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위스키 그 다음으로 유행할 술은?

최수

전통주, 힙한술로 떠오르다

요즘 레스토랑이나 마트, 편의점과 로컬 마트에서까지 눈에 띄게 증가한 주류 품목이 있습니다. 바로 ‘전통주’인데요. 한 데이터분석 전문 기업에 따르면 국내 포털사이트에서 ‘전통주’에 대한 검색량이 2016년 대비 311%가 증가했다고 하죠. 이러한 관심을 증명이라도 하듯, 최근 각종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선 참신한 패키지로 무장한 다채로운 우리 술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한식과 다양한 전통주를 페어링하는 전문 식당, 전통주 믹솔로지를 선보이는 칵테일 바, 전통주만 취급하는 온라인 사이트도 등장했죠. 재밌는 건, 이러한 전통주 유행의 중심에 2030세대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전에 알던 전통주가 아냐

지난 22년 혜성처럼 등장한 원소주를 기억하시나요? ‘박재범 소주’로 인기를 끈 원스피리츠의 원소주는 사실 100% 국내 원주쌀로 만들어진 전통주입니다. 전문가들은 전통주의 성장 시점이 팬데믹으로 인해 ‘홈술’, ‘혼술’이 유행하던 시점과 맞물린다고 설명하는데요. 마침 원소주도 팬데믹이 끝나가는 시점에 출시되었죠.

전통주의 유행은 낮은 도수, 소량의 술을 즐기는 ‘라이트 드링커’의 표본, MZ세대와의 시너지를 발휘합니다. 요즘 젊은 세대는 무작정 술을 많이 마시고 취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선호하는 술을 고심해서 고르고 천천히 음미하는 것을 즐기는데요. 기존 마켓을 점령하던 소주와 맥주가 아닌 더 새롭고, 특별하고, 취향에 맞는 주류를 경험하고 싶은 심리가 새로운 전통주를 발굴하는 데까지 이르게 된 것입니다.

실제로 전통주는 그 어떤 주종보다 원료와 가공의 다양성에서 자유로운 술입니다. 전통주의 뿌리는 집마다 특색있게 빚어낸 ‘가양주’에 있는데요. 덕분에 일반적인 곡주부터 오미자, 단감, 떫은 감, 홍시, 다래 등으로 빚은 과실주까지 사용하는 재료의 범위가 넓습니다. 같은 쌀이라 해도 여덟 가지 방법으로 술을 빚을 수 있을 정도로 가공하는 방법 역시 다양하죠. 최근엔 전통주가 트렌디하게 바뀌면서, 쌀이나 보리에 바질과 같은 허브로 독특한 아로마를 더하거나, 샤인머스캣 같은 유행하는 과일을 사용한 제품이 출시되기도 했습니다.

요즘 전통주의 매력은 독특한 라벨 디자인과 맛에 얽힌 스토리텔링으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기존 전통주에서 찾아볼 수 없는 톡톡 튀는 감성의 라벨과, 젊은 창업가들의 이야기가 얽힌 양조장이 주목받고 있거든요. 실제 전통주의 역사와 재료, 제조 방법을 공부하는 동호회나 전국 양조장을 찾아다니는 ‘양조장 도장깨기’ 모임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전통주 소믈리에를 양성하는 한 교육 기관에 따르면, 최근 2030 수강생이 크게 몰리면서 현재 수강 신청시 1년을 기다려야 할 정도라고 하는데요. 생각보다 깊고 진중한 정통주에 대한 관심을 실감하게 합니다.

전통주의 성장 가능성을 점쳐 본다면

전통주의 시장 점유율은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전망에 대한 전문가들의 예측은 다소 냉소적입니다. 전통주와 관련된 국내 제도나 정책이 상승세에 발목을 잡고 있다고 평가하거든요. 일례로, 우리 술을 대외적으로 알리기 위한 정식적인 영어 명칭조차 통일되어 있지 않은 상태입니다. 또한, 국산 원료를 사용하는 모든 술을 전통주로 분류하고 있어, 전통주에 대한 개념을 어떻게 규정할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는 입장이죠. 법적인 전통주가 아닌, 다시 말해 국산 원료를 사용하진 않았지만. 소비자가 전통주로 받아들이는 술을 포함하면 시장 규모 훨씬 더 거대합니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에 등록된 주류제조면허를 보면 2005년 1400여 개에 머물던 면허가 2022년에는 2800개를 훌쩍 넘어갔을 정도죠. 하지만 이는 발급 면허에 해당할 뿐, 전국 양조장이 몇개이며 한국에서 만들어지는 술이 총 몇 종인지를 알 수 있는 정부 통계는 전무한 상황입니다. 앞으로의 전통주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선, 정부 차원에서 규격화와 표준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하지만 너무 무겁게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소비자로서 우리의 몫은, 전통주에 대한 관심을 잃지 않는 것이니까요. 아직 전통주를 접해보지 않았거나, 관심은 있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우리술 품평회에서 입상한 제품부터 살펴보세요. 우리술 품평회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 우수 제품을 선정해 시상하는 국가 공인 주류 품평회거든요. 2023년 대통령 상을 받은 제품은 수도산 와이너리의 ‘트라테 미디엄 드라이’입니다. 경북 김천시 해발 1317m에서 유기농 방식으로 재배한 산머루를 재배해 발표시켜 만든 과실주이죠. 일종의 와인류가 우리 술로 인정받은 셈인데요, 전통주가 현대인의 필요에 맞게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됩니다. 젊은 세대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로 변화해 가는 전통주 시장. 명절에만 볼 수 있었던 전통주가 생활주로 자리 잡는 날을 기대해 봐도 될까요?

사진
Gettyimages, Splas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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