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고은이 읊조린 샤넬 워치

김신

음악을 읊조리면 시가 된다. 텍스트와 이미지가 만나면 드라마가 펼쳐진다. 배우 김고은은 ‘Moon Song’의 가사를 감정으로 표현했고, 텍스트는 음악이 되어 사진 밖으로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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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설희, 기억합니다. 당신을 기억합니다.’ 뮤지컬 영화 <영웅> 속 인물인 설희의 노래들은 노래이면서 탄식이다. 궁녀 설희는 눈앞에서 명성황후가 일본군들에게 잔혹하게 시해당하는 장면을 지켜보며 오열한다. 대한제국 의병대장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하기 전후의 이야기. 2009년 초연 이후 국내 창작 뮤지컬의 새 역사를 써온 <영웅>은 뮤지컬 무대와는 다른 문법인 영화로 다시 태어나, 긴 기다림 끝인 2022년 12월 개봉했다. 저마다 드라마를 머금은 얼굴이 대형 스크린을 꽉 채웠고, 거기 김고은이 있었다. 인상적인 전환의 순간도 있다. 은장도를 빼 들고서 정면을 똑바로 응시하며 “일본으로 보내주십시오”라고 말하는 설희. 결의에 찬 여자의 얼굴은 곧 기모노를 입은 게이샤의 모습으로 전환된다. 이제는 슬픔, 의지, 분노 같은 어느 감정도 거의 드러나지 않는 그 얼굴에 앞으로 폭풍 같은 순간이 닥쳐 올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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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가 주인공인 화보에서 노랫소리가 들릴 수 있을까? 김고은에게서 새롭게 발견한 음악적 재능은 우리에게도 영감을 줬다. 김고은이 노래를 얼마나, 어떻게 잘 부르는지, 그 정체를 많은 사람들에게 본격적으로 들켜버린 건 <영웅> 이전 예능 프로그램 <비긴 어게인>을 통해서다. 당신의 노래를 듣고 너무 놀라서 눈이 번쩍 뜨였다고 하자, 김고은은 만화에 나오는 소녀처럼 정말 ‘푸헤헤헤’ 소리를 내며 웃었다. <유미의 세포들>에 등장하는 어느 세포가 그런 웃음소리를 냈을 것만 같다. 콧잔등에는 귀여운 주름이 졌다. “감독님은 캐스팅하면서도 노래에 대해 어떤 말도 안 하셨어요. 고등학생 때야 저도 뮤지컬 넘버들을 부르고 연습 좀 했죠. 그때 이후로 시간이 10년 이상 흘렀다는 건 저도 미처 생각을 못하고, 열아홉의 김고은만 기억하고 있었어요(웃음). 연습을 시작하면서부터 ‘아차’ 싶었죠.” 영화 <영웅>은 배우들이 연기하면서 라이브로 녹음한 노래를 대부분 살리는 제작 방식으로 화제가 됐다. 윤제균 감독은 고심했을 것이다. 노래만 두고 보자면 배우들이 연기를 하지 않고 노래에만 집중한 녹음본의 퀄리티가 가장 좋았겠지만, 배우의 감정과 드라마가 더 리얼하고 진하게 배어 있는 쪽은 연기와 동시에 이뤄진 라이브 녹음본이었을 테니까.

