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Y LIANG 2026 SS 컬렉션
샌디 리앙은 뉴욕의 컨템퍼러리 브랜드 중에서도 세계관이 뚜렷한 디자이너다. 실용성보다 정서적 유대를 바탕으로 ‘소녀 감성의 공동체’로 관객을 끌어들이는 힘을 지녔다. 샌디 리앙의 컬렉션은 단순한 패션쇼를 넘어 팬덤의 감정, 소셜미디어의 시각적 확장, 그리고 기억의 재현이 어우러지는 하나의 이벤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6 SS 컬렉션도 예외는 아니다.
이번 쇼는 첼시 마켓 내 부다칸(Buddakan) 레스토랑에서 열렸다. 테마는 ‘인형집(dollhouse)’. 장난감을 사랑했던 5번가의 상속녀 위게트 클라크(Huguette Clark)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구상되었다. 디자이너는 “클라크는 어린 시절에 갇혀 있었고, 나이가 들어서도 인형의 집과 장신구에 집착했다. 그녀의 저택은 프랑스와 일본에서 들여온 온갖 장난감으로 가득했다”라고 설명한다. 여기에 ‘엄지 공주’ 동화,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 ‘마루 밑 아리에티’, 시뮬레이션 게임 심즈에서 받은 모티프가 더해졌다.
쇼의 시작은 잔뜩 멋을 낸 어린아이 같은 모습이었다. 사랑스러운 프릴 원피스와 레이스 레오타드가 천진난만하게 섞였고, 원피스에는 고전적인 꽃무늬, 고양이 카툰 프린트, 여름 테이블보 같은 푸른색 깅엄 체크가 올려졌다. 칼라와 소매, 허리에는 리본과 인형집 커튼을 연상시키는 디테일이 주렁주렁 더해졌다. 여기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연상케 하는 커다란 단추 장식으로 위트를 더했다. 겉으로 드러난 대형 케어 라벨에는 ‘아, 첫 키스를 용서해 줘’, ‘현재에 집중하고 기억해, 항상 자신에게 친절하게 말하렴’ 같은 메시지가, 마치 공주들을 향한 작은 주문처럼 쓰여있었다.
소중한 물건들을 자랑하는 샌디 리앙의 아이디어는 사랑스럽다. 반짝이는 새틴 스커트에는 어린 시절 추억을 담은 PVC 파우치가 내장되어 귀여운 미니어처 물건들을 전시했다. 커다란 ‘잃어버린’ 단추를 달거나 스티커를 잔뜩 붙인 슬리퍼에서 장난기 어린 과장이 엿보였다. 시그니처 발레 슈즈는 핑크와 블랙 컬러 핸드백으로 재해석되어 소중한 물건들을 변화시키는 그녀만의 독창적인 접근 방식을 보여줬다.
개인적 서사와 취향을 무대 위에 용기 있게 펼쳐놓으며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 디자이너 샌디 리앙. 그녀는 작년에 태어난 귀여운 아기를 안고 피날레 무대에 올라 개인적인 이야기를 한 겹 더 쌓아갔다.
- 사진
- Courtesy of SANDY LIANG, Instagram @sandylia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