뮈글러 미겔 카스트루 프레이타스가 펼친 자유라는 태도

김민지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미겔 카스트루 프레이타스(Miguel Castro Freitas)가 뮈글러에서 처음 펼친 데뷔 무대는 브루탈리스트, 즉 콘크리트 지하 주차장에 내려앉은 정적에서 시작됐다.

2026 S/S 컬렉션은 ‘섹시함’이 아닌 ‘관능’이라는 단어에서 출발하며, 즉각적인 자극이 아니라 감각과 상상, 그리고 태도의 층위를 묻는다. 아프로디테 신화의 렌즈를 통과한 컬렉션은 글래머를 새롭게 정의하고, 절제와 엄격함 속에서 오히려 힘을 증폭시킨다. 브루탈리스트적 공간과 영화 같은 정적, 장인의 손끝에서 완성된 정교한 디테일은 유산을 복제하는 대신 미래로 옮겨놓는다. 미겔 카스트루 프레이타스는 과거를 반복하지 않고 미래를 설계한다. 그리고 그 미래의 중심에 자유가 있다.

<W Korea> 이번 시즌, 당신은 ‘섹시함(Sexiness)’이 아니라 ‘관능(Sensuality)’을 핵심 개념으로 제시했습니다. 뮈글러의 세계 안에서 이 두 개념은 어떻게 구분되나요?
미겔 카스트루 프레이타스 관능(Sensuality)은 섹시함(Sexiness)보다 훨씬 더 복합적인 층위와 뉘앙스를 지닌 개념입니다. ‘섹시하다’는 표현은 종종 즉각적인 시각적 만족과 연결되며, 다분히 일상적이고 단순한 언어로 소비되기 쉽습니다. 반면 관능은 오감 전체를 자극하며, 단순한 성적 유혹을 넘어 사유와 상상을 촉발합니다. 오해는 없었으면 합니다. 저는 삶에서의 섹시함을 부정하지 않아요. 다만 패션에서 ‘섹시’라는 단어는 지나치게 평면적이어서 탐구의 언어로는 무기력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저는 ‘Sensuous’, ‘Sexual’, ‘Erotic’처럼 더 풍부한 결을 내포한 단어들에 끌립니다. 솔직히 말해, ‘Sexy’만 아니면 무엇이든 더 흥미롭습니다.

관능을 시각화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형태, 질감, 소재는 무엇인가요?
제 사고방식은 공감각적입니다. 색, 형태, 질감 같은 감각 자극들이 자연스럽게 서로 연결됩니다. 첫 쇼는 쇼걸과 올드 할리우드 글래머라는 ‘캠프’에서 출발했는데, 저는 그 분위기에서 컬러를 덜어낸 상태를 상상했고, 머릿속에 남은 단어는 ‘브루탈리스트 키치’였습니다. 무대의상은 피부 위의 피부 같은 옷으로 변하고, 크리스털은 콘크리트 같은 돌이 되며, 깃털은 화려함 대신 위장처럼 사용됩니다. 파우더리 핑크와 피치 톤은 불투명한 울이나 극도로 광택 있는 라텍스에 적용되어, 달콤함이 아닌 왜곡된 금욕성을 드러냅니다. 이 모든 연상은 오늘날 뮈글러 안에서 글래머, 판타지, 관능이 무엇인지 질문하기 위한 하나의 개념 테이블이 되었습니다.

2026 S/S 컬렉션을 아프로디테 신화에 연결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아프로디테는 사랑, 욕망, 아름다움뿐 아니라 전쟁까지 아우르는 대단히 복합적이고 강력한 여신입니다. 뮈글러의 뮤즈로 이보다 적합한 존재가 있을까요?

오늘날 당신이 상상하는 ‘뮈글러의 여성’은 어떤 모습인가요?
솔직히 말해, 저는 ‘Mugler Woman’을 정의하는 데 큰 관심이 없습니다. 새로운 뮈글러에 매혹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이유는 그들 자신의 정체성이 이미 다면적이기 때문이라고 믿습니다. 하나이면서 동시에 여러 모습일 수 있는 사람들, 재창조를 거리낌 없이 받아들이며 자기만의 리듬으로 살아가는 이들에게서 영감을 받습니다. 올더스 헉슬리의 말처럼 “완전히 일관된 사람은 죽은 사람뿐”이니까요. 변화와 변형은 뮈글러를 이해하는 핵심입니다.

이번 쇼는 영화 같은 정적을 담고 있었습니다. 이 톤은 당신의 미학적 언어와 어떻게 연결되나요?
영화적 정적은 연극성과 대립하지 않습니다. 연극성은 영화적 형식 안에서도 구현될 수 있고, 패션은 본질적으로 수행적입니다. 저는 영화광이며, 연출은 목적이 아닌 소통의 수단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 시대에 신선했던 것이 다른 시대에는 진부해질 수 있기에, 저는 향수의 함정에 빠지고 싶지 않습니다.

