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LCE & GABBANA 2026 FW 컬렉션
남성다움이란 무엇일까? 돌체앤가바나는 26 FW 남성복 컬렉션의 테마 ‘남자의 초상(The Portrait of Man)’을 통해 “남자가 되는 단 하나의 정답은 없다”고 말한다. 다양한 남성성이 존재하며, 모든 남성은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할 권리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컬렉션의 베뉴인 밀라노 메트로폴(Metropol)은 마치 다양한 초상화를 전시하는 갤러리처럼 꾸며졌다. 대리석으로 시원하게 뻗은 런웨이 입구에는 대형 사각 구조물이 설치되어 각각의 모델을 초상화 속 인물처럼 보이도록 연출했다. 컬렉션이 시작할 때 울려 퍼진 나레이션처럼 런웨이에는 내성적인 사색가, 창의적인 비전가, 지중해의 관능주의자, 구조적인 합리주의자, 불안한 로맨티스트 등 다양한 남성 캐릭터가 등장했다. 이는 과거 남성성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다양한 페르소나를 한 무대에 올리고자 한 시도였다. 여기에 이탈리아 르네상스 회화에서 빛과 그림자의 대비를 극대화하는 키아로스쿠로(Chiaroscuro) 기법을 차용한 조명을 더해 캐릭터에 드라마틱한 깊이를 부여했다. 여기에 관객석 곳곳에 미리 앉아 있던 모델들이 런웨이로 합류하는 쇼의 설정 또한 새로웠다.
컬렉션은 볼륨감 있는 페이크 퍼 시리즈로 출발했다. 짧은 재킷부터 맥시 코트까지 실루엣을 강조한 페이크 퍼에 가슴까지 깊게 파인 니트 카디건, 브라운 레이스업 부츠를 매치해 관능적인 분위기를 살렸다. 슈트는 돌체앤가바나의 뿌리인 시칠리아 테일러링의 정교함과 아메리칸 스타일의 넉넉한 볼륨감, 부드러운 레이어링이 절충됐다. 이는 ‘초상화’라는 주제 아래 전통적인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입는 사람의 개성에 맞춰 유연하게 변모하는 현대 남성복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소재 또한 다채로웠다. 거친 트위드와 헤링본 코트는 전통적 테일러링을 상기시켰고, 부드러운 모헤어 코트와 마치 이미 보풀이 일어난 듯한 자연스러운 사용감이 돋보이는 블루 컬러 니트 풀오버는 감수성을 더했다. 80년대 스타일의 워시드 데님, 플란넬 셔츠, 실크와 벨벳 소재의 라운지웨어 역시 다양성을 확장했다.
컬렉션 후반부는 스포티즘이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레드 컬러 축구 유니폼에는 돌체앤가바나의 론칭 연도를 상징하는 숫자 84와 로고, 이니셜을 적용해 스포티한 무드를 강조했다. 편안한 원마일웨어 스타일의 그레이 트레이닝 셋업도 눈길을 끌었다. 버건디와 레드 도트 실크 셔츠 시리즈는 시각적으로 강렬했고, 이어 등장한 밀리터리 무드의 더블 버튼 코트, 빅토리안 재킷, 그리고 블랙, 화이트 턱시도 시리즈는 전통적 남성복의 극치와 실험적 태도의 공존을 보여줬다. 특히 두꺼운 커머밴드로 허리를 조여 실루엣을 강조한 형태는 남성복에서 흔히 보기 힘든 도전이었다.
한편 화려하게 쓰인 액세서리는 단순한 장식에 그치지 않았다. 실크 소재의 얇은 넥 스카프를 넥타이 대신 셔츠 안에 둘러 이탈리아 특유의 세련된 감각과 부드러움을 더했다. 벨트 고리에는 여러 개의 작은 지갑과 안경집을 달아 다층적인 실루엣을 완성했다. 특히 시계 모양의 브로치와 벨트 등의 액세서리는 ‘유행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속도로 살아가는 남자의 삶’과 동시에 ‘대를 이어 물려줄 수 있는 변치 않는 가치’를 상징하는 메타포였다.
돌체앤가바나의 26 FW 컬렉션은 다양한 남성의 내면과 스타일을 동시다발적으로 드러낸 현대적 초상화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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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urtesy of Dolce&Gabban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