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도, 패션 영역도 넘어서 존재 자체로 시대의 문화 아이콘인 G-DRAGON. 그가 창조한 스타일 역사가 샤넬 안에서 새롭게 피어난다.


<W Korea> 화보 촬영 때, 지드래곤의 새침한 모습을 본 듯해요. 고양이 같은 찰나가 있었달까요 .
GD 그래요? 그랬다면 다행이네요. 화보 촬영을 오랜만에 했어요. <더블유>하고는 진짜 오랜만에 만난 거죠.
오늘은 샤넬의 2025/26 크루즈 컬렉션을 입고 촬영했어요. 새로운 아티스틱 디렉터, 마티유 블라지의 데뷔 쇼인 2026 S/S 컬렉션은 파리에서 막 공개되었고요.
영상으로 보니 행성들이 있는 콘셉트여서, 가서 직접 봤으면 더 재밌었겠다 싶었어요. 쇼를 할 때면 저는 룩 하나하나보다는 전체적인 걸 보거든요. 의상은 물론이지만 음악도 중요하고, 동선이나 공간에 따라서 느낌이 달라요. 콘서트와 비슷한 데가 있지 않을까요? 쇼니까요.
평소 샤넬 의상들에서 ‘지드래곤이 입을 만한 것’을 고를 때 혹시 기준이 있나요?
음. 편하게, 캐주얼하게 입을 수 있느냐, 아니면 아예 쿠튀르처럼 쇼피스냐. 이 두 가지가 큰 기준이에요. 서로 확실하게 다르죠. 두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애매한 스타일이라면 사실 저한테는 큰 의미가 없어서 별로 안 끌려요. 무대 의상으로 생각하고 셋업을 구입할 때도 있어요. 제가 셋업을 좋아하는데, 딱 마음에 드는 걸 찾기가 어렵긴 해요.




9월에 월드 투어로 파리에서 공연할 때 샤넬의 커스텀 의상을 입기도 했죠? 흰 팬츠 슈트에 검정 크리스털 자수 브레이드 장식이 있는. 그렇게 맞춤 의상을 제작하는 건 워낙 특별한 경우이니, 마음에 드는 걸 찾아 헤매다 보면 빈티지 세계에도 빠지고 그러는 것 같아요.
제가 어릴 때부터 빈티지를 워낙 좋아했어요. 그리고 예전 의상에 오버 핏이 많아서, 여성복인데도 제 몸에 어울리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왜, ‘정장’이라고 부르는 핏 있잖아요. 요즘에 나오는 옷들은 디테일이 화려해진 스타일이 많다면, 과거에는 미니멀하고 클래식한데 색감이 예쁘다든가 하는 식인 것 같아요.
빈티지를 디깅하는 맛에는 끝이 없나요?
끝도 없어요. 저한테는 그렇던데요? 옛날에 잡지나 어디선가 사진으로만 본 것들을 실제로 봤을 때, 보물 발견한 듯한 그 느낌. 간혹 어디서 한 번도 보지 못한 걸 만나면 놀랍기도 하고요.
생각해보면 참 아이러니한 일 같기도 해요. 여기저기서 새로운 게 많이 나오는 세상인데, 빈티지에 끌리는 거요.
제 경우 패션이 아니어도 마찬가지예요. 직업 특성상 기본적으로 음악을 고루 들어보지만, 결국 자연스럽게 계속 듣는 건 예전에 좋아했던 곡들이거든요. 예전부터 좋아한 것들.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돼요. 영화도 그렇고요. 내 취향이라는 게 자리 잡고 있다 보니까. 새로 나오는 것들은 거기서 영감을 얻을 건 없는지, 일종의 학습 개념으로 대할 때가 많죠. 저는 음악을 만들 때도 지금까지 제가 접해온, 제 데이터에 쌓여 있는 걸 기반으로 해요. 거기에 무언가 새로운 걸 보면 그걸 조금씩 조금씩 믹스하면서 또 새로운 걸 만들어내려는 편이에요.



