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하지도 않은데 사적인 질문하는 사람의 심리

최수

왜 자꾸 친한 척이세요

친하지도 않은 사람이 내게 던진 질문에, 어딘가 불쾌하면서도 애매하게 웃으며 넘긴 적이 있나요? 질문한 사람은 대개 “그냥 궁금해서”, “사이 좋아지고 싶어서”라고 말하지만, 그게 왜 궁금한지도 모르겠고 괜히 평가받는 듯한 느낌만 들죠. 단지 말문을 트고 싶은 걸까요, 아니면 다른 목적이 숨어 있는 걸까요?

1. 진짜 눈치도 예의도 없는 경우

@gracieabrams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면, 일정 수준의 언어적 거리두기는 기본적인 예의입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이를 무시하고 사적인 영역까지 훅 들어오죠. 특히 나이, 연애, 결혼, 수입처럼 민감한 정보에 대해 쉽게 묻는 경향은 일종의 ‘침범’과도 같습니다. 실제 친한 정도보다 지나치게 앞서나간 질문으로 상대방의 심리적 공간을 침범하는 것이니까요. 이들은 감정적 공감이 어우러진 대화를 하고 싶다기보다, 단순히 타인의 정보를 소비하려는 태도를 보이곤 합니다. 대화를 통해 ‘우리가 이 정도까지 이야기하는 사이’라는 식의 암시를 만들어내고 싶은 걸 수도 있죠. 그냥 궁금해서 물어봤다는 말은 자기중심적 핑계일 뿐, 듣는 사람의 불편함은 고려하지 않는 무례함이 분명합니다.

2. 나와 서열을 매기고 싶은 경우

@gigihadid

“몇 살이에요?”, “어느 학교 나오셨어요?” 이런 질문은 무의식적으로 상대의 위치를 파악하고, 상대적 우위를 확인하려는 심리가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때 그 사람이 나보다 우위에 있는지, 또는 친밀감을 가질만한지 재빨리 파악하려 드는 성향이 있거든요. 이때 사적인 질문은 일종의 스캐닝 도구로 쓰이죠. 상대가 나보다 더 좋은 조건에 놓여있는지, 혹은 만만한 상대인지 무의식적으로 가늠하려는 것입니다. 특히 나이나 수입, 가족 배경에 관한 질문은 대화가 아닌 ‘정보 수집’이 목적일 때가 많습니다. 만약 ‘내가 판단 받고 있다’라는 불쾌함을 느낀다면, 상대의 질문이 순수하지 않다는 방증일지도 모릅니다.

3. 대화를 주도하고 싶은 경우

@patrickta


질문은 본질적으로 권력을 가진 행위입니다. 누군가 먼저 묻고, 다른 누군가는 대답하는 구조 안에서 발언권의 방향이 정해지니까요. 그래서 사적인 질문을 먼저 던지는 사람은 종종 대화의 주도권을 쥐고 싶어 합니다. 특히 처음 만나는 관계나 어색한 사이에서는, 질문을 통해 ‘내가 대화의 중심’이라는 느낌을 갖고 싶어 하죠. 이런 사람은 대화를 자연스럽게 풀기보다, 질문을 던져 상대의 반응을 살피고 정보의 흐름을 통제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때론 “제가 먼저 물어봤잖아요?”라는 식의 묘한 우위 의식도 내포되죠. 정작 상대방이 되묻거나 질문을 돌려주면 갑작스럽게 경계를 세우는 경우도 있고요.

이런 패턴은 언뜻 ‘사교적인 사람’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대에 대한 배려보다는 자기 필요에 따라 대화를 설계하려는 심리가 드러난 것일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사적인 질문은 상대를 더 알고 싶은 게 아니라 ‘내가 중심이 되고 싶은 욕구’의 표현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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