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2일부터 28일까지 진행된 제10회 서울 패션위크 기간 동안 6인의 패션 파워 블로거는 더블유의 게스트 에디터로 컬렉션장을 누볐다. 그리고 현장에서 날카로운 감상평과 직접 촬영한 사진을 더블유에 보내왔다. 뉴 미디어로 떠오른 패션 블로거들의 진심 어린, 그래서 더 흥미로운 서울 패션위크 리뷰.

P.T SHOW

송주현 Mr. Eli
blog.naver.com/joohyeon94
2천여 명의 구독자를 거느린 패션 파워 블로거, Mr. 엘리군의 블로그. 패션 저널리스트를 지망하는 그의 컬렉션 리뷰, 핫 아이템 소개, 트렌드 분석 기사 등 방대한 패션 스토리가 담긴 그의 블로그는 작지만 알찬 온라인 패션 매거진에 가깝다.

DEMOO PARKCHOONMOO 박춘무
이번 컬렉션은 마치 공기처럼 가볍고 아름다웠다.‘공기’라는 존재의 가벼움을 주제로 컬렉션을 펼친 박춘무는 가볍고 얇은 소재로 만든 재킷과 셔츠를 다양한 방식으로 자르고, 꼬아 새로운 실루엣을 창조했다. 무엇보다 얇은 니트와 섞인 저지 소재의 드레이프는 그야말로 환상적! 컬렉션은 언제나처럼 전위적인 색채가 두드러졌지만 사실 아이템들은 하나하나 뜯어볼수록 웨어러블한 면모가 돋보였다. 마치 옷이 벗겨지는 것처럼 커팅된 저지 소재의 재킷과 한여름 밤의 파티에 꼭 어울릴, 하늘거리는 실루엣의 트렌치코트는 이번 쇼에서 가장 돋보인 아이템. 쇼는 전위적이면서도 성스러웠지만, 동시에 센슈얼한 관능미가 자연스레 흘러나왔다. 홀리듯 바라보고 있노라니 어느새 끝나버린 컬렉션. 쇼장을 걸어 나오며 나도 모르게 자리에 놓여 있던, 에어 캡으로 감싼 룩북 한 번 더 쓸어보았다.

Jehee Sheen 신재희
쇼가 끝난 뒤 패션 페어 부스에서 만난 신재희는 쇼의 테마를 ‘절제’라 말했고, 그건 쇼를 보았다면 누구나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는 테마였다. 레이스업 같은 디테일이 재킷과 베스트곳곳에 숨어 있었지만, 쇼는 절제라는 테마를 극명히 드러내 다소 금욕적으로 보였다. 마치 수도자를 연상시키는 통 넓은 와이드 팬츠와 매치된 넉넉한 실루엣의 아우터는 이번 시즌 신재희를 대표할 시그너처 룩. 의상들은 하나같이 부드럽고 유려했으나 웅장한 음악이 울려 퍼진 쇼장 안에서는 마치 동양의 전사를 보듯 강렬함이 빛났다. 몸매를 가볍게 감싸는 레이스업 디테일의 베스트, 앞쪽에 헐렁한 드레이프가 잡힌 오가닉 소재의 블라우스, 뒷면에 드레이프가 돋보이는 구조적인 실루엣의 트렌치코트를 보니 ‘절제’라는 그의 말이 무색할 만큼 쇼핑 욕구를 ‘절제’하지 못할 것만 같았다.

Steve J & Yoni P 정혁서, 배승연
스티브 J와 요니 P가 초대한 패션 정글! 셀렙들, 각 매거진의 편집장들, 패션블로거들, 그리고 10 꼬르소 꼬모의 카를라 소차니가 참석한 스티브 J&요니P의 프레젠테이션 쇼장은 그야말로 시끌벅적했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음악과 동시에 등장한 첫 번째 룩은 정글이라는 콘셉트를 색다르게 풀어낸 깅엄체크 패턴의 쇼트팬츠 수트. 쇼츠 뒷부분에 프릴이 장식된 것으로 스트리트 감성이 다분한 스티브와 요니다운 개성이 오롯이 드러난 룩이었다. 그렇게 등장한 깅엄체크는 다양한 변주를 통해 아웃도어풍의 룩과 섞였는데, 그 가운데보이스카우트 단원을 떠올리게 한 와펜 장식의 미니 드레스와 밀리터리 점퍼는 젊은 사람들의 구매욕을 맹렬하게 자극하기에 충분해 보였다. 또한 평소 암코양이처럼 도도한 표정이지만 방긋 웃음을 보여준 한혜진을 비롯해 모델들의 싱그러운 미소와 시원시원한 캣워킹이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가운데 줄지어 등장한 룩들은 하나같이 그 자리에서 당장이라도 뺏어 입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스티브 J&요니 P 특유의 동시대적인 감각이 한껏 돋보인 쇼!