최근에는 APEC 2025 코리아 홍보 영상이 화제였어요. 파일럿 제복 입은 모습이 잘 어울리던데요? 재밌게 잘 봤습니다.
저도 재밌게 잘 봤어요(웃음). 촬영하면서는 최종 결과물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거든요.
대사가 거의 없는 흐름이지만, 그래도 연기가 필요했나요?
아무래도 그랬죠. 감독님이 계속 디렉션을 잘 주셨어요. 테이크를 너무 여러 번 가는 식으로 하지도 않았고, 비교적 편안하게 촬영한 기억이에요. 중간에 여러 외국인과 등장하는 장면 때 저는 이상하게도 제일 신기했어요. CG 효과로 만든 것처럼 보일 수 있는데, 그 장면은 정말 다 같이 모여 찍었어요.
요즘 지드래곤의 큰 주제라면 월드 투어죠. 3월부터 ‘2025 World Tour <Übermensch>’를 시작했습니다. 여러 도시를
돌아다니는 동안 대체로 잘 먹고 잘 잤나요?
네. 예전에 한창 활동할 때는 정말 쉼 없이 스케줄을 이어가기도 했죠. 이제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될 것 같아요. 몸도 생각해야 하고. 예전처럼 할 거였으면 아예 시작을 안 했을 거예요. 체력 문제든 뭐든, 이것저것 좀 패턴을 정해놓고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뮤지션으로 7년 만에 컴백했으니 투어도 그만큼 오랜만에 하는 건데, 해보니 컨디션이 어때요?
생각보다 감이랄까, 좋은 컨디션을 빨리 되찾은 느낌이에요. 그런 걸 되찾기까지 사실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릴 수도 있었죠. 어쩌면 되찾지 못할 수도 있는 문제였고요. 그런데 다행히 빨리 뭔가 되돌아온 것 같아요. 투어 초반에는 ‘이거 어떡하나’ 싶기도 했는데, 어느 순간 내 페이스를 찾았어요.
이전 월드 투어였던 2017년 때보다 일정도 덜 타이트하게 잡았나요?
그렇지도 않아요. 정확히 따져보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제 마음가짐이나 느낌으로는 그래요. 다만 이젠 회사를 옮겼고, 제가 플랜을 짜는 거니 아무래도 달랐죠. 오히려 너무 여유 있는 일정으로 가는 것보다는 어떤 흐름을 탔을 때 계속 이어가길 원했어요. 저만 생각할 게 아니라 장비를 이동하는 데 드는 시간도 염두에 두어야 하고,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짠 일정이에요.
아시아, 오세아니아, 미국과 유럽을 돌고 이제 아시아 내 앙코르 콘서트가 남은 정도예요. 지난 몇 개월의 투어 기간을 돌아보면 지금 떠오르는 순간이나 장면은 뭐예요?
첫 공연. 일단 그날부터 딱 떠올라요. 너무 추웠어요. 이상하게 하루에 눈, 비, 우박이 다 내렸어요. 와… 잊을 수가 없어.



3월 말 이틀간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공연했죠. 그날이 고됐나 봐요.
참 신기한 쇼였어요. 저도 그렇지만 관객들도 고생했죠. 그렇게 어려운 레벨로 시작해서 그런지 갈수록 수월해진 느낌이 없지 않아요. 날도 좋아졌고, 내 몸도 풀렸고.
공연으로 오랜만에 세계를 돌아다닌 소회가 있을 듯합니다. 관객들은 어땠나요? 그들은 여전하던가요?
여전하다기엔, 열기가 더했던 것 같은데요? 그리고 새로 유입된 팬들이 많다고 느꼈어요. 사실 전에 활동할 때만 해도 해외 공연을 가면 한국인과 아시안이 훨씬 많았어요. 이제는 어느 곳을 가든 그 나라에 살고 있는 분들을 포함해 아주 다양한 분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 제일 먼저 느껴져서, 그 부분이 뿌듯하기도 했어요. 아, 그리고 남자 비율이 높아졌어요. 예전에는 남자분들이 조금만 있어도 눈에 띌 정도였거든요. 그만큼 적었죠. 그런데 이번에 유독 느낀 건… 남자 관객이 많았다는 거예요.
공연장에 남성이 많으면 함성 소리 톤도 제법 달라지죠?
뭐랄까, 체력도 더 좋아서 그들이 일단 작정을 하면…. 여튼 여러모로 재밌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흐름으로 가기도 해요. 제가 리액션을 좀 뚝딱거리게 될 때도 있어요.



세 번째 정규 앨범 <Übermensch>가 나온 건 올해 2월입니다. 선공개 싱글인 를 발표한 건 작년 가을이고요. 그동안 여러 반응을 충분히 접하고 느꼈을 거예요. 일단 만족도는 어때요?
만족도, 높아요. 내가 생각하는 방향, 감성 등등이 아직까지 괜찮게 받아들여지는구나, 소통이 되는구나 싶어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너무 오랜만의 활동이잖아요.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았고, 좋은 성적을 거둔 것에 대한 부담이 물론 없지 않았죠. 저야 늘 하는 음악이라도 그걸 받아들이는 분들의 입장이 또 다를 수 있다는 생각도 했고요. 이게 한 끗 차이이면서 양날의 검 같거든요. 그런 걱정이라면 걱정이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만족도가 높아요.
저는 ‘PO₩ER’부터 좋았어요. 오랜만의 컴백인데, 여러모로 너무 무겁지 않게 산뜻한 등장이라는 느낌을 받았죠.
누군가 그냥 음악을 좋아해주는 것만으로도 뮤지션은 참 고마워요. 거기에 이런저런 분석을 하면서 적극적으로 즐기는 모습을 보면 너무나 고마운 거죠. 제가 트랙별로 보여주고 싶은 바가 있었는데, 그걸 알아봐주시는 분이 많더라고요. 저는 가사 한 줄 한 줄을 신경 쓰는 사람이에요. 그걸 누군가 속속들이 알아줄 필요는 없지만, 가끔 아쉬울 때도 있긴 했거든요. 이번에는 단어 하나를 가지고도 ‘어떤 의미를 전달하고 싶었나 보다’ 하며 공부하듯이 이해해주시는 거, 그런 해석이나 리액션이 절로 바이럴되는 걸 보면서 제가 역으로 영감을 받기도 했어요.


