 주소는 내 이름을 따서 ‘시저 샐러드(thecesarsalad.blogspot.kr)’라 지었지만, 음식 얘기만 하는 건 아니다. 그저 재미있어서 만든 블로그다. 사람들에게 나의 삶에 대해 보여주고 싶기도 했다. 내가 모델로서 여행한 도시, 먹은 음식들, 그렇게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그리고 생각한 것들을 기록한다.

사람들은 흔히 모델들은 잘 먹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사실 모델은 타고나는 거 아닐까. 큰 키와 마른 몸, 그리고 남들과는 조금 다른 신진대사. 모델들도 먹는다. 이 도시 저 도시 많이 돌아다니는 직업이고, 촬영도 많으니, 먹지 않고는 그 에너지를 얻을 수 없다. 내가 이 책을 쓴 이유, 모델 친구들이 내 아이디어를 반기며 도움을 준 이유 또한 그 때문이다. 칼리 클로스가 준 프레시 망고 살사 레시피, 린지 윅슨이 준 초콜릿 쿠키 레시피 모두 그들이 직접 해 먹는 음식들이다

책을 쓰는 일은 내 인생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 책을 만드는 건 정말 특별한 일 아닌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니까.

좋은 음식이란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음식이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며 먹는 음식 말이다. 가끔은 음식 자체보다 분위기, 소리, 풍경이 그 음식을 특별하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덥고 습한 여름엔 가스파초를 추천한다. 스페인의 차가운 토마토 수프다. 갈비에 곁들여 먹기엔 수박 샐러드도 좋을 것 같다. 레시피는 모두 내 책 안에 있다. 네타포르테(www.net-a-porter.com)’에서 구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