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올림픽 메달에 OOO을 넣으면 생기는 일

전종현

2024 파리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면 서비스로 에펠탑을 드려요

올여름 프랑스 파리에서 2024 하계올림픽이 열리는 사실, 다들 알고 계시죠? 지난 8일 조직위원회는 파리올림픽의 메달 디자인을 공개했답니다. 요즈음 접했던 그 어떤 디자인보다 콘셉트가 쫀쫀해서 개인적으로 무척 놀랐는데요. 무엇보다 가장 파격적인 부분은 메달에 딸린 부가 서비스입니다. 금, 은, 동 할 것 없이 메달을 받는 5084명의 선수 모두 파리의 상징인 에펠탑을 소유하게 됐거든요. 대체 뭔 소리일까요?

올림픽과 관련된 모든 사항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철저한 관리를 받습니다. 메달 디자인만 해도, 모든 메달 앞면 중앙에는 날개를 편 승리의 여신 니케가 제1회 근대올림픽이 열린 그리스 파나티나이코 경기장에서 날아오르는 모습을 넣어야 해요. 니케 머리 위에는 오륜기와 이번 대회의 공식 명칭을 새기고, 왼쪽 상단에는 그리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 풍경을 넣고요. 근데 프랑스의 자기애가 남다르다 보니 메달 구석구석에 자랑거리를 잔뜩 심었답니다. 오른쪽 상단에는 에펠탑을 넣어서 굳이 파리라는 배경을 강조했어요. 그리고 디자인 제약이 없는 메달 뒷면은 프랑스, 파리, 에펠탑에 대한 찬미로 가득 채웠죠. 그 시작이자 끝이 바로 ‘1인 1에펠탑’ 서비스입니다.

PARIS 2024 / © CYRIL MASSON

1889년 파리만국박람회를 기념해 세운 에펠탑은 여러 차례 개보수를 진행하면서 고철이 계속 생겼는데요. 고이 보관하던 고철을 깨끗하게 정제하고 육각형 모양으로 가공해 올림픽 메달 중앙에 ‘말 그대로’ 박아 넣었어요. 관계자 말처럼 ‘결코 잊지 못할 선물’의 끝판왕입니다. 에펠탑 사랑은 여기서 끝나지 않아요. 같은 기간에 열리는 패럴림픽 메달 앞면에는 에펠탑 아래에서 위를 바라보았을 때 모습을 그래픽 패턴으로 정교하게 구현했어요. 여기에 파리와 2024를 점자로 표기해 나라 자랑도 빼놓지 않았죠. 현대식 점자를 만든 주인공이 프랑스인이거든요.

PARIS 2024 / © CYRIL MASSON
PARIS 2024 / © CYRIL MASSON

파리올림픽 메달 디자인은 프랑스의 럭셔리 주얼리 브랜드 쇼메(Chaumet)가 맡았어요. 쇼메는 나폴레옹 시대에 황실 보석상으로 임명된 후 유럽 왕족과 귀족, 부호에게 사랑받으며 떼돈을 벌었던 전설의 보석상입니다. 고급 주얼리를 만드는 마음으로 이번 프로젝트에 임했다고 해요. 프랑스의 국토를 상징하는 육각형으로 가공한 에펠탑 고철의 모서리마다 ‘클로 세팅(Claw setting)’으로 처리했는데요. 뾰족한 고양이 발톱 모양의 프롱으로 보석을 고정하는 전통적인 방식이랍니다. 근데 자주 쓰는 원형이나 물방울 모양 프롱 대신 ‘클루 드 파리(Clous de Paris)’를 채택한 게 이색적이에요. 고가의 주얼리나 시계에서 자주 쓰는 피라미드 모양의 장식인데요. 이름에 파리가 들어가는 점을 노린 느낌입니다.

© THOMAS DESCHAMPS
PARIS 2024 / © CYRIL MASSON

육각형 주변은 방사형 패턴으로 입체적으로 처리해 메달이 번쩍번쩍 빛나는데요. 파리의 별명인 ‘빛의 도시(La Ville Lumière)’를 즉물적으로 표현하면서 쇼메의 자기 자랑도 살짝 더했어요. 쇼메는 자타공인 ‘디아뎀(diadem)’의 명가예요. 머리띠 형태로 쓰는 장식물을 총칭하는데요. 호화 결혼식에서 신부가 착용하는 티아라가 대표적이죠. 다이아몬드로 잔뜩 장식해 눈부시게 빛나는 디아뎀의 모습을 메달에 중의적으로 투영했다고 해요. 더불어 이번 메달 디자인이 소중한 고객님에 대한 늦은 답례라고 밝혔는데요. 에펠탑을 만든 귀스타브 에펠 딸 결혼식 예물을 쇼메에서 샀거든요. 19세기 때 고객까지 소환하는 의지력이 엄청납니다.

© THOMAS DESCHAMPS

파리 방돔광장의 쇼메 공방에서 태어난 메달의 생산은 파리 국립조폐국에서 맡습니다. 꼭 100년 전인 1924년 파리 하계올림픽 메달을 제작한 곳이랍니다. 파리 관광 극성수기인 7, 8월에 올림픽이 겹치면서 숙박료가 3배 이상 폭등했다는 소식이 들리는데요. 역시 올림픽은 TV 앞 1열이 최고죠!

사진
getty images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