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호를 위한 기획회의를 하던 중 패션 에디터들은 이구동성으로 패션계에 쏟아진 신인 신드롬에 대해 이야기했고, 도대체 누군지 궁금하고 만나보고 싶다고 했다. 여기 실린 13명의 디자이너들은 더블유 패션 에디터들이 샅샅이 조사하고 검증하여 ‘될성부른’ 떡잎이라고 판단한 재목들이다. 에디터들과 디자이너들의 숨기지 못하는 개성에 따라, 만나고 온 방식도 천차만별이다. 더블유의 명민한 감식안으로 골라낸 13인 13색 인터뷰.

계한희

예술과 패션 사이 KYE, KYE HAN HEE

런던 세인트 마틴 졸업 작품 패션쇼로 유수의 일간지와 매거진의 집중을 한몸에 받으며 데뷔한 KYE의 디자이너 계한희. 런던 특유의 자유로운 감성과 파인 아트를 연상시키는 콘셉추얼한 시도, 그리고 신인답지 않은 야무진 손맛까지. 최근 한국에 돌아와 자신의 새로운 컬렉션을 전개하기 시작한 그녀를 메신저 대화창에 불러냈다. 그녀의 요즘 관심사는 무엇일까? 그녀의 데스크톱에는 어떤 사진들로 가득할까?

1 요즘 열독 중인 책 필리스 갈렘보(Phyllis Galembo)의 .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 모든 디자이너들의 레퍼런스 바이블이었다면, 작년에 이 책이 나오고 그 계보가 바뀐 것 같다. 특히 젊은 런던 디자이너들이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은데, 그래서 네오 트라이벌 느낌이 많이 나온 것이 아닐까 추측한다. 손으로 만드는 크래프트 패션을 좋아해서 더욱 마음에 든 듯.

2 크래프트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요즘 이라는 애니메이션에 빠져 있다. 월리스 앤 그로밋과 같은 스핀 오프인데, 지문이 하나하나 묻은 점토 인형과 짧은 영상임에도 화면 가득 채워지는 스태프들의 이름이 인상적이다. 시대가 아무리 바뀌어도 이런 정성은 언제나 사람을 감동시킨다.

3 파인 아트에 워낙 관심이 커서인지, 콘셉추얼한 것들에 대한 끈을 유난히 놓지 못한다. 지난 F/W 시즌의 고릴라 컬렉션 때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아티스트는 루이즈 부르주아와 쿠사마 야요이였는데, 특히 수백 개의 손가락을 핸드 스티치한 디테일은 루이즈 부르주아의 작업에서 많이 따왔다. 요즘 관심이 가는 건 아네트 메사제(Anette Messager)라는 프랑스 작가의 실험적이고 괴상한 설치 작업들. 인형 같은 모형과 패브릭을 소재로 유머러스하면서도 독특한 관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4 유명인들의 집에 가서 그 사람들의 사진을 찍는 셀비 토드(Selby Todd)의 책 를 매일 넘겨보고 있다. 쉽게 접할 수 없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패션 피플, 연예인 등 재미있고 흥미로운 사람들을 모아놓은 데다, 그들의 가장 퍼스널한 공간인 집을 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80%가 사진뿐이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본다.

에디터|최서연

 

1, 3, 4, 5, 7 브리지 빌더 라인의 견고한 메탈 주얼리들. 2 준비 중인 시그너처 라인의 체인 팔찌들. 6 엘리오나의 디자이너 이송희.

1, 3, 4, 5, 7 브리지 빌더 라인의 견고한 메탈 주얼리들. 2 준비 중인 시그너처 라인의 체인 팔찌들. 6 엘리오나의 디자이너 이송희.

