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 유행이 이렇게까지 오래갈 줄은 몰랐는데요

박은아

가방에 인형을 주렁주렁 매다는 심리에 대하여.

@sooyaaa__

올해도 작고 무용한, 오직 귀여움으로 무장한 캐릭터들이 우리 주변을 가득 메울 전망입니다. 굳이 달지 않아도 될 키링을 가방에 달고, 굳이 꾸미지 않아도 될 휴대폰에 스티커를 붙이는 행위는 단순한 장식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이는 효율과 성과를 끊임없이 요구받는 일상 속에서, 스스로에게 잠시의 자유를 허락하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멋지게 각을 잡지 않아도,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건네며 긴장을 완화하는 효과 역시 분명합니다.

@hyeri_0609

그래서 지금의 귀여움은 단순한 레트로 트렌드에 그치지 않습니다. 지금의 삶을 버티기 위한 감각적인 장치로 기능하고 있기 때문이죠. 어른이 된 우리가 다시 귀여운 걸 소장하고 모으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습니다. 더 강해지기보다는, 잠시 느슨해져도 괜찮다는 상태를 스스로에게 허락하기 위해서입니다.

쓸모없어서 더 중요해진 것들

@_imyour_joy
@youngseo
@youngseo
@youngseo
@youngseo

가방에 달린 인형 키링은 기능적인 측면에서 보면 분명 무용한 물건입니다. 무게만 늘리고, 수납에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죠. 그럼에도 사람들은 인형을 하나 더 달고, 또 달며, 때로는 여러 개를 동시에 매답니다. 이는 효율과 실용을 기준으로 한 소비 방식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무의식적인 욕망을 반영합니다. 쓸모없기 때문에 오히려 목적에서 자유롭고, 그래서 더 솔직한 취향의 표현이 가능해지는 셈입니다.

나를 표현하는 수단

@jennierubyjane

이러한 흐름은 무대 위에서도 포착됩니다. 제니는 작년 이탈리아 밀라노 콘서트 무대에서 과감한 실루엣의 블랙 바디슈트를 선보이며 단숨에 화제의 중심에 섰습니다. 가슴 한가운데 달린 빨간 캐릭터 장식은 강렬한 무대 의상과 선명한 대비를 이루며 강한 인상을 남겼죠.

@jennierubyjane

이 무대는 캐릭터를 단순한 장식 요소가 아닌, 하나의 패션 언어이자 퍼포먼스 장치로 활용한 사례로 해석됩니다.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캐릭터 붐과 90년대 감성의 귀환을 무대 위에서 가장 설득력 있게 번역해낸 장면이기도 합니다. 강한 여성성과 대담한 실루엣, 압도적인 퍼포먼스 사이에서 캐릭터는 긴장을 완화하며, 제니 특유의 위트와 감각을 더욱 또렷하게 드러냈습니다.

@youngseo

결국 지금의 캐릭터 활용은 ‘귀여움’ 그 자체를 넘어, 나를 설명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쓸모없어 보이지만 그래서 더 솔직하고, 가볍지만 결코 가볍게 소비되지 않는 것. 이 미묘한 균형 위에서 귀여움은 여전히, 그리고 꽤 강력하게 작동 중입니다.

귀여움은 문제를 해결하지는 않지만, 문제를 견딜 수 있게 만들어줍니다. 하루를 버티게 하고, 조금은 느슨해져도 괜찮다고 말해줍니다. 세상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바꿔주니까요. 그래서 결국 귀여운 게 진짜로 세상을 구합니다.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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