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계의 뜨거운 러브콜을 받는 크리에이터 3인

김현지

패션 브랜드 캠페인부터 에디토리얼, 뮤비까지 동시대 활발히 활동하는 세 명의 크리에이터들과 나눈 대화

노스탤지어가 건네는 삶에 대한 사랑과 치유의 대화록. 과거를 거울 삼아 작업하는 세 명의 크리에이터, 페트라 콜린스(Petra Collins), 엘리자베타 포로디나 (Elizaveta Porodina), 샤르나 오스본(Sharna Osborne)과 회상의 아름다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페트라 콜린스(Petra Collins)

90년대를 바탕으로 Z세대 친화적인 판타지를 구현하는 전방위적 아티스트 페트라 콜린스.

<W Korea> 오래전부터 당신을 인터뷰하고 싶었다. 정말이지 반갑다. 강연, 북 토크, 포토 클래스 등을 통해 많은 이들과 소통한다. 작업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것을 즐기는 편인가?

페트라 콜린스 좋은 질문이다. 내 일의 꽤 많은 부분이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다. 아티스트로서 내 작품이 상호 작용하기를 바라기 때문에 다양한 해석을 듣는 건 무척 흥미로운 일이다. 정지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속에 머물렀다가 다시 나에게 돌아오길 기대한달까.

반대로 과거 당신은 누구의 팬이었나? 무엇에 열광했나?

첫사랑은 춤이었고, 진정한 사랑은 영화라 할 수 있다. 수집하는 것을 좋아해서 10대 시절 나의 침실은 사진, 포스터, 그리고 수많은 잡동사니로 가득 차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웃음). 가장 열광했던 감독은 소피아 코폴라(Sofia Coppola)와 빔 벤더스(Wim Wenders) 그리고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David Cronenberg)다. 특히 60, 70년대 B급 호러 영화와 체코 뉴웨이브 영화에 빠져 있다.

어린 시절 이야기를 조금 더 하고 싶다. 15세에 처음 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20세에 가방 두 개를 메고 뉴욕으로 왔다고. 하고 싶은 일을 이른 나이에 찾은 것도 놀랍지만 용기와 담대함이 남다른 사람인 것 같다.

나 역시 그 시절을 자주 회상한다. 당시 예술은 나에게 일종의 탈출구였다. 삶을 즐기고, 사랑을 느끼고, 미래를 볼 수 있었다. 때문에 내가 가야 할 길, 방향성에 확신이 있었다. 이 길이 아니라면 정말 죽음뿐이었다.

당신은 필름 디렉터, 포토그래퍼, 모델, 본인의 레이블을 운영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기도 하다. 작업의 스펙트럼이 매우 넓은데, 본인을 어떻게 소개하는지 궁금하다.

아티스트. 매체를 제한하지 않고 다양한 표현 방식에 도전하며 성장하는 것, 내가 어떤 사물이나 프로젝트에 접근하는 방식이다.

인어 이야기를 담은 블루마린(Blumarine) 캠페인.

역할에 따라 변화하는 관계가 재밌다. 마치 연극 같달까. 블루마린 패션쇼 런웨이를 걷다가, 또 다른 날에는 블루마린 캠페인을 총괄하는 포토그래퍼로 촬영장에 나타나니까. 당신은 카메라의 앞과 뒤를 오가는 사람이다. 사진가이자 모델로 일하는 건 어떤가?

재미있는 사실은 그런 경험 때문에 카메라 뒤가 더 편해졌다는 것이다. 렌즈에 비치는 내 모습을 의식할 수밖에 없지만 한편으로는 피사체에 더욱 공감 할 수 있게 됐다.

최근 몇 년간 꽤 많은 포토그래퍼가 의류 레이블을 론칭했다. 당신도 마찬가지고. 이러한 흐름을 어떻게 생각하나? ‘I’m Sorry’를 론칭한 계기가 있나?