 

이송희

날개 달린 주얼리 ELYONA

주얼리 디자이너 이송희가 만드는 엘리오나(Elyona)의 주얼리는 보기엔 묵직하지만, 절대 무겁지 않은 이야기를 전한다. 자신이 보고, 듣고, 몽상하고, 꿈꾸는 그 모든 것들을 담은 주얼리엔 디자이너 이송희가 펼친 자유로운 상상의 날개가 달려 있으니까. 서울과 런던을 종횡무진하며 엘리오나를 알려나가는 그녀와 메신저 토크를 시도했다.

어제 서울에 도착했죠?
갑자기 영국에 일이 생겨서 3일 만에 비행기 표를 끊고 다녀왔어요.

브랜드와 관련된 일인가요?
지난 4월 30일에 엘리오나가 입점된 런던의 한 멀티숍에서 트렁크 쇼를 했거든요. 그쪽 홍보 에이전시도 정리하고 앞으로 제가 직접 발로 뛰려고 이것저것 알아보고 왔어요.

서울과 런던을 오가려면 바쁘겠어요. 그런데 어떤 멀티숍인지 궁금하네요.
지난해에 노팅힐에 생긴 새로운 편집숍인데, 신진 디자이너 중에 유망하고 퀄리티 있는 브랜드들을 소개해요. 그 숍에 들어가면 프레스와도 직접 연계해서 홍보해주기 때문에 여러가지로 디자이너에게 좋은 조건이죠. 참, 온라인 숍에도 입점하기로 계약하고 왔어요.

더블유 님의 말 주얼리 트레이드 쇼에는 자주 나가나요?
Elyona SONGHEE님의 말 지난 2월부터 트레이드 쇼에 참여해 전시를 시작했는데 바이어들을 직접 만나 주얼리에 대한 반응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죠. 2월엔 도쿄의 트레이드 쇼인 ‘Rooms’에 참여했고, 올 9월엔 ‘Premiere Classe’에 나갈 계획이에요.

처음 브랜드 론칭한 게 지난해였죠?
시작한 건 2010년 3월인데, 정식으로 컬렉션 론칭을 한 건 10월이에요. 지금은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새로운 컬렉션 세 개를 한꺼번에 준비하고 있고요. ^^;;

헉, 세 개나요? 각기 다른 라인으로요?
네, 시즌에 구애받지 않고 지속적으로 콘셉트를 갖고 선보이는 라인을 생각했어요. 바이어와 프레스가 자신의 숍이나 매체의 색깔에 맞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거죠. 무엇보다 각각의 스토리들을 꾸준히 발전시키고,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나가고 싶어서요. 사진 보내드릴게요. 여기 ‘Signature Line’이 준비하고 있는 세 가지 컬렉션 중에 하나예요.

흥미롭네요. 주얼리 디자인을 구상할 때 가장 염두에 두는 게 스토리인가요?
장황한 스토리는 아니지만 콘셉트를 뚜렷하게 정하지 않으면 컬렉션 전개가 힘들거든요. 어쩌다가 첫 번째 컬렉션을 ‘Bridge Builder’라는 제목의 이야기로 엮었는데, 영화 한 편 만들어도 될 것 같은 이야기가 되어버렸네요. -_-;; (실제로 제가 아는 한 영화감독님이 이 스토리를 좋아하셨다는)

이 기회에 주얼리를 모티프로 패션 필름 한 번 만들어 보면 어때요? ^^
네, 좋네요. ^^ 그리고 준비 중인 3가지 컬렉션에 대해서도 살짝 말씀드리면 ‘Signature Line’은 브랜드 로고를 활용한 기본적인 라인이고요. 다른 하나는 뱅글 컬렉션, 마지막으로 ‘Bridge Builder’처럼 조금 장황할 수 있는 이야기이지만 같은 ‘Worker’ 시리즈 중 하나가 있고요.

