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화하고 평온한 가구를 빚어내던 디자이너 핀 율의 집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가 열리는 4층짜리 대림미술관에서 그 힌트를 찾을 수 있다.

정말 좋은 음식에는 “어머, 이렇게 예쁜 걸 어떻게 먹어요”!라는 찬사를 보낼 수 없다. 음식을 보자마자 동공이 확대되고 침이 고이는 ‘먹고 싶다’는 욕망은 그렇게 긴 여유를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같은 의미로 정말 좋은 가구는 너무 아름다워서 근접할 수 없기보다는 자꾸 앉고 싶고, 기대고 싶고, 그러고 나면 일어나기 싫어진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면서도 가구 본래의 기능을 꼭 붙잡고 있는 1950~60년대 스칸디나비아 가구들이 오랜 시간 진득하게 사랑받는 이유다. 최근 재조명받고 있는 이른바 스칸디나비아 스타일 가구의 처음으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덴마크의 가구 디자이너 핀 율이 있다. 그는 대량생산이라는 당시의 흐름과 달리, 자신이 사용할 가구를 하나하나 직접 만들었다. 우쭐거리지 않고 편안한 디자인은 아마 남이 아니라 내가 직접 앉을 의자, 기댈 소파, 물건을 담을 캐비닛을 그리며 출발한 데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한스 베그너, 아르네 야콥센 등과 함께 우리 일상 곳곳을 정갈한 가구로 채운 그가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았다. 그리고 대림미술관은 그 100년을 기념하며 <북유럽 가구 이야기>전을 준비했다. ‘치프테인 의자’, ‘No. 45 의자’를 비롯한 유명 작품은 물론, 그의 진짜 집이나 작업실을 볼 수 있는 동영상과 설계 도면, 그리고 그와 동시대에 활약한 디자이너들의 가구와 제품까지 소담한 갤러리 안에 차곡차곡 채웠다. 좋은 가구, 그리고 좋은 가구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좋은 공간을 탐닉할 수 있는 기회다. 4월 26일부터 9월 23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