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에서의 낙천적 하루, 26 SS 드리스 반 노튼 컬렉션

명수진

DRIES VAN NOTEN 2026 SS 컬렉션

“이번 컬렉션의 첫 번째 아이디어는 편안함과 낙천주의를 전달하는 것이었습니다. 해변에서 일몰을 바라보고, 파도 속 서퍼들을 관찰하면서, 저는 잠수복의 실루엣이 얼마나 우아한지에 놀랐습니다.” – 줄리앙 클라우스너

2024년 12월, 드리스 반 노튼 은퇴 이후 바통을 이어받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줄리앙 클라우스너. 그의 두 번째 드리스 반 노튼 여성복 컬렉션인 2026 SS 시즌은 ‘서핑’, ‘일몰’, ‘파티’라는 여름날의 낙관적인 분위기에서 출발했다. 서포머 증후군 같은 흔들림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무려 6년간 디자인팀에서 반 노튼과 함께하며 브랜드에 대한 이해를 탄탄하게 다져왔고, 이번 2026 SS 시즌 역시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쇼는 오버사이즈 베이지 코트로 문을 열었다. 단정한 실루엣이지만 표면에 도드라진 3D 자수 장식이 드리스 반 노튼의 정체성을 드러냈다. 구릿빛 피부의 모델은 붉은 복서 슈즈를 신고 등장해 건강한 에너지를 뿜어냈다. 차분한 베이지, 그레이 컬러 속에 잠수복을 연상시키는 스트라이프 보디슈트가 눈길을 끌었고, 서퍼에서 영감을 받은 크롭트 팬츠가 다채롭게 변주됐다. 애슬레저 요소, 로맨틱한 러플, 크리스털 장식, 그리고 실용적인 점퍼와 블레이저가 차분하게 여름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70년대 퀵실버, 빌라봉을 연상케 하는 복고적 플로럴 프린트는 눈을 즐겁게 했다.

내러티브는 해변에서 보내는 하루처럼 밤으로 이어졌고, 런웨이에서는 경쾌한 색과 빛의 충돌이 시작됐다. 라임 그린을 필두로 블루, 레드, 코랄, 핑크 등 생동감 넘치는 색채가 대담하게 배치됐다. 하와이안 프린트의 상징인 히비스커스가 초대형으로 확대되고, 클럽의 조명을 연상케 하는 번진 듯한 도트 프린트와 스트라이프 등 기하학적인 그래픽이 폭발적으로 겹쳐졌다. 거대한 나선형 프린트는 빅터 바자렐리(Victor Vasarel), 브리짓 라일리(Bridget Riley) 작가의 옵 아트(Op Art) 작품을 떠오르게 했다. 스팽글과 비즈로 완성한 정교한 디테일은 마치 낮에 본, 바다에 반사된 햇살의 잔상처럼 반짝였다.

‘단순하고 위대한 순간 : 하늘은 색으로 가득 차고, 거품 이는 물 위로 태양의 반짝임이 대조를 이루는 장면’. 줄리앙 클라우스너는 이번 컬렉션을 이렇게 요약했다. 그가 서퍼와 파도, 석양을 바라보며 느꼈던 감동이 관객에게도 생생하게 전해졌다.

영상
Courtesy of Dries Van No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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