브리지 빌더 라인의 주얼리는 굉장히 조형적이고 견고함이 느껴지던데, 엘리오나의 시그너처 스타일인가요?
아, 딱히 그렇게 정해놓은 건 아니에요. 사실 철제 다리를 보고 이거면 충분히 엘리오나의 첫 번째 이야기를 끌어갈 수 있겠다 싶어서 시작했죠. 그런데 너무 딱딱한 느낌이 들어서 다음엔 둥글둥글한 걸 해야지 하고 고민했고, 다행히 잘 풀려서 흐름에 맞게 가고 있는 것 같아요.

대화를 하다 보니 엘리오나만의 그 독창적인 상상의 나래는 어떻게 펼치는지 궁금해지네요. 영감 받는 부분 말이에요.
평소에 문화적인 부분을 많이 경험하려고 할 뿐이에요.^^;; 그리고 제가 추구하고 싶은 건 형태나 소재 등을 통해서 디자인을 발전시키고, 새로운 부분을 제시하는 거고요.

최근에 본 인상적인 대상이 있어요?
아, 이번에 영국에 가서 휴일엔 갤러리만 돌아다녔어요. 그중 V&A의 라는 전시를 봤고요. 링크를 보내드릴게요. http://www.vam.ac.uk/content/exhibitions/cult-of-beauty 지난해 제가 갤러리에서 아르누보에 대해 연구한 주얼리를 전시했을 때와 느낌이 비슷해서 반가웠어요.

앞으로 엘리오나의 목표는 뭐예요?
꾸준히 좋은 스토리를 들려주고 싶어요. 혼란한 이야기가 아닌… 그리고 패션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와 많은 교류도 하고 싶고요. 참, 영국의 한 인테리어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엘리오나의 브리지 빌더 컬렉션의 뱅글을 좋아해서 아마 그걸 응용해 조명과 협업한 작품을 선보일 것 같아요.

흥미롭네요. 완성되면 꼭 알려주길~

에디터|박연경

신혜영

동시대적인 감각으로 여자를 매료시키는 유망주 WNDERKAMMER

세련된 감성을 머금은 동시대적인 컬렉션으로 주목받고 있는 신진 디자이너, 신혜영. 이 재기 넘치는 신진 디자이너가 머물고, 보고, 느끼는 일상 속에서 나눈 이야기.

 

PM 2: 30 신사동 디자이너 셀렉트숍, 더블유 컨셉트

분더캄머는 어떤 여자를 위한 옷이에요?
디자이너들은 마음속에 이상형이랄까, 자신만의 뮤즈가 있죠. 저는 꾸미지 않은 매력의 여자, 위트 넘치고 예술에 해박한 여자를 떠올려요.

자연스러운 뉴트럴 톤에 여유로운 실루엣이 눈에 띄네요.
심지어 처음엔 블랙 컬러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어요. 간혹 쓰게 되더라도 먹색에 가까운 회색을 사용했죠. 그런데 워낙 소비자들이 블랙을 많이 찾는지라 최근엔 조금씩 늘리고 있어요.

그런데 아직 아이템 수가 많진 않네요.
다양한 아이템을 선보이고 싶지만 종류를 늘리기엔 예산이 부족해요. 특히 F/W 시즌은 소재나 공임이 월등히 비싸서 종류를 늘리기가 어렵죠. 요즘 버릇처럼 “나 F/W 컬렉션 만들 돈 벌어야 해”라고 말하죠.

분더캄머를 만날 수 있는 곳이 여기 외에 또 있나요?
명동 레벨 5, 에이랜드 명동점과 신사점, 신사동 더 코너, 홍대 세렌 컬렉션, 동대문 두타 우먼스 패셔니스타 디자이너 그룹. 온라인에선 프론트로우, 더블유컨셉 등이에요.

PM 3: 40 동대문 창작 스튜디오

창작 스튜디오에는 어떻게 들어오게 되었나요?
시험을 봐야 해요. 서류접수를 통과하면 자신의 컬렉션을 갖고 면접을 보게 되는데 당시엔 임선옥, 장광효, 곽현주 실장님 등이 면접관이었어요.