울컥하고 울음이 나올 지경에는 노래가 아니라 말을 해도 이상한 암호처럼 들리기 쉬운 법인데, 뮤지컬 배우들은 격앙된 감정 속에서 정확한 발음으로 고음역의 노래를 부른다. 그들의 성대와 폐에선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제 주변에 뮤지컬 하는 친구들은 끊임없이 연습하고 꾸준히 레슨받으며 살거든요. 아무리 속성으로 연습해도, 발성 같은 기술을 제가 금세 익히긴 어려웠어요. 그런데 저는 오히려 고음을 내기가 쉽더라고요. 사람마다 편안한 음역대가 있다고 하잖아요. 고음을 내지를 때 훨씬 힘이 잘 받는 느낌이랄까. 촬영하면서 테이크를 여러 차례 가는 동안, 실수나 NG 같은 상황이 생겨도 멈추지 않고 그 감정을 이어 계속 진행했어요. 설희가 기차에서 뛰어내리기 전 울부짖을 때는 어쩔 수 없이 목소리가 좀 상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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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공개된 샤넬 J12 워치 캠페인 ‘It’s All About Seconds’ 영상은 이 캠페인의 뮤즈들이 서로 질문과 답을 주고받는 형식으로 구성되었다. ‘인생에서 가장 첫 번째로 기억나는 순간은?’ 김고은이 물으면, 페넬로페 크루즈가 답하는 식이다. 인생의 시계를 되돌릴 때 우리가 멈추게 되는 첫 번째 순간이란 어떤 식으로든 결정적인 사건이 될 것이다. 김고은의 그 순간은 지금 우리가 아는 김고은의 시작점이기도 했다. “저는 계원예고를 나왔어요. 제가 부모님께 그 학교 입시를 보겠다고 말씀드린 순간이 생각나네요. 어쩌면 살면서 처음으로 주도적인 선택을 한 게 바로 그때였을 거예요.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광주에 있는 부모님과 떨어져 자취 생활을 시작했어요.” 김고은이 ‘그 시절 고은이’를 이야기하는 동안, 화목하고 유쾌한 가정의 풍경이 이미 본 적 있는 장면처럼 떠올랐다. “학원에 다니지 않고 그냥 아빠랑 둘이서 입시 준비를 했거든요. 우리끼리 나름 열심히 했어요. 아빠가 ‘자, 벽에다가 점을 찍고 거기에 소리를 보낸다는 생각으로 함 해봐!’ 하면서(웃음). 그 당시 우리 집이 드라마 <주몽>을 열심히 봤어요. 제가 아는 뮤지컬 노래가 없어서, <주몽> OST를 불렀다니까요? 뭔가를 그렇게 열정적으로 한 건 처음이었어요. 그 열정이 지금까지 이어진 셈이에요.”

김고은은 최근 데뷔 11주년을 기념하는 팬 미팅을 했다. 김고은이 우리 앞에 처음 나타난 잊을 수 없는 그 장면 이후, 시간은 11년 흘렀다. 시인 이적요의 집 현관에 놓인 의자에서 낮잠을 자던 하얀 소녀. 이마와 목덜미에 맺힌 땀에 잔머리가 몇 가닥 붙들린 채, 자신이 아이인지 여자인지 알지 못하는 무구함이 빛나게 아름다웠던 은교. 김고은은 드라마 <도깨비>에서 “아저씨는 좋겠다. 요정 만났잖아요, 팅커벨”이라고 천연덕스럽게 애교를 떨 때도, 영화 <차이나타운>에서 유사 엄마인 김혜수의 법에 따라 질곡의 세상에서 생존해야 했을 때도, 은교로부터 시작된 김고은이었다. 오래전 얘기지만, 정지우 감독은 아무런 각오도 되지 않은 신인을 만난 후 바로 주인공으로 밀어붙였다. “그때 저는 아무것도 몰랐어요. 카메라 앞에서 배우가 설 자리의 표시에 맞춰 설 줄도 몰랐죠. 그런 거 모른 채로 연기해도 감독님은 괜찮다고 하셨어요. 제가 뭔가를 신경 쓰거나 갇힌 느낌이 들지 않게 하려고 현장의 모든 사람이 애를 쓴 거예요. 다들 얼마나 난감했을까요?” 어느 날은, 청소기 돌리는 장면을 찍다가 청소기가 아닌 김고은의 몸이 고장 나버렸다. 낯선 영화 현장에서 이상함을 느낀 배우를 위해, 한동안 감독은 카메라를 켜둔 채 그 앞에서 김고은이 노래 부르며 몸을 풀거나 가위바위보 게임을 하며 놀게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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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특별하고 천진해도 허용되었던 존재. 그것이 큰 노력 없이도 타고난 재능과 미덕으로 가능한 일이었다면, 이후의 김고은은 이 배우의 명석함이 만들어냈다. “저는 자기 객관화가 좀 잘 되는 편이거든요(웃음).” 20대의 김고은은 자신이 뭘 모른다는 사실을 알았다. 모르는데도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얼마나 공포스러우며, 인지해야 할 것을 인지하는 것은 얼마나 다행인가? “아무것도 모른 채 주연으로 데뷔한 제가 두 번째 작품을 할 때는 뭘 얼마나 알았겠어요? 시행착오가 필요했어요. 단, 그 시기를 최대한 단축해서 호되게 겪고 싶었어요. 그래서 저에게 더 가혹하게 굴었죠. 선배님들에게는 드러내놓고 이것저것 물어봤어요. 제가 서투르다는 점을 굳이 숨기지도 않았어요, 그게 사실이니까. 술자리에도 꼬박꼬박 참석했죠. 아무리 생각해도 나이가 들면 20대만큼 용감하긴 어려울 것 같더라고요. 재고 따지기보다 그냥 나를 내던지자는 생각으로 20대를 보냈어요.” 김고은이 꽤 예전의 순간도 제법 기억하는 이유는 지금 스스로 자산처럼 여기는 것들이 다 ‘그 시절 얻은 것들’이기 때문이다. 전도연과 이병헌, 윤여정 등 그간 작품에서 만난 이들을 되짚어보던 김고은은 아직도 연기할 때 떠오르곤 한다는 몇몇 선배의 말을 들려주었다. 탁월한 타인이 한마디 툭 건네듯 나눈 생각들을 허공으로 흘려보내지 않고 쓸모 있게 체화한 건 김고은의 의지이고 품성이다.