단순히 사진 속 피사체가 입었으면 하는 옷을 만들었다. 패션은 나의 삶과 작업에서 매우 중요한 코드다. 작업물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것은 물론 위험할 정도로 강력한 위력을 발휘한다.

올리비아 로드리고(Olivia Rodrigo)의 ‘Good 4 u’ 뮤직비디오 스틸컷.

직접 I’m Sorry 캠페인을 촬영했다. 피사체와의 친밀감이 남다르다. 당신이 감독한 뮤직비디오의 주인공 올리비아 로드리고(Olivia Rodrigo) 역시 작업자보다는 친구처럼 느껴진다. 연약함, 섹슈얼리티 등 피사체의 감성적인 면모를 어떻게 끌어내나?

내가 정성을 쏟는 만큼 피사체 역시 동일한 열정을 보여준다. 나에게 사진 촬영이란 포토그래퍼와 피사체가 동등하게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작업이다.

당신의 피사체는 주로 여성이다. 어떤 여성에게 눈길이 가나? 캐스팅 기준이 있나?

개성과 성격. 자신만의 이야기를 갖고 있는 사람에게 늘 호기심을 느낀다.

테스 맥밀런(Tess McMillan)을 촬영한
매거진 에디토리얼.

패션 사진의 매력은?

무한한 가능성. 패션 사진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실험할 수 있는 영역이다. 옷의 미묘한 움직임을 포착하는 것은 어렵지만, 창의적인 방식으로 풀어나갈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고 도전적으로 느껴진다.

당신의 작업물은 두 세대, 밀레니얼 세대와 Z 세대에게 사랑받는다.

굉장히 기쁜 일이다! 세대를 연결하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사실 아티스트의 역할인 것 같다.

당신에게 노스탤지어란?

과거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대한 더 큰 이해이자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는 수단이다. 과거에 대한 사랑, 그리고 미래에 대한 이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현재가 없다면 과거에 향수를 느낄 수 없으니까.

Crying Girl 시리즈.

사진집 <OMG, I’am Being Killed>.

사진집 ‘Baron’

<Discharge>를 시작으로 <Babe> <Coming of Age> <Baron by Petra Collins> <OMG I’m Being Killed> <Fairy Tales>까지 꾸준히 사진집을 내고 있다. 책 제목을 하나씩 읊어보면 연대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침대 위의 소녀가 포스터 가득한 방에서 나와 세상을 탐험하는 느낌이랄까. 외계인이 되기도 하고 인어가 되기도 하고 진화하는 하나의 생명체 같다. 당신의 내적 변화와 관련이 있나?

100% 그렇다. 나의 작업물은 매우 개인적이다. 각각의 책은 내 인생의 챕터이며,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자 이해다.

반대로 패션 사진은 커머셜 작업이기에 제한적이기도 하다. 당신의 이미지가 소비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커머셜 작업이 나를 가두거나 제한하지는 않는다. 결과물이 어떻게 소비되는지 걱정하지 않는 편이다. 촬영을 마무리한 후에는 내 품에서 떠나보내야 한다.

‘Hana Tsubaki’ 매거진 에디토리얼.

‘Hana Tsubaki’ 매거진 에디토리얼.

완성도를 떠나서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을까?

가장 좋아하고 만족할 작품은 미래에 생길 것 같다(웃음). 아마도 영화 형태이지 않을까?

작업 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스태프가 같은 마음을 갖는 것. 잠시 모든 고민을 내려두고 촬영을 온전히 즐기길 바란다.

작업 과정 중 애정하는 순간이 있다면?

모든 과정을 사랑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작업에서 얻는 에너지가 삶의 원동력이 된다. 그리고 이를 다시 작업 현장으로 가져온다.

당신을 계속 움직이게 만드는 원동력은?

“My Inner Child.”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은?

나 스스로 존재하며 행복해지는 것.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다.

마지막으로 추상적인 질문을 하고 싶다. 지금의 삶에서 원하는 것이 있다면?