창작 스튜디오의 지원을 받으면 어떤 점이 좋은가요?
작지만 내 공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과 정보실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 또 디자이너 중에서도 상위권에 들면 시제품을 특정 공간에 걸어놓을 수 있는데 이를 보고 바이어가 연락을 하기도 해요.

혹시 멘토로 삼는 디자이너가 있나요?
피비 파일로요. 그녀의 컬렉션 자체도 훌륭하지만 사람 자체가 매력적이에요. 인생에서 자신에게 중요한 게 뭔지 아는 사람 같아요. 패션만 보는 게 아니라 때론 과감히 일을 떨쳐내고 가정과 육아에 전념하는 결단력과 자신감을 지녔죠.

요즘은 셀린처럼 입고 싶은 옷, 사고 싶은 옷에 후한 점수를 주죠.
맞아요. 처음 디자이너를 시작했을 땐 오로지 머릿속에 100% 디자인밖에 없었는데 요즘은 마케팅적인 생각이 40%는 차지하는 것 같아요.
얼마 전에 서울 컬렉션의 패션 페어에 참여했는데, 어떤 성과가 있었나요?

홍콩의 셀렉트 숍이랑 계약을 했어요. 그런데 홍콩 시장에 맞는 옷을 디자인해주길 바라는데 사실 아직 국내 시장도 파악이 안 된 상황이라 난감했어요. 만약 도시별 시장을 분석한 세일즈 맵 같은 게 있다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PM 5:00 이태원 서점, 포스트 포에틱스

최근에 여기서 본 책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유진 리처즈의 사진집이오. 다큐멘터리 사진인데 분명 우울한 상황에 놓여 있는데도 어딘지 순수한 아름다움이 느껴졌어요.

전시도 자주 보나요?
좋아하는 작가의 전시가 있으면 챙겨 보는 편이에요. 일전에 사라 문 전시를 봤는데 신비롭고 몽환적이었죠.

 

PM 6: 30 이태원 카페, 테이크 아웃 드로잉

여기 참 좋네요.
조용하고 평화롭죠. 여느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과 달리 모든 것이 느릿느릿 그리고 조용히 흘러가죠.

아까 언뜻 들으니 브랜드의 마케팅실에 있었다고요?
네. 대학원에 다닐때 톰보이에 일러스트레이션을 판 적이 있는데 그곳 이사님이 저를 불렀죠. 처음엔 디자이너를 시켜준다고 해서 들어갔는데 계속 마케팅 부서에 광고 그래픽을 담당했어요. 다니는 내내 항상 디자이너가 부러웠어요.

그래서 디자이너가 되었군요?
그렇죠. 그래도 당시에 쌓은 마케팅 분야의 경험이 앞으로 제 브랜드의 규모가 커지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하지만 급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요. 천천히 단단하게 성장시키고 싶어요.

에디터|송선민

이재환

중심있는 패션 JAEHWAN*LEE PARIS

파리의 스튜디오 베르소와 에스모드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마틴 싯봉과 클로에 파리에서 일했으며 2007년 디나르 국제 신진디자이너 페스티벌 그랑프리를 수상한 탄탄한 실력의 디자이너 이재환. 현재 그만의 독특한 감성이 담뿍 묻어난 Jaehwan* lee paris를 파리와 서울에 펼치며 ‘Seoul’s 10 Soul’의 최종 10명의 디자이너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재환과 나눈 간단 명료한 인터뷰.

패션은 (예민하고), (정교하며), (섬세)해야 한다.

(디자이너의 끊없는 발전) 없이 패션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패션쇼는 (내인생의 가장 큰 기쁨)이다. (자유), (음악), (여성) 없이는 디자인을 할 수 없다.

옷이란 (사람들에게 자신감을 부여하고, 삶의 에너지가 되는 수단이어)야 한다. 디자이너란 (다양한 문화 예술을 접하고 사람들과 소통)해야 한다.

