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두려운 당신에게
뭔가를 시작하기 전엔 늘 비슷한 마음이 듭니다. 조금만 더 알아보면 더 잘할 것 같고, 조금만 더 손보면 실수 없이 해낼 수 있을 것 같죠. 하지만 그 어디에도 완벽한 시작은 없습니다.
완벽주의는 성실함이라는 착각

완벽주의는 마치 성실함처럼 비춰집니다. 대충 하지 않겠다는 태도 같고, 밀도 높은 업력처럼 느껴지기도 하죠. 그런데 실제로는 그 높은 기준 때문에 발목을 붙잡힐 때가 많습니다. 시작 전부터 머릿속으로 수십 번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더 알아보고, 다듬고, 준비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실행이 자꾸 뒤로 밀리게 되거든요.
완벽주의와 미루기의 관계를 분석한 여러 연구도 존재합니다. 이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바도 있죠. 모든 완벽주의가 동일하게 작동하는 건 아니지만, 완벽주의를 표방하는 이들은 실수에 대한 두려움이 크고, 타인의 평가에 민감한 유형일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완벽주의는 크게 ‘자기 지향적’, ‘타인 지향적’, ‘사회적으로 부여된 완벽주의’로 나뉘는데, 이 중 ‘타인 지향적’ 유형이 회피 행동, 즉 미루기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었습니다. “아직 준비가 안 됐어”라는 말 뒤에는 “누군가의 기대를 충족시킬 준비가 안 됐어”라는 마음이 숨어있는 셈이죠. 하지만 준비를 많이 한다고 반드시 시작에 가까워지는 건 아닙니다. 기준선이 높아질수록, 출발선도 같이 멀어지니 마련이니까요.
빨리 시작하면, 빨리 배울 수 있으니까

일단 먼저 해보는 사람의 가장 큰 장점은, 상상만으론 어려운 현실 경험을 빠르게 해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오래 고민해도, 실제 해보기 전까지는 모르는 것들이 세상엔 수두룩 하거든요. 글을 써봐야 내가 어디서 막히는지 알 수 있고, 운동을 시작해 봐야 내 체력이 어느 정도인지 감이 오고, 새로운 일을 맡아봐야 내가 진짜 부족한 부분이 보이는 것처럼요.
준비한만큼 잘되는 일도 있지만, 해보면서 잘하게 되는 일도 분명 많습니다. 중요한 건, 일단 움직이는 사람이 경험치를 빨리 쌓고, 그만큼 감도 빠르게 잡을 수 있다는 사실이죠. 일을 진전시키면서 얻는 성취와 동기부여도 분명히 있고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에서 소개된 연구도 비슷한 방향을 보여줍니다. 수백 명의 직장인을 장기 추적한 이 연구에서, 사람들은 큰 보상이나 극적인 성취보다 작더라도 분명한 진전을 경험할 때 더 높은 동기와 몰입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거든요(The Progress Principle, 2011). 거창한 출발보다 중요한 건 “조금씩 앞으로 가고 있다”는 현재진행형 감각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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