콘크리트 지하 주차장을 런웨이로 선택한 이유는요?
이번 쇼는 네오누아르, 더 정확히 말하면 린치적 경험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관객에게 불편함과 관음적 친밀감이 동시에 발생하는 감각을 남기고 싶었죠. 이 공간은 음산함과 불안을 제공했고, 어둠 속 관음자로 배치된 관객과 아늑한 부드아르적 영역이 대비되며 긴장을 만들었습니다.

파우더리한 베이지와 회색을 컬러 팔레트로 선택한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형태와 실루엣의 ‘시’를 더 선명하게 드러내기 위해 팔레트에 필터를 씌웠습니다. 하지만 절제된 외관에 속아서는 안 됩니다. 가까이 들여다보면 키치와 퇴폐, 성적 암시가 훨씬 더 많이 숨어 있습니다.

가장 먼저 완성된 룩은 무엇이고, 컬렉션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쇼의 첫 룩과 마지막 룩입니다. 같은 슈트를 서로 다른 컬러로 변주했죠. 컬렉션 전체를 응축한 토템 같은 존재입니다. 저는 같은 룩으로 시작하고 끝내며 360도의 여정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이번 시즌 핵심적인 기술적 혁신은 무엇이었나요?
‘전통’과 ‘기술’의 결합입니다. 파리의 장인들과 협업했고, 크리스털 드레스는 두 달에 걸쳐 손으로 완성했습니다. 메종 페브리에(Maison Fevrier)는 깃털에 대한 놀라운 기술을 축적해온 곳입니다. ‘보석 드레스’는 과거 Mr. Mugler와도 작업한 마리나(Marina)와 함께했고, 크리스털 하나와 체인 하나까지 손으로 조립했습니다. 오늘날 패션 하우스에서 이런 작업은 드물죠. 우리의 꿈을 실현해주는 사람들과 협업하는 것은 겸손한 특권입니다.

가장 기술적으로 어려웠던 요소도 있었나요?
모든 선택이 어렵습니다. 특히 어렵지 않아 보이게 만드는 것이 가장 어렵죠. 기술적으로 복잡할수록 결과는 자연스럽게 보여야 합니다.

그렇다면 기술과 연출을 넘어, 당신이 뮈글러에서 가장 먼저 되살리고 싶었던 미적 코드가 무엇이었지도 궁금합니다.
가장 어려운 것, 바로 ‘글래머’입니다.

뮈글러는 방대한 유산이 있는 하우스입니다. 2026 S/S 컬렉션에서 직접적으로 참조한 아카이브는 무엇이며, 왜 그것을 선택했나요?
린다 에반젤리스타(Linda Evangelista)가 조지 마이클(George Michael)의 ‘Too Funky’ 뮤직비디오에서 착용한 깃털 헤드피스입니다. 뮈글러의 핵심 가치를 상징하는, 아이코닉하면서도 성상 파괴적 존재들이라 다시 해석하고 맥락화하고 싶었습니다.

1998년의 ‘니플 드레스’를 참조한 디자인이 논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오늘날 이 실루엣을 다시 소환해야 한다고 느낀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리는 지금 새로운 보수주의가 무섭게 발흥하는 시대를 살고 있고, 어렵게 쟁취한 권리가 얼마나 쉽게 후퇴할 수 있는지를 목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것들을 다시 선명하게 드러내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니플 드레스’의 재등장은 단순한 향수나 충격이 아니라, 맥락 속에서 작동하는 상징적 역설입니다. 신화적 아름다움과 S&M 미학의 불편함이 공존하는 역설 말이죠. 그것은 유혹이 아니라 권한 부여(agency)에 가깝고, 취약함을 하나의 힘으로 드러내는 선언입니다. 누드를 이유로 예술이 검열되는 현실이야말로 중세적입니다. 그래서 만약 이 드레스가 어떤 공적인 논의를 열었다면, 저는 제가 해야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뮈글러에서 섹슈얼리티는 단순히 노출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섹슈얼리티는 매우 복합적입니다. 그것은 행동 규범으로 환원될 수 없고, 신체적·감정적·에로틱·친밀·사회적·영적 차원까지 여러 층위를 가로지릅니다. 뮈글러는 언제나 개인의 성적 정체성과의 관계를 기념해왔고, 저는 그것을 존중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섹슈얼리티’와 ‘노출’을 다룰 때 어떤 윤리적 기준 아래 접근하나요?
패션은 실험실 같은 창의적 제안이며, 예술적·경제적으로 문화에 영향을 미치지만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오만에 빠져서는 안 됩니다. 디자이너는 자신의 힘을 과신하지 말아야 하고요. 실생활에서 선은 타인의 공간을 존중하는 데서 그어야 하지만, 예술적 표현에서는 그 경계를 계속 밀어붙여야 한다고 믿습니다. 윤리는 도덕과 같지 않으며, 패션은 섹슈얼리티처럼 복잡한 주제에 대해 훈계할 필요가 없습니다. 한편으로 디자이너들은 ‘폭압’이나 ‘여성 혐오’ 같은 비난으로 과도하게 공격받을 이유가 없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입을지 결정하는 존재가 아니라, 선택지를 제안하는 존재일 뿐입니다. 파솔리니(Pier Paolo Pasolini)는 “스캔들은 권리이며, 그것에 반응하지 않는 자들이 도덕주의자들이다”라고 말했죠. 그리고 뮈글러에서 ‘노출’은 단순한 피부가 아니라 언어로 기능해왔습니다.