사람들이 마음을 열길, 그리고 사랑이 있는 삶을 살길

엘리자베타 포로디나(Elizaveta Porodina)

오래된 사진처럼 빛바랜 기억을 더듬어 내면의 세계에 집중하는 아티스트 겸 심리학자 엘리자베타 포로디나의 몽환적 여정.

인터뷰에 응해줘 고맙다. 지금 어디서 답변지를 작성하고 있나?

엘리자베타 포로디나 남편과 여행 중에 수집한 다양한 장식품과 식물, 고양이가 있는 뮌헨의 아파트다.

작업실 풍경도 궁금하다.

보통 친구의 스튜디오에서 조명 감독인 남편과 테스트 촬영을 한다. 작지만 또 편하게 작업할 수 있는 쾌적한 공간이다. 커피도 환상적이고(웃음).

당신은 모스크바에서 태어났고 러시아 유대인이다. 러시아에서의 삶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열세 살이 될 때까지 모스크바에서 지냈다. 영어, 프랑스어, 체조, 음악, 미술 수업을 가기 위해 꽤 오랜 시간을 이동했다. 많은 책을 읽은 기억도 난다. 연극부터 과학, 동물 서적에 이르기까지 집 공간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책에 사로잡혀 있었다. 다양한 문화를 즐기고 사랑해왔고, 결국 나를 표현하는 궁극적인 언어가 되었다. 고립된 시간이었지만 지금의 나를 형성하는 시기였다.

과거 뭘 좋아하고, 배우고, 또 어떤 꿈을 가진 아이였나?

나보다 주변 사람들이 훨씬 더 정확하게 기억할 것이라 생각한다. 내 기억의 대부분은 두려움과 욕망 사이에서 느꼈던 혼란과 우유부단함에 휩싸여 있다. 하지만 생생하고 거친 기쁨의 순간 역시 기억한다.

임상 심리학을 공부했다. 어떤 학문인가?

심리학은 인간의 행동과 정신 세계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세상이 이해할 수 없는 원리에 따라 움직인다고 느꼈던 열아홉 살의 나에게 정확히 필요했던 공부이고 또 흥미로운 분야였다.

사진을 찍게 된 계기가 있나?

한때 사람들의 얼굴이나 대화 내용을 기억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며칠을 통째로, 심지어 몇 달의 시간과 경험이 이해할 수 없는 기억의 덩어리로 뭉쳐져 누군가와 이를 나누거나 소중히 여길 수 없었다. 사진을 통해 그날 나눈 대화, 심지어는 빛의 움직임까지 기억할 수 있는 집중력을 길렀다.

에르메스(Hermes) 하이 주얼리 캠페인.

조말론 런던(Jo Malone London) 코롱 인텐스 캠페인.

지금의 당신이 되기까지 어떠한 과정을 거쳤나?

아직 과정 중에 있다. 나를 긴장하도록, 그리고 발전하도록 이끄는 과정이길 바란다. 내가 기억하는 한, 언제나 나를 예술적인 방식으로 표현해왔고 사진은 단지 매개체일 뿐이다.

첫 사진 작업은?

재밌는 사실은 첫 촬영이 일종의 패션 작업이었다는 것이다. 졸업 작품을 촬영했는데, 당시 패션 사진, 아니 패션 자체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실제로 캠페인과 룩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몰랐다. 아마도 그래서 더 가볍게, 자유롭게 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빛과 그림자가 평범한 물체를 단숨에 변화시켰던, 마법 같은 일을 처음으로 경험한 순간이었다. 인생에서 결코 느껴보지 못한 흥분과 짜릿함을 느꼈고 마침내 인생에서 사랑하고 소중히 여길 수 있는 하나의 큰 프레임을 발견했다.

누군가가 궁금할 때 인스타그램만큼 좋은 매체가 있을까. 나 역시 당신의 계정(@elizavetaporodina)을 살펴봤다. 프로필 문구 ‘Smells like burning dreams’이 인상적인데 무슨 뜻인가?