“작품을 하면, 준비 단계부터 시작해서 초반의 괴로운 몇 개월이 있어요. 아직 나에게 캐릭터가 충분히 안 입혀진 것 같은데 대사를 내뱉어야 할 때는, 정말···. 내가 다 틀린 것만 같고, 연기할 때마다 발가벗은 기분이 들기도 해요. 그러다 어느 포인트에서 ‘어?’ 하는 순간이 와요. 나랑 캐릭터가 비로소 붙었다는 느낌이 올 때죠. 그제야 비로소 자유로워지는 기분이 들어요. 작품마다 그랬어요. 그런 순간이 빨리 오는 작품이 있고, 천천히 오는 작품이 있죠.” 김고은에게 ‘그런 순간’이 비교적 빨리 왔던 작품인 <유미의 세포들>은 배우가 현장에서 감내해야 할 몸과 마음의 고생은 덜한 로맨틱 코미디물이었지만, 작품을 할 때마다 조금씩 도전적인 면은 늘 있었다. “드라마를 시작하는 시점에선 이 작품이 어떻게 구현될지 도대체 상상이 안 가더라고요. 제 첫 질문이 이거였어요. ‘누군가 쫄쫄이 옷을 입고 세포 연기를 하는 거예요?’” 드라마 <작은 아씨들>의 정서경 작가는 자신이 쓴 작품 속 오인주를 보며 김고은과 사랑에 빠졌다고 했다. 가난한 집안의 당찬 장녀로 성공적인 재혼을 꿈꾸면서도, 어떤 순간에는 ‘언니’가 필요해 보이는 여자. <차이나타운>의 한준희 감독은 김고은을 생각하며 고아 아닌 고아인 일영 캐릭터를 썼고, <영웅> 윤제균 감독은 설희 역에 김고은을 캐스팅하지 못하면 무릎을 꿇을 각오도 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도깨비>, <더 킹 : 영원의 군주>의 김은숙 작가가 전작의 출연 배우 중 처음으로 다시 부른 여배우가 김고은이다. 눈 좋은 감독이 신인배우에게서 미지의 영역을 발견하고 서슴없이 영화 세계로 안내했듯이, 많은 감독과 작가가 그 얼굴에서 새로운 드라마를 끌어내고 싶어 한다. 김고은은 얼마 전, <검은 사제들>과 <사바하>를 연출한 장재현 감독의 영화 <파묘> 촬영을 마쳤다. 무당 역을 위해 무속신앙이나 굿에 대해 어느 정도 배우고 익혀야 했다. 김고은이 ‘세포들’을 도무지 상상할 수 없었던 것처럼, 무당이 된 김고은의 모습도 아직은 미지의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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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생각이 많지 않아요. 사사롭게 굴지 않고 단순해졌을 때 능률이 더 올라가는 느낌이거든요. 하기로 했으면 하고, 힘든 상황이면 뭐 지나가겠지 하면서, 툭툭. 촬영 현장에서도 그냥 최대한 재밌게 머무는 게 저한테 더 좋은 영향을 줘요. 아무 일 없는 듯이 백지상태로 슛에 들어갔을 때 늘 결과가 더 좋았고요. 그게 제 방식이에요.” 여전히 천진성이 우러나며, 촬영을 위한 목적이 아니면 거의 화장기를 들이지 않는 얼굴. 아직도 부모님에게 할 수 있는 최대치의 애교와 어리광을 부리는 여자. “부모님한테나 애교 부리지 제가 그걸 어디 가서 할 수 있겠어요? 저는 연년생 오빠한테도 애교 떨어요. 우리 둘이 중학생들처럼 참 잘 놀거든요.” 11년의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도 김고은은 우리가 아는 김고은의 모습과 거의 비슷하지만, 아무것도 모른 채 카메라 앞에 섰던 그 배우는 이제 가느다란 손목에 샤넬 워치를 착용하는 앰배서더가 되었다. “그런데 세상에 공짜는 없는 거 아시죠? 저는 절대로 쉽게 얻은 게 없어요. 애초부터 배우면서 힘들게 구를 생각을 했다니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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