PAUL & ALICE 주효순
지난 시즌 넥스트 제너레이션에서 차세대 디자이너로 손꼽힌 주효순의 프레젠테이션 쇼. 소녀에서 여인으로 성숙하기 전의 여성을 떠올렸다는 그녀는 소녀적이되 지나치지 않은 여성스러움이 묻어나는 컬렉션으로 보는 이의 시선과 마음을 빼앗았다. 누드 톤의 피치 컬러 드레스는 유난히 사랑스러웠고, 매니시한 셔츠 드레스는 아래쪽에 주름 장식을 곁들인 맥시 스커트과 매치되어 맛깔스럽게 재탄생되었다. 클래식한 테일러링에 변주를 더한 룩들에 스트링 장식을 곁들여 너무 무거워 보이지 않게 표현한 것도 이번 컬렉션에 가산점을 준 이유. 무엇보다 중간중간 등장한 투명하게 비치는 소재로 만든 아우터는 다음 시즌이 어서 오기를 바라게끔 했다. 후반부에 선보인 마린 스트라이프 아이템까지, 절제와 균형의 미학을 유감없이 보여준 컬렉션!

해외 초청 쇼

김선아 Super Sun
www.superfashionsuperlife.com
각종 미디어에 패션 칼럼을 기고하는 패션 파워 블로거 & 패션 콘텐츠 디렉터인 슈퍼선, 김선아의 블로그. 패션 디자이너 출신답게 ‘패션 전문가의 지극히 사적이고 흥미로운 패션 이야기’를 표방한다. 친근하지만 전문적인 패션을 읽고, 보는 공간인 셈.

Hyeres 갈라쇼
굉장히 다양한 스타일이 모여 만든 것이 패션이다. 유치하고 기괴하고 ‘샬랄라’한 스타일들이 당당한 패션으로 인정받으려면 기본으로 전제되어야 할 부분이 바로 ‘완성도’. 펑크를 안정된 드레이핑, 절묘하게 비율 계산이 된 전위적인 실루엣으로 해석해 하이엔드 패션 장르로 이끌어낸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훌륭한 예일 것이다. 확실히 크링에선 학여울과 다른, 젊고 신선한 기운이 느껴졌지만 사실, 갈라쇼 디자이너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었다. 오히려 그 편도 좋은 게 선입견이 없는 상태에서 ‘어떤 옷이 나올까’라는 기대도 제법 즐겁다. 세명의 디자이너가 준비한 갈라쇼에서 가장 인상적인 디자이너는 파리에서 가정부 일을 하며 패션 공부를 했다는 몽고 출신의 문드크였다. 앤 드뮐미스터를 연상시키는 음울한 미학이 반영된 아이템의 높은 완성도는 ‘기괴하고, 센’ 컬렉션 분위 기를 상쇄시키고도 남았다. 이렇게 나는 기대되는 디자이너 한 명을 더 알게 되었다.

Hong Eun Jeong 홍은정
“그 쇼룸요? 10년도 더 전에 닫았는걸요?” 10년은 물론 과장이지만, 내 기억에 그녀의 압구정 쇼룸은 너무 오래전 일인가 보다. 백스테이지 촬영을 안내한, 반가운 사람은 바로 디자이너 홍은정이었다. 쇼가 임박했는데도 너무 여유로워 보여서 그 이유를 물으니, 이미 해외에서 4번이나 진행했고 한국에서 한 번 더 하는 쇼란다. 반복에서 오는 여유든 디자이너 성향에서 오는 여유든, 어쨌든 그런 여유는 결과에도 반영된다. ‘빈티지 드레이핑’으로 요약할 수 있는 컬렉션은 태양빛에 자연스럽게 바랜 인디언 핑크 의상들이 이어졌다(대체로 해외에서 활동 중인 한국 디자이너들은 세련된 컬러 톤을 전개할 줄 아는것 같다). 물감을 흩뿌린 추상적인 프린트 패턴은 S/S 시즌 특유의 생동감을 은유했는데 적정 수준으로 화려해서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쇼 말미로 갈수록 경쾌한 그리스 여신풍의 검은색 의상들이 전체 컬렉션의 중심을 잡아주었다. 서울 패션 위크가 내가 학생 때인 2000년대 초반보다 많이 발전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천편일률적인 공간에서 동네 잔치처럼 진행된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다. 해외 초청 디자이너가 여유를 부린 건지 아니면, 긴장할 만한 원동력이 부재했던 건지 곰곰이 생각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Doo.Ri 두리
패션 디자이너로 일하다 현재는 패션 콘텐츠 일을 하고 있다 보니 젊은 디자이너에 대한 평가는 조금 차가운 편. 칼 라거펠트의 말처럼 ‘그 시대, 문화를 가장 집약적으로 반영’하는 가장 상업적인 예술이 패션이다. 그러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옷’의 완성도가 높아야 쇼적인 연출을 가미하거나 알 수 없는 퍼포먼스를 진행해도 수긍이 가기 마련이다. 이미 뉴욕에서 활동하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Doo.Ri 리뷰에 뜬금없는 서두를 꺼낸 건, 옷의 완성도가 확실하다면 별다른 쇼적 연출이 없어도 충분히 만족스럽다는 얘길 하고 싶어서다. 서울 패션위크 기간 중 가장보고 싶었던 Doo.Ri쇼. 청아한 오프 화이트, 크림 베이지 등의 페일 컬러로 시작한 컬렉션은 그녀만의 드레이핑 실력을 마음껏 보여준 시간이었다. 유연한 실루엣으로 신선하게 전개한 90년대풍 수트는 인상적이었지만 촉촉한 질감의 테일러드 수트는 조금 실망스러웠다. 그러나 웬걸, 재킷의 뒤쪽에 드레이핑 디테일을 숨겨놓았던 것!-디자이너만의 시그너처 장기가 있다는 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집중력이 결여될 때쯤 상큼한 옐로 드레스를 시작으로 화려한 패턴과 텍스처를 지닌 아이템으로 마무리되었다. 다가오지도 않은 겨울 문턱에서 당장이라도 ‘입고 싶은’ S/S 아이템이 가득했던 컬렉션.