불을 사용하는 작업 중에 외친 문장이다. 너무나도 매혹적이었지만 조금은 과한 촬영장 풍경을 보고 ‘거의 웃길 정도의 드라마틱한 무드‘를 표현할 수 있는 말을 찾고 싶었다. 촬영 모델이 “나도 그런 냄새를 알아”라며 웃어줘 더욱 즐거웠던 기억이 난다. 내 작업의 몽환적이고 우울한 분위기를 약간의 유머로 환기하는 문장이다.

개인 계정에 셀프 포트레이트가 꽤 많다. 타인을 촬영할 때와 어떤 점이 다른가?

글쎄, 일기장을 쓰는 것과 비슷한 일이다. 흥미로운 문장을 발견하거나 길을 걷다가 아름다운 일이 일어나서 그 감정을 포착하고 싶을 때 대부분 휴대폰으로 이미지를 빠르게 찍는다. 대체적으로 보람 있고 실망스러운 경험이라 할 수 있겠다(웃음).

개인적으로 포트레이트야말로 사람을 표현하는 가장 직관적이고 친밀한 행위라고 생각한다. 추상적인 표현법을 택했는데, 그 이유가 궁금하다.

많은 경우, 말하거나 보여주지 않은 것, 다른 쪽, 혹은 뒤집힌 것에 매력을 느낀다. 형태와 색상을 왜곡하고 추상화하는 방식은 타인과의 감정적 거리감을 두면서도 저변에 잠재된 감정을 전달하는 표현법이다.

몽환적인 색채, 불분명한 실루엣, 중첩된 이미지를 포함하는 후작업 역시 중요한 요소다.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나?

많은 사람이 내 작업의 여러 요소가 후작업의 결과라고 생각하지만 그 반대인 경우가 많다. 피사체가 촬영에 빠져드는 순간, 그 감정을 담고 싶기에 대부분의 효과를 촬영 중에 연출하려고 한다.

‘POP’ 매거진 에디토리얼.

장 폴 고티에(Jean Paul Gaultier) 플라워 캠페인.

KNWLS 캠페인.

사진 속 인물이 회화적으로 느껴지는 점이 좋다. 신화 속 여신 같기도 고전적인 초상화 같기도 하다. 색감이나 사진 구도를 설정할 때 특정 시대를 상상하나?

가끔은 그렇다. 눈 앞 피사체의 아름다움에서 많은 영감을 받고 색감에 있어서 그림, 조각, 신화 또는 영화 속 세계를 참고한다. 미리암 칸(Miriam Cahn),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에드바르 뭉크(Edward Munch), 조지아 오키프(Georgia O’Keeffe), 오토 딕스(Otto Dix)는 끝없는 영감의 원천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테마는?

죽음, 부활, 그림자, 성, 무성, 앤드로지니, 고독, 우울, 영웅(특히 잔다르크), 종교, 정신.

자주 찾을 수 있는 꽃, 뱀, 물, 빛, 달 등의 모티프는 어디서 비롯됐나?

고대 신화나 종교 등 사람들에게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원형에서 시작한다. 때로는 상반된 감정, 환경과 결합하여 고전적 의미를 비틀거나 병치한다.

‘DAZED’ 매거진 에디토리얼.

뮤지션 ST.EIN의 앨범 커버.

지난해 <Elizaveta Porodina: Un/Masked>를 출판했다.

첫번째 사진집이라 의미가 남다르다. 현대 사진 미술관 포토그라피스카 뉴욕에서 진행한 개인전 <Un/Masked>의 카탈로그이기도 하고. 2019년부터 2022년 사이의 개인 프로젝트와 추상적인 자화상 시리즈, 다양한 잡지와 브랜드의 커머셜 작업으로 모두 자기 성찰에 기본을 두고 있다. 보이지 않는 내러티브와 아름다움을 향해 다른 차원의 문을 두드릴 수 있는, 생각과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이미지를 선별했다.

포토그래퍼 크레딧을 보지 않아도 당신의 사진임을 알 수 있다. 큰 칭찬이지만 때로 이러한 점 때문에 설득이나 설명, 혹은 클라이언트의 믿음이 필요했을 것 같다.