디자이너는 (동시대적인 감각을 반영해야 하지만 현실과 타협)해서는 안 된다. (클림트)는 내 디자인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음악)은 내게 휴식이다.

내 우상은 (이브 생 로랑)이다. 나는 (초심), (배려심), (인내심)을 잃지 않고 살고 싶다.

블랙은 (편안함)이다.

촬영이란 (긴장과 설레임)이다.

파리는 내게 (제2의 고향)이다.

서울은 내게 (현실을 일깨워주는 곳)이다.

나는 디자인 외에 (검도)에 열정이 있다.

(세련되고), (카리스마 있으며), (우아)한 여자는 멋지다. 연애는 (디자인까지 발전시킬 수 있는 필수 항목)이다. 일과 사랑은 (동시에) 해야 한다.

(자유)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다.

에디터 | 김석원 모델 | 이평

정고운

토털 브랜드를 꿈꾸는 작은 거인 GOEN.J

“너 저기 나가서 잘하면 밀어줄게.” 파리 유학에서 돌아와 개인 컬렉션을 만들기 위해 돈이 필요하던 시절, 유일한 ‘믿을 구석’이던 부모님께서 <프로젝트 런웨이> 시즌 2의 모집광고를 보고 출연을 권했다. 손 벌리려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정고운은 이 프로그램의 우승자가 되었다. 돈도 얻었고, 눈을 가린 헤어스타일 때문에 ‘초코송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그런데도 이 욕심 많은 아가씨는 더 얻고 싶어 한다. 의상의 완성도, 감성, 상업성과 창의성을 대담하게 넘나드는 균형 감각은 놀라울 정도다. 어눌한 듯 정곡을 찌르는 독특한 화법도 그녀의 인기를 높이는 데 한몫했다. 그래서 에디터가 직접 스마트폰의 카메라로 정고운과의 대화를 직접 담아왔다.

 

파리에서 졸업하고 바로 한국 온 거예요?
아뇨 1년 있다가. 졸업하고 파리 토템에서 인턴을 했어요.

그리고 한국 와서 2011 S/S에 첫 컬렉션을 론칭한 거죠?
네. 전 걱정 많이 했거든요. 좀 무난한 스타일이 아니어서. 그런데 나름 입점한 데도 별로 없는데 판매가 되는 거예요. 저 형광색 판초는 하나 만들었는데, 정말 아무도 안 입겠지, 했어요. 안 팔리면 내가 입어야지, 했는데 다 팔린 거예요. 남자… 게이들이 많이 좋아한대요. 그것도 가격대 꽤 높은데.

저 판초는 얼마예요?
저건 39만9천원. 저 페이즐리 실키한 라이더는 69만원대. 그런데 팔린대요.

솔직히 저도 고운 씨 옷이 잘 팔릴까 싶긴 했어요.
그러게요. 좀 팔리다 보니까… 내 맘대로 해도 되겠구나 싶어요(웃음).

사람들이 ‘초코송이’라고 부르는 거 알죠?
네, 알아요.

맘에 들어요?
그래도 개그맨이나 동물로 불리지 않는 게 어디에요.

헤어스타일을 바꿨네요?
사람들이 너무 많이 알아봐서… 남자친구랑 같이 프로그램 끝나고 얼마 안 되어서 시골 스파에 갔어요. 수영복을 입고 그 초코송이 머리를 하고. 그런데 수영장 안에 사람들이 막 몰려드는 거예요. 수영복 입고 있는데. 너무 민망해서 바로 나와버린 적도 있어요.

고운 씨는 옷 참 잘 입는 디자이너예요.
네. 어렸을 때부터 옷 입어보는 거 너무 좋아했어요. 제 유일한 낙은 쇼핑. 그런데 한국에는 쇼핑할 데가 별로 없어요. 그래서 그 원을 푸는 데가 원단시장. 맘에 드는 원단이 있으면 이번 시즌에 바로 쓰지 않더라도 일단 사요.