앞으로 더 탐구하고 싶은 아카이브가 있나요?
물론입니다. 하지만 아카이브에 집착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가장 큰 존중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니까요.

그렇다면 과거를 복제하지 않고 새로운 언어로 옮기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설명할 수 없습니다. 결국 직관과 본능의 문제입니다. 과거를 반복할 생각은 없지만, 미래를 상상할 때 과거는 가장 위대한 자원이라는 것도 분명합니다.

디올, 드리스 반 노튼, 생 로랑 등 여러 하우스에서 쌓아온 당신의 경험은 뮈글러의 새로운 방향성을 기대하게 합니다.
삶에서 경험하고 목격하고 참여하며 배운 모든 것은 자신의 미적 언어를 형성합니다. 그 모든 경험을 관통하는 가장 기본적인 도구는 지속적인 호기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업계에서 가장 위대한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행운을 누렸고, 그들은 서로 다 달랐지만 존경받을 만한 존재들이었습니다. 그 축적은 결국 유기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찾게 합니다. 가장 소중한 교훈은, 단 하나의 정답 같은 방식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당신은 실루엣을 종종 조각적이라고 표현합니다. 구조와 패턴을 만들 때 어떤 원칙을 따르나요?
옷의 조각적·건축적 측면은 제게 집착에 가까울 만큼 중요합니다. 인상과 의미는 ‘밀리미터’ 차이로 결정됩니다. 라펠의 선, 소매길이, 스커트의 플레어, 어깨의 폭까지 모든 선택은 균형의 방정식이죠. 디자이너는 항상 인체를 기준으로 삼아야 하며, 옷은 착용성과 움직임이라는 규칙을 따라야 합니다.

절제와 우아함, 그리고 증폭된 파워의 균형은 어떻게 설계하는지 궁금합니다.
절제와 우아함에도 강력한 힘이 있습니다. 어떤 순간에는 절제가 곧 ‘증폭된 파워’가 되기도 합니다. 과잉 이후에는 단순함으로, 다시 공허해지면 장식과 극대화로 돌아가죠. 스타일의 힘은 언제나 이전 미학에 대한 반작용으로 증폭됩니다. 저는 그 모순을 공존시키는 데 헌신합니다.

과거의 뮈글러는 극단적 과장의 쇼피스를 추구했습니다. 당신은 이를 어떤 방식으로 확장시키나요?
만프레드 티에리 뮈글러(Manfred Thierry Mugler)는 현실의 옷장을 염두에 두지 않았습니다. 그는 유토피아적 세계를 창조했고, 한 시대의 규범을 다시 썼죠. 저는 판타지와 현실을 조화시키는 것이 저의 사명이라 느낍니다. 그 균형은 제 디자인 접근 방식 자체를 반영합니다. 저는 모든 것에서 균형을 집요하게 추구해왔고, 이번 시즌 역시 그 태도가 컬렉션의 구조로 드러났습니다.

작업 중 “이건 분명 뮈글러다”라고 느낀 순간이 있었나요?
컬렉션을 만드는 과정 내내, 계속해서 그런 확신이 있었습니다. 저는 만프레드 티에리 뮈글러의 작업을 반복하거나 모방하는 데 관심이 없습니다. 이번 시즌의 핵심 과제는 뮈글러의 진정성과 제 미학, 그리고 브랜드의 미래를 향한 비전이 하나의 언어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방대한 아카이브에 직접 접근할 수 있는 것은 특권이지만, 제가 이 시대에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는 사실도 잊지 않으려 합니다.

지금 이 시대에 가장 중요한 ‘힘’의 형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자유입니다. 자신이 되고 싶은 존재가 될 자유, 자신의 진실을 말할 자유, 성별이나 정체성에 관계없이 야망을 추구할 자유. 자유는 정신의 상태이며, 잘 사용될 때 가장 강력한 자산입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뮈글러를 통해 드러내고 싶은 핵심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이것 또한 자유입니다. 그리고 그 자유는 곧 재창조를 의미합니다. 끊임없이 자신을 다시 쓰고, 다시 정의하는 것.
Freedom = Reinvention = Empowerment = Freedom.

뮈글러의 미래 서사는 어떤 방향으로 이어질까요?
서사는 복수형입니다. 단 하나의 이야기로 고정될 수 없어요. 우리는 계속해서 영감을 주고, 열망을 만들어내고, 그 모든 것을 서사로 변환해 보여줄 겁니다. 그게 뮈글러니까요. 이야기는 계속될 겁니다. 기대해주세요.

사진
VALENTINO BARBIERI, ROBI RODRIGUE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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