여성인 것, 패션계 출신이 아닌 것, 어시스트로 일을 시작하지 않은 것이 처음에는 단점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나는 항상 최선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내면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굳게 믿어왔다. 사진은 나를 표출하는 가장 순수한 방식이다. 전략적인 방식이나 특정 트렌드, 그리고 외부의 조언에 굽히지 않으려 노력했다. 대신, 내가 가진 것과 믿는 것을 완벽하게 구현하기 위해 직관적으로 일했다. 나에 대한 자신감으로 만든 결과물이 새로운 클라이언트와 크리에이터를 끌어들인다. 끊임없이 배우고, 다양한 관점에서 기술과 전문 지식을 쌓는 것이 내 작업의 새로움을 유지하며 업계의 관심을 끄는 것임을 느꼈다. 용기를 내는 것, 안전지대를 벗어 나는 것, 미친 것처럼 보이는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일이 결국에 성과를 거둔다.

초현실적, 실험적, 영화적, 로맨틱, 노스탤지어. 당신의 사진을 설명하는 단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단어는 이미지를 식별할 수 있는 감정적 또는 구성적 요소 중 일부다. 나는 단어의 의미가 갖는 시너지와 그것을 능가하는, 이름 없고 형용할 수 없는 또 다른 요소가 있다고 믿는다.

‘PERFECT’ 매거진 에디토리얼.

수잔 보머(Susanne Bommer) 캠페인.

샤르나 오스본(Sharna Osborne)

노이즈 가득한 MTV 채널과 로파이 질감의 홈 비디오. 필름메이커 샤르나 오스본이 새롭게 정의한 노스탤지어적 사진 언어.

대화를 나눌 수 있어 기쁘다. 본인 소개를 부탁한다.

샤르나 오스본 필름메이커, 포토그래퍼.

어린 시절의 경험이 많은 것을 결정한다고 믿는다. 뭘 하며 시간을 보냈나?

뉴질랜드 남부 시골에서 자랐고, 자연 속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뛰놀며 상상력을 키운 셈이다. 아직도 그 시절이 그립다.

현재에 이르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나? 이 일을 하게 된 계기도 궁금하다.

“Trust Myself.” 14세 때 만난 미술 선생님, 블레어(Blair)의 말이다. 어릴 때부터 다양한 이미지를 만들며 카타르시스를 느끼곤 했지만,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건 주저했다. 그런데 블레어 선생님이 해준 그 말 덕분에 나를 표현하는 일이 소중하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지금도 그 당시에 느낀 감동과 신선한 자각이 생생하다.

파인 아트를 전공했다고. 누구에게나 그렇듯 패션 업계에 자리 잡기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실제로는 어땠나?

여러 도시를 이동하다 어느 시점에 런던에 정착했고, 미드햄커츠호프(Meadham Kirchhoff)를 비롯한 런던 베이스 브랜드들과 작업하게 되었다.

어떤 종류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나?

규정되지 않은 것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있는 그대로 꾸밈 없이 솔직하게 자신을 내보일 수 있는 용기와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 용기다.

'W' 매거진 에디토리얼

'W' 매거진 에디토리얼

'W' 매거진 에디토리얼

사람들은 당신의 작업에서 노스탤지어 코드를 읽는다. 1980년대와 1990년대 초의 비디오테이프가 가진 특별함은 무엇인가?

내게 VHS(Video Home System)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도구다. 줌 액션으로 손쉽게 렌즈를 바꿀 수도 있고, 눈과 허리 사이 높이에서 카메라를 들었을 때 자연스러운 이미지를 캡처할 수 있어 나름 인체공학적이기도하다(웃음).

작업 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카메라 렌즈가 있는 그대로를 담아내기 바란다. 피사체가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는지, 나는 왜 그 순간을 기록하고 싶은지가 중요하다.