어떻게 입는 거 좋아해요?
너무 명품, 명품은 제 나이도 그렇고, 재미없어요. 빈티지랑 적절히 섞어서 입어요.

자기가 입고 싶은 옷을 만드는 건가요?
네. 제 옷은 저한테는 다 잘 어울려요. 저는 디자이너라면 옷이 자신을 닮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옷이랑 고운 씨의 성격이랑 어떤 점이 닮았어요?
클래식하고 우아한데 약간 독특하다는 거? 강한 여자들이 입을 법한 옷이에요.

<프런코>는 왜 나갔어요?
엄마, 아빠 추천으로… 전 아주 싫었죠. 처음엔. 내가 방송에 어울리는 성격도 얼굴도 아닌데. 처음에 한국에 들어왔을 땐 이에르(Hyere)를 준비하고 있었어요. 부모님께 ‘지금까지도 많이 도와주셨지만 진정한 서포트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라고 말씀드렸더니, ‘네가 어느 정도 하는지도 모르고 어떻게 너한테 큰돈을 투자하겠니, 그럼, 너 저기 나가서 잘하는 거 증명해봐. 그럼 도와줄게’라고 하시더라고요. 하기 싫은데 울면서 나갔어요. 그런데 덜컥 우승을 했어요.

브랜드 론칭 비용 지원받았죠?
네. 7천만원. 그런데 저는 세금을 33%나 뗐어요. 이거 인터뷰에 꼭 써주세요. 나중에 들은 소식은, 저 이후로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이슈가 된 사람이 슈퍼스타K 허각 씨인데, 그분 때문에 법이 바뀌었대요. 세금이 3%로. 그래서 아쉽고 부러웠죠.

상금은 어떻게 썼어요?
브랜드 론칭하는 데는 엄청난 도움이 됐어요. 은행에 맡겨두고 조금씩 꺼내 쓰고. 서울시에서도 ‘생산지원금’이라는 지원을 받고 있어요.

이번 봄/여름 컬렉션은 온통 페이즐리가 가득해요. 어떤 콘셉트인가요?
설악산에 기념품 파는 데 가면 손수건 팔잖아요. 그 등산용 스카프에 페이즐리가 남들은 촌스럽다고 하겠지만 제 눈엔 너무 예뻐서 페이즐리만 찾아서 제 느낌으로 풀어본 거예요.

에트로답지 않아서 좋아요.
네, 젊은 느낌으로 풀고 싶었어요.

서울 컬렉션에서 고운 씨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좀 자리를 잡고, 같이 일하는 스태프를 두고, 제대로 하고 싶어요. 다음 시즌부터는 해볼 생각이 있어요.

신인 중에서도 은근히 섹시한 스타일을 만들어요. 옷은 디자이너를 닮는다는데, 본인은 그런 타입으로는 안 보여요.
왜요, 저 섹시한데(웃음). 저 섹시한 것 좋아해요. 남성복도 그렇겠지만 여성복은 반드시 섹스어필하는 부분이 있어야 해요. 노출이 과감한 것은 아니지만 커팅이나 슬릿, 레이스 소재 등을 통해 야하게 풀어봤어요.

본인이 입을 수 있겠어요?
그럼요. 핫 팬츠, 마이크로 미니, 우리나라 여자분들 정말 과감하게 입잖아요. 슬릿 때문에 야하게 보이는 제 스커트 팬츠도 사실 알고 보면 핫 팬츠 길이일 뿐이에요.

식상한 질문이겠지만, 진짜 궁금해요. 어떤 디자이너가 될 건가요?
차근차근 제 컬렉션을 키워서 해외에 진출하고 싶어요. 동시대적으로 인정받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요. 옷 말고도 주얼리와 액세서리도 하고 싶고요, 아, 홈웨어도요.

