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lentino 2024 S/S Mens Collection

명수진

발렌티노 2024 S/S 맨즈 컬렉션

6월 16일 금요일, 2024 SS 밀라노 맨즈 패션위크의 오프닝은 발렌티노가 열었다. 그간 남녀 통합 패션쇼를 선보여왔던 메종 발렌티노가 3년 만에 단독 맨즈 컬렉션으로 복귀한 것! 밀라노는 1985년 1월에 브랜드의 창립자인 발렌티노 가라바니가 첫 남성 패션쇼를 열었던 도시로, 이번 복귀의 의미를 더했다.

컬렉션은 밀라노 공립 대학교(Università degli studi di Milano)에서 열렸다. 발렌티노는 지역 사회와 미래 세대의 인재들을 지원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약속해왔고, 학생들도 패션쇼를 관람할 수 있도록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며 약속을 하나하나 이행해가는 모습을 보였다. 틱톡에서 유명한 인디 뮤지션 D4vd가 라이브 공연을 했고, 배우 제이콥 엘로디(Jacob Elordi)와 양양(Yang Yang) 등 셀럽이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발렌티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피엘파올로 피춀리는 ‘더 내러티브(The Narratives)’라는 테마로 오늘날 남성 패션에 대해 새롭게 정의하고자 했다. 현재 <T 매거진>의 편집장이며 작가로 활동하는 한나 야나기하라(Hanya Yanagihara)가 2015년에 발표한 <어 리틀 라이프(A Little Life)> 소설에서 이번 컬렉션의 영감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소설 속 문구는 블랙 블레이저, 화이트 셔츠, 데님 팬츠, 가방 등 몇몇 아이템 위에 대담하게 프린트됐다.

컬렉션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것은 남성용 쇼츠와 스커트의 등장! 총 56개 컬렉션 중 무려 40개 룩에 반바지나 스커트가 포함됐다. 이 밖에도 플로럴 프린트와 아플리케 등 일반적으로 여성적이라고 여겨지는 요소를 과감히 믹스했다. ‘한때 권력과 성공의 상징이었던 전통적인 테일러링 규칙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개성을 표현하기 위해 짧은 팬츠나 스커트를 현대적으로 매치했다’는 피엘파올로 피춀리의 설명이다. 마치 부토니에처럼 플라워 아플리케를 장식한 넥타이를 비롯해 미니 백, 볼드한 이어링 등 아기자기한 액세서리도 남성들의 자유로운 스타일링에 새로운 옵션이 될듯했다.

마침 찬란한 햇살이 내리는 밀라노 대학교 내 정원에 설치된 새하얀 런웨이 위로 발렌티노를 상징하는 핑크, 레드를 비롯해 라즈베리, 민트 그린, 블루 등 컬러 팔레트와 프린트가 더욱 아름다운 광경을 자아냈다. ‘남성적’이라는 정의가 패션을 통해 어떻게 표현되는지를 살펴보는 환상적인 탐구였으며, 남자가 치마를 선택하여 입는 것이 더 이상 도발적인 것이 아니라는 섬세한 메시지가 인상적이었다. ‘나는 어떤 미학적인 독재에도 반대한다’는 디자이너의 확고한 철학을 엿볼 수 있었다.

또한 발렌티노는 대학에 장학금을 후원할 것을 약속하며 브랜드의 철학을 이어갔다. 컬렉션을 위해 설치한 런웨이는 밀라노의 스파지오 메타(Spazio META *밀라노의 대규모 전시, 행사에 사용된 재료들을 리사이클 하는 단체)와 협력하여 해체 후 재활용할 예정이며, 컬렉션 이후 지역 사회를 위해 밀라노의 포르타 베네치아(Porta Venezia) 공원에 참나무 한 그루를 심는다고도 공약했다.

프리랜스 에디터
명수진
영상
Courtesy of Valent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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