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타 타운이라는 세계의 설계자, 전상현

이예지

에르메스 디지털 콘텐츠 아트 디렉터에서 ‘베타 타운(Beta Town)’의 설계자로 변신한 전상현.

그는 베타 타운을 단순히 물건을 파는 브랜드가 아니라, 업데이트 중인 하나의 세계라고 말한다.

베타 타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전상현.

<W Korea> 내가 아는 전상현은 에르메스 디지털 콘텐츠 아트 디렉터였다가, 지난해 마가장 제너럴을 론칭했다. 그리고 오늘 얘기할 베타 타운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까지. 우선 한국에 돌아온 얘기를 해보자.
전상현 파리 에르메스에서 7년 반. 커리어적으로 나에게 정말 좋은 학교와도 같았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패션의 중심부에서 많은 일을 했다. 긴 시간이 흘렀고, 좀 더 다른 시도에 대한 갈증이 생겼다. 내 브랜딩, 내 관점을 통해 새로운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한국에 와서 살고 싶기도 했고.

자신을 베타 타운의 설계자라 소개했다. ‘ 베타 타운’은 무엇인가?
베타 타운(@betatown.co)은 단순한 패션 브랜드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아니다. 나는 이걸 하나의 세계라고 생각한다. 물건을 파는 브랜드로만 정의하기보다, 현실과 디지털 사이 어딘가 존재하는 가상의 도시에 가깝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은 정제되어 있고, 완성되어 있고, 설명이 잘되어 있다. 베타 타운은 그 반대다. 완성되지 않은 (완성이 될 수 없는, 끝이란 무엇일까?) 항상 업데이트 중인 세계. 어긋나 있고 지속적으로 로딩 중인 도시다. 그래서 이름도 ‘Beta’다. 정식 버전이 아닌, 항상 실험 중인 상태라고 보면 된다.

왜 베타 타운을 만들었나?
패션이나 브랜드 관련 일을 오래 하다 보니, 점점 나에게 ‘물건’ 자체 보다 ‘시스템’이 더 중요해졌다. 왜 이 물건이 여기 존재하는지, 왜 이 시점인지, 왜 이 방식인지 등. 브랜드를 하나의 게임 시스템, 세계로 설계하고 싶었다. 유저가 그냥 ‘소비자’가 아닌 ‘접속자, 플레이어, 참여자’가 되는 세계 구조. 이게 베타 타운의 출발점이다.

우선은 베타 타운을 웹사이트(www.betatown.co)로 만날 수 있다. 게임 구조인 것이 독특하다.
게임은 굉장히 솔직한 미디어다. 룰이 명확하고, 진입 조건이 있고, 보상이 있고, 시간과 레벨도 존재한다. 베타 타운에서도 모든 드롭에는 조건, 맥락, 단계가 있다. 아무나 와서 다 살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마케팅 장치라기보다, 세계관을 유지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지금 당장은 작은 방으로 가서 옷장을 채우는 방식이 가장 먼저 눈에 띌 거다.

베타 타운의 로고와 모티프가 픽셀로 구성된 이유가 궁금했다.
픽셀은 가장 원초적인 디지털 이미지다. 완성된 이미지 이전의 상태이자, 모든 이미지의 시작점. 정보가 없는 해석을 요구하는 상태. 베타 타운이 추구하는 것도 그 지점이다. 모든 것을 친절하게 설명한다기보다 해석이 필요한 불완전한 상태로 남겨두는 것. 레트로적인 미학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아직 렌더링이 끝나지 않은 세계를 표현하는 언어다.

픽셀에서 출발하는 건 그래픽 디자이너 출신의 시선일까.
맞다. 모든 걸 확대해보는 버릇이 있다. 이미지로 모든 것을 표현했던 나의 자아를 인간의 형태로 표현한 것과 비슷하다. 원자와 우주, 인간이 살고 있는 3차원과 그 너머의 4차원, 5차원. 이런 작은 것에서 거대한 것으로 확대되는 무언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나는 베타 타운이 모여 마을이, 도시가 형성되고, 그 너머가 되는 것을 상상한다.

모든 것이 블랙이다.
개인적으로는 컬러를 좋아하는 편인데, 갓 태어난 베타 타운의 플레이어는 아직 컬러를 가져야 할 정당성이 없다. 지금은 탄생의 의지만 갖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얼마든지 변형이 가능하다. 컬러든 형태든. 각자의 개성과 정체성을 찾아가면서 더욱 확장되는 세계관을 가질 거다.

드롭 방식으로 전개된다고.
베타 타운은 시즌 개념이 없고 대신 드롭(베타 타운의 용어로는 로딩 Loading이다) 형식이 존재한다. 각 드롭은 하나의 이벤트처럼 진행되고, 챕터가 다 언제 열릴지 정확히 공지되지 않을 수도 있다. 어떤 물건이 나올지 미리 알 수 없을 수도 있고. 다시 못 보는 아이템이 될 수도 있다. 베타 타운은 계속 패치되고, 가끔 오류가 나고, 예고 없이 바뀐다.

첫번째 드롭 제품인 스마트폰 케이스.
첫번째 드롭 제품인 스마트폰 케이스.

첫 번째 드롭이 스마트폰 케이스인 이유는?
베타 타운으로 입장하기 위한 스마트폰과 디지털 세계 사이의 연결감을 주고 싶었다. 혹시 구매를 하게 된다면, 베타 타운과 관련한 작은 비밀이 제공될 수도 있다. 앞으로 랜덤하게 작은 재미를 줄 예정이다.

많은 것이 예측불허인 듯하다. 앞으로 전개 방식에 대해 좀 더 얘기해 준다면?
처음에는 일단 물리적인 오브젝트로 시작하지만, 베타 타운은 결국 온&오프라인이 섞인 세계로 확장된다. 의류, 오브젝트, 이미지, 영상, 디지털 경험 등. 중요한 건 무얼 파느냐가 아닌 어떤 세계에 접속하고 있는가이다. 베타 타운은 완성될 생각이 없다. 항상 베타로 남을 거다.

사진
박종원(전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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