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각색 이야기를 담은 7월 신간 도서 3

권은경

‘날 좀 보소’라고 색으로 강렬하게 어필하는 신간들을 펼쳤더니, 가지각색 이야기가 종이 위를 선명하게 수놓고 있다.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이기진. 그에 대해선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마이크로파를 연구하는 물리학자, 그림 그릴 때가 제일 행복한 일상 아티스트, 씨엘 아빠, 그리고 사랑의 감정과 낭만으로 충만한 인간. 그는 <연애의 실험>(진풍경)을 쓰고 여기 실린 모든 그림을 그렸다. 서문에는 ‘연애라는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선 양자 물리학에서 양면적인 성질을 뜻하는 상보성의 원리가 필요하다’는 언급이 등장하는데, 페이지를 넘길수록 다가오는 건 보드랍고 아련한 연애의 감정과 무리 없이 연애와 물리학을 교차시키는 솜씨다. 드넓은 우주의 68.3%를 차지한다는 암흑에너지가 우리 눈에 보이진 않아도 우주를 팽창하게 만드는 것처럼, 사랑이라는 형체 없는 에너지는 우리를 꿈틀거리게 한다. ‘연애란 사랑하는 사람이 생각만큼 아름답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아가는 과정’이지만 ‘경험해볼 가치가 있는 실험’이라는, 어쩌면 뻔한 이야기. 하지만 그 이야기와 연애담이 가끔 물리학과 절묘하게 맞물리니 즐겁다. 오래전 편지의 흔적까지 되살린 귀여운 그림들은 연애 세포를 알록달록하게 물들이는 비타민으로 작용한다.

<종이로 만든 마을>(비채)에서는 생전 은둔하며 살았던 시인 에밀리 디킨슨과 에밀리 디킨슨 연구가이자 소설가인 저자의 삶이 교차한다. 위대한 시인 중 하나로 통하는 에밀리 디킨슨의 사진이 세상에 공개된 건 단 한 장뿐이다. 영원히 알 수 없을 것 같은 그 은밀함과 1,800편에 달하는 시를 짓고도 생전에 단 10편의 시만 발표한 자기만의 태도. 에세이면서 소설적 상상력이 어우러진 이 책은 거기서부터 출발한다. 저자 도미니크 포르티에는 자유로운 글의 형식 속에 연구 자료와 상상력으로 비밀 많은 한 시인의 다채로운 생애를 그려냈다.

소설 <당신의 남자를 죽여드립니다>(인플루엔셜)는 이런 문장으로 시작한다. ‘아침 8시 30분. 알 만한 사람은 알겠지만 대부분의 엄마들이 여차하면 누구 하나 죽이고도 남을 만큼 신경이 곤두서는 시간이다.’ 미국에서 히트한 이 소설의 주인공은 육아와 집필을 병행하는 로맨스 스릴러 작가다. 소설 이야기를 하던 주인공 ‘핀레이’를 두고 누군가 킬러로 오해하고, 핀레이가 얼떨결에 살인 의뢰를 받게 되면서 이야기는 롤러코스터를 탄다. 작가 엘 코시마노는 소설 속 인물처럼 원래 로맨스 소설을 쓰기 시작했는데, 의도와 달리 이야기가 자꾸 스릴러로 발전하는 걸 보고서 자신의 진짜 재능을 깨달았다는 사람이다. 제목도, 커버도 톡톡 튀는 소설 한 편이 지루할 겨를 없이 휘몰아친다.

에디터
권은경
포토그래퍼
정요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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