겐조 상하이 2024 S/S 컬렉션 쇼

장진영

밤하늘을 물들이는 상하이의 휘황한 불빛 아래에서, 겐조의 특별한 2024 S/S 쇼가 펼쳐졌다

런웨이를 기다리는 백스테이지의 모델들.

상하이의 중심을 힘차게 가로지르는 황푸강, 그 위로 우뚝 솟은 동방명주 탑이 오색찬란한 불빛으로 밤하늘을 밝힌다. 여름밤, 시원하게 불어오는 강바람은 관객의 땀방울을 날린다. 상하이 포트 국제크루즈터미널에서 열린 겐조의 2024 S/S 컬렉션 쇼. 겐조는 지난 6월 파리 에펠탑과 센강을 배경으로 드비이 인도교(Passerelle Debilly)에서 치른 쇼를 이곳에서 다시 선보이며, 파리와 상하이를 상징하는 두 아이코닉한 장소를 오버랩했다. 동양과 서양을 관통하는 오작교 역할을 한 셈이다.

동서양의 교차는 룩의 전개에서도 이어진다. 일본의 전통 무예 유도복의 형태를 모던한 재킷으로 재탄생시키고, 일본의 전통 문양 중 하나인 ‘세이가이하(靑海波, 파도 무늬)’를 인디고 데님 소재에 적용하는 식. 아티스틱 디렉터 니고(NIGO)는 다카다 겐조(Takada Kenzo)의 유산을 자신의 현대적 비전과 결합하는 데 중점을 두면서 10대 시절 즐겨 들었던 ‘시티 팝’을 컬렉션에 투영했다. 그의 오랜 친구이자 협업 파트너인 코넬리우스(Cornelius)가 쇼의 사운드트랙을 맡았고, 일본 그래픽 아티스트 베르디(Verdy)는 그의 고유한 스타일로 브랜드 로고를 재구성했다.

겐조의 아티스틱 디렉터 니고(NIGO).

쇼에 참석한 중국의 첼리스트 겸 배우 오우양 나나(Ouyang Nana)

쇼가 시작되기 전, 군중들의 웅성이는 소리 사이로 1982년 발매된 히로시 사토의 <세이 굿바이>가 귓가를 스쳤다. 1970~80년대 일본의 경제 성장 시기에 나타나며 큰 반향을 일으킨 시티팝 중 하나다. ‘더는 함께할 수 없기에 작별 인사를 건넨다’는 슬픈 가사 이면에 밝고 활기찬 멜로디가 흐른다. 좌절과 희망이 공존하는 메트로폴리탄 상하이의 현재를 보여주는 듯도 하다. 총천연색의 현대식 네온사인으로 뒤덮인 곳, 상하이. 공허함과 풍요로움을 동시에 선사하는 이 도시에는 고풍스러운 파리와는 또 다른 낭만이 존재한다.

다카다 겐조의 유산을 니고의 현대적 비전과 결합하는 데 중점을 둔 겐조 2024 S/S 컬렉션.

다카다 겐조의 유산을 니고의 현대적 비전과 결합하는 데 중점을 둔 겐조 2024 S/S 컬렉션.

다카다 겐조의 유산을 니고의 현대적 비전과 결합하는 데 중점을 둔 겐조 2024 S/S 컬렉션.

큼직한 장미 프린트가 시선을 끄는 룩들.

니고가 시티 팝에서 영감을 받아 컬렉션에 투영하고 싶어 한 도시 분위기는 어쩌면 파리보다는 이곳 상하이와 더 잘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최근 젊은 세대에 의해 재조명을 받은 이 음악 장르가 그렇듯, 특유의 펑키한 비트와 신스 음의 필터를 거친 다카다 겐조의 유산 역시 생동하는 그들의 문화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테다. 쇼가 막바지에 이르는 동안, 런웨이를 걷는 모델들 뒤로 관광객을 태운 유람선이 매연을 내뿜으며 느긋하게 지나갔다. 그 연기 사이엔 이 거대 도시의 로망이 옅게 어려 있었다.

일본 전통 문양인 ‘가이세이하’를 인디고 데님에 적용한 룩.

일본 전통 문양인 ‘가이세이하’를 인디고 데님에 적용한 룩.

파리와는 또 다른 낭만이 존재하는 황푸강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모델들.

큼직한 로고로 장식된 DJ 박스와 런웨이 관객석.

상하이의 아이코닉한 스카이라인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상하이 포트 국제크루즈터미널의 런웨이.

니고가 10대 시절 즐겨 들었던 1970~80년대 시티 팝의 감성을 투영하고, 그래픽 아티스트 베르디가 재구성한 로고를 새긴 룩들.

니고가 10대 시절 즐겨 들었던 1970~80년대 시티 팝의 감성을 투영하고, 그래픽 아티스트 베르디가 재구성한 로고를 새긴 룩들.

니고가 10대 시절 즐겨 들었던 1970~80년대 시티 팝의 감성을 투영하고, 그래픽 아티스트 베르디가 재구성한 로고를 새긴 룩들.

디지털 에디터
장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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