당신이 속한 세대를 향한 Z세대의 열렬한 관심을 실감하나? 인스타그램만 봐도 디지털 카메라를 활용한 셀피나 캠코더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이미지로 가득하다. 이 때문인지 구글에 당신의 이름을 검색하면 ‘Sharna Osborne’s Camera’ ‘Sharna Osborne Behind the Scenes’이 연관 검색어로 나오더라.

많은 이들이 작업 방식을 궁금해한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 내 사진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이해하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한데, 나는 그것이 큰 칭찬이라 생각한다. 앞서 말했듯 나는 규정되지 않는 것들이 아름답다고 느낀다.

꾸레쥬(Courreges) 디지털 콘텐츠.

꾸레쥬(Courreges) 디지털 콘텐츠.

영상을 촬영한 후 캡처하는 방식으로 스틸 이미지를 얻나? 접근 방식이 흥미롭다.

그렇다. 몇 가지 카메라를 사용하지만 항상 VHS 카메라를 사용한다. 자연스러운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서다. 그 누구라도 촬영한다는 사실을 인지한 순간 고유의 표정이나 움직임이 변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셔터 소리만으로도 피부, 근육, 뼈 등 신체의 모든 부위가 반응한다.

영상에서 한 장면을 고르는 건데, 특별한 기준이 있나? 촬영이 끝난 뒤 그 전체 과정을 다시 복기하는 건데 힘들지는 않나?

물리적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내가 일하는 방식은 사실 효율적인 작업 과정은 아니다(웃음). 촬영하면서 마음에 들었던 장면을 기억하고 있지만, 편집 과정에서 새로운 장면을 얻기도 한다.

마틴 로즈(Martine Rose) 맨즈웨어 캠페인.

크리스토퍼 케인(Christopher Kane) 캠페인

크리스토퍼 케인(Christopher Kane) 캠페인

촬영 후 이루어지는 작업이 꽤 많을 것 같다.

그렇다. 나에게 후반 작업은 많은 면에서 촬영 그 자체만큼 중요하다. 인물을 촬영한 뒤 원하는 배경색 위에 얹거나 콜라주하는 등 재편집하고 재가공하는 점에서 회화나 조각 작업과도 비슷하다.

영상과 사진, 둘의 접근 방식이 다른가?

사진 작업을 위해 영상을 촬영하는 것은 영상 자체를 위한 카메라 사용 방식과는 아주 다르다. 영상 작업을 가장 즐기기에 언젠가는 장편 영화를 만들고 싶다.

개인적으로 패션 사진의 매력은 재능 있는 이들과 함께 결과물을 창조한다는 점 같다.

동의한다. 파인 아트에서 패션으로 전향한 이유 중 하나다. 모든 스태프가 촬영에 참여할 수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가장 멋진 결과물이 나오는 것 같다. 더욱 풍요로운 작업을 위해 스태프 사이의 공감을 어떻게 끌어내고 또 어떻게 공유할지 늘 고민한다.

디젤(Disel) 홀리데이 캠페인.

흥미롭다고 생각하는 것은?

반려묘의 귀여운 모습, 새로운 무언가를 찾는 것, 답을 갈구하고 때때로 답을 얻는 일련의 과정들.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있다면?

열정적이지만 소모적이기도 한 패션 분야에서 일하는 만큼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식습관, 운동, 좋은 대화 등 건강한 일상을 유지하려고 애쓴다.

지금까지 과거와 현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당신의 미래를 스스로 점쳐본다면? 그리고 가까운 미래와 먼 미래에 계획한 것이 있다면 추상적이어도 좋으니 공유해달.

따뜻한 지역으로 여행을 떠나 따뜻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그리고 나 자신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안전한 세상에서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마지막으로 컨트리 가수이자 배우 돌리 파튼(Dolly Parton)과 영화 작업을 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아크네 스튜디오(Acne Studios) 캠페인.

헤븐 by 키코 코스타디노브(Heaven by Kiko Kostadinov) 협업 캠페인.

에디터
김현지
통신원
윤수잔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