GENERATION NEXT

김소정 Moonriver
blog.naver.com/worldfdsj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는 패션 블로거 문리버, 김소정의 온라인 아틀리에. 흥미로운 패션 소식과 화보, 인터뷰, 컬렉션 리뷰 그리고 그녀의 일러스트, 아이디어 스케치 등을 포스팅하는 이 블로그는 그녀와 이곳을 찾는 이들이 동시대의 패션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공간이다.

Softcore by Sena Yoon 윤세나
디자이너 윤세나를 알게 된 건 앤트워프 왕립대학을 나왔다는 얘기를 듣고 나서다. 실제로 이 대학은 실험적이고 개개인의 고유 감각을 높이 발전시켜 하나의 브랜딩을 하기에 좋은 곳이라는데 이를 통해 어떤 디자인 세계를 보여주고 있을지 궁금했기 때문에 이번 쇼를 눈여겨보았다. 역시나 그녀의 컬렉션장에는 많은 해외 바이어들과 프레스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녀의 옷을 실제로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에 어떤 옷을 선보일까 내심 기대한 참에 등장한 그녀의 컬렉션은 웨어러블하고, 실용성이 높으며 동시에 유럽의 감성이 깃든듯한 인상을 주었다. 뉴트럴 계열의 색상인 베이지를 기본으로 화이트, 부드러운 톤의 오렌지, 파스텔 핑크등의 색상이 나오면서 그린 계열의 액세서리를 가미하는 등 공들인 기색이 역력했다. 편안하게 입을 수 있으면서도 디자인은 모던한 의상을 선보였고, 이는 소비자들에게 많이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Giliyate 엄미리
2008년 일본의 그랑프리 패션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아 실력을 인정받은 디자이너 엄미리. 당시 선보인 작품이 상당히 인상적이어서 엄미리라는 디자이너에 관심을두게 되었다. 그녀의 이번 컬렉션은 진중한 분위기의 배경 음악과 함께 시작되었는데 유난히 다양한 무늬의 소재가 눈에 띄었다. 독특한 소재로 만든 스커트, 톱 등의 아이템은 실험적인 정신이 풍성하게 표현된 것 같아 다양한 질감을 보여주려는 그녀의 의도가 느껴졌다. 물론 의상디자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근사했다. 만약 뉴트럴 계열의 베이지/화이트/그레이 색상으로 접근했다면 그 멋진 디자인이 더욱 눈에 띄었을 것. 새롭게 등장한 신인 디자이너답게, 실험적인 텍스타일을 선보인 이번 컬렉션은 그녀의 정체성을 강력하게 드러낸 기회의 장이었다. 앞으로 그녀가 선택할 테마와 그녀의 디자인이 기대된다.

LEYII 이승희
패션쇼에선 종종 모델들이 한꺼번에 등장, 포즈를 취한 채 피날레를 장식하곤 한다. 하지만 르이 컬렉션은 반대로 오프닝에서 모델들이 한꺼번에 등장하여 포즈를 취하고 백스테이지로 들어갔다. 그리고 이어진 성악가의 공연은 전체적인 컬렉션의 분위기를 예고했다.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디자이너 브랜드임에도 벌써 르이의 디자인을 카피하는 브랜드까지 등장했다고 하니, 이 신진 디자이너의 상업성과 디자인 감성이 얼마나 남다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커다란 기대 속에 서울 패션 위크의 제너레이션 넥스트 무대에서 선보인 이번르이의 컬렉션은 은은한 컬러의 톤과 함께 입고 싶고 보고 싶은 디자인이 가득했다.입체 드레이핑이 돋보이는 아이템과 쿠튀르적 요소가 가미된 아이템을 비롯해 레이저 커팅으로 ‘마블링’을 표현한 스커트와 미니 드레스는 매우 특별하지만 입기에도 부담스럽지 않은 모습이었다. 한 마디로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소유욕까지 부추기는 컬렉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