긴 공백을 지나 음악으로 돌아온 지 어느덧 1년이 다 되어가요. 돌아보면 지드래곤에게 가장 필요했던 건 뭐였던 것 같아요? 결국 ‘쉼’이 필요했던 걸까요?
쉼도 필요하고, 뭐 여러 가지가 필요했죠. 군대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공표하듯이 <권지용>이라는 앨범을 내고서, 한동안 지드래곤에서 권지용으로 스위치하는 시간을 보낸 거예요. 물론 군대에 있던 시기를 제외하곤 제가 매체에 얼굴을 전혀 안 비춘 건 아니지만, 저에겐 본업으로 돌아왔다는 의미가 큰 거죠. 제일 오래 해왔고, 제일 잘하는 걸로.
투어 때 영상으로 이런 말을 들려주셨죠. “시간이라는 게 주어지면서 쉼표를 누가 일부러라도 찍어준 느낌”, “그러면서 계속 되뇌게 된 단어가 ‘위버멘쉬’였다, 그 말이 일종의 주문 혹은 보호막이었다.” ‘위버멘쉬’는 니체가 만든 개념이죠. 인간은 완성된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를 넘어서고 극복해야 할 어떤 존재라는 점에서, 쉽게 말해 ‘초인’이라는 의미로 말했다고 알아요. 어떤 경우 자신이 그런 존재에 가까워졌다고 느끼나요?
이번 컴백 자체가 그랬어요. 잘 되고 말고의 문제를 떠나, 일단 부딪쳐보는 거. 결과가 어떻든 그 결과 또한 즐길 수 있는 상태가 되고 싶었죠. 권지용에서 다시 지드래곤이라는 캐릭터를 꺼내 들 때, 반신반의하는 시선도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어떤 척도를 두고서 실패냐 성공이냐를 따지려는 생각은 처음부터 안했어요. 그런 게 아주 의미가 없는 건 아니지만요. 제 인생에 있어서, 이번 앨범과 컴백은 도전이었어요. 하고 싶어서 했고, 할 거면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었고. 반응까지 좋아서 다행이지만, 만에 하나 그렇지 못했다고 해도 저에겐 계속해서 보여줄 ‘그다음’이 있는 거죠. 저는 뭐가 됐든 시작했다는 점에 대한 뿌듯함이 있어요. 해보니까 알게 되는 것도 있잖아요. 안 해보고서 머리로 계속 생각만 했다면, 그냥 시간만 흘렀을 수도 있어요.


돌아와 다시 시작했다는 건, 현재의 지드래곤이 과거의 지드래곤을 넘어섰다는 의미일까요? 화려한 영광을 누렸던, 그래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지드래곤이었잖아요.
‘넘어선다’는 게, 꼭 어떤 한계를 극복하는 것만 말한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한계가 뭔지 모르니까, 모르는 채로 일단 계속 부딪치다 보면 정말 한계라는 건 없어지는 상태가 되는 것 같아요. 그러니 결국 지금의 제가 저의 하이라이트겠죠. 앞으로 또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예전처럼 어깨가 무겁다거나 하는 느낌은 갖고 있지 않아요. 니체와 함께 자주 언급되는 유명한 그림이 있거든요. 절벽 위에 오른 남자의 뒷모습이 보이는 그림이요. 저는 그 이미지를 종종 떠올렸어요. 그가 웃고 있는지 울고 있는지 알 수는 없죠. 정상에 올라 기쁨을 만끽하는 중일 수도 있고, 그저 저 너머 풍경을 바라보고 있을 수도, 혹은 이제 어디로 갈까 생각 중인지도 몰라요.
이제 당신의 머릿속에 가장 크게 자리한 화두가 있다면 뭔가요?
현시점에선 ‘빅뱅 20주년’이죠. 작년에는 제 컴백이 제일 큰 화두였다면, 이제 가장 가까이 있는 미래는 빅뱅 20주년을 맞는 내년이에요. 코첼라 뮤직 페스티벌이라는 또 다른 ‘시작’이 있는거고요. 사실 공백기 동안 향후 몇 년간 펼쳐질 여러 가지에 대한 그림을 어느 정도는 그려봤어요. 저는 아직도 빅뱅의 리더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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