거의 랄프 로렌 제국 수준인데요?
하하, 아르마니처럼요! 머지않아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에디터|최유경

이명신

쉽고, 쿨하고, 재미있는 클래식 LOW CLASSIC

디자이너 이명신의 이름을 눈여겨본 건,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가 아니라 오히려 ‘로 클래식’부터였다. 사무실에 도착한 빼곡한 우편물 사이를 헤집고 로 클래식의 룩북을 들춰보다 사고 싶은 걸 당장 다섯 개나 발견했으니까. 그녀를 만나기 위해 필요한 건 www.lowclassic.com. 온라인 쇼핑몰 같은 메뉴를 둘러보다간, 디자이너의 감성이 담뿍 묻어나는 블로그를 만난다. 문의 번호로 다이얼을 돌리니, 상냥한 목소리가 화답한다. 디자이너 이명신이다.

 

070 번호로 디자이너와 통화하는 건 처음이에요. 왜 이름을 로 클래식으로 지었어요?
Low라는 단어를 통해 쉽고, 즐겁고, 재미있고, 유머러스한, 그리고 어린 우리들(디자이너 박진선과 황현지)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고 싶었어요. 거기에 클래식을 붙인 것도 그런 반전을 기대한 거구요.

클래식을 워낙 좋아해요?
네. 클래식은 트렌치코트처럼 어떤 아이템에 국한되는 말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각자에게 숨겨진 클래식은 언제나 있고, 또 찾아낼 수 있거든요. 쉽고, 쿨하게, 재미있게 찾을 수 있어요.

온라인 매장을 고집하는 이유는 뭘까요?
편집숍에도 들어가 있지만, 여전히 온라인은 우리의 소중한 소통 창구예요. 우리 옷을 구매하는 분들과 ‘직접적으로’ 연결되고 싶으니까요. 우리의 비전을 가장 편안하고 자신있게 보여줄 수 있는 곳이고요.

그럼 시즌 콘셉트를 전달하는 방식도 남다를 것 같아요.
요즘 카피나 도용이 워낙 많아서, 아예 프레스와 바이어용 홈페이지를 따로 제작하고 있어요. 홍콩이나 싱가포르 지역 바이어들에게도 반응이 좋거든요. 오프라인으로는, 시즌마다 특별한 상품을 제작해서 보내드리고 있어요. 이번에는 서류 파일을 만들었는데 반응이 좋았지요. 생각보다 다양한 세대의 고객들과 좀 더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도 있고, 온라인 이용률을 더 높일 수 있는 아이디어인 셈이기도 해요.

이번 시즌에 만든 옷 중에 가장 애착이 가는 옷은 뭐예요?
이번 시즌 콘셉트가 ‘slow classic’ 이었어요. 봄/여름의 S를 붙여서 라임을 붙인 거예요. 가을에는 F니까 Flow. (웃음). 또 하나 Yellow 도 있어요. 그건 여름에 나오는 티셔츠 라인 이름이구요. 가장 애착이 가는 옷은 실크 라이더 베스트. 제작하는 데 어려움이 많기도 했고, 개인적으로 입고 싶던 디자인이라 애착이 가요. 티셔츠나 롱 원피스 같은 거 위에 딱 하나만 걸쳐도 아주 잘 어울려요.

블랙 라벨, 화이트 라벨 구분이 있던데?
블랙은 우리가 디자이너의 욕심과 비전을 담아낸 라인, 화이트는 좀 더 대중 친화적인 라인으로 보시면 돼요. 하지만 우리는 기존의 두 시즌 체제가 아니라, 더 잘게 쪼갠 시즌으로 운용해요. 레디투웨어, 프리, 리조트, 그리고 날씨별, 이벤트별 구성들로 이루어지죠.

Private이라는 메뉴는 뭐예요?
고객들 중 옷을 교환하고 싶은데 금액이 달라서 남거나 모자란 부분을 위한 결제창이에요. 온라인으로 매장을 운영하려면 이런 노하우가 필요해요.

에디터|최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