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선율 같았던 디올 2023 S/S 오트 쿠튀르

김신

아티스트 조세핀 베이커(Josephine Baker)에게 헌정하는 쇼를 선보인 디올(Dior)의 2023 S/S 오트 쿠튀르 컬렉션.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의 시간은 재즈 선율처럼 차분하게 흘러갔다.

아티스트 미칼린 토머스의 작품으로 채워진 쇼장의 전경.

아티스트 미칼린 토머스의 작품으로 채워진 쇼장의 전경. ©ADRIEN DIRAND ©MICKALENE THOMAS © CHANAKYA SCHOOL OF CRAFT © NOIR EST BEAU (DONYALE LUNA) © ESTATE CHARLOTTE MARCH/FALCKENBERG COLLECTION

쇼장에 설치된 아티스트 미칼린 토머스의 작품. ©ADRIEN DIRAND ©MICKALENE THOMAS © CHANAKYA SCHOOL OF CRAFT © NOIR EST BEAU (DONYALE LUNA) © ESTATE CHARLOTTE MARCH/FALCKENBERG COLLECTION

쇼장에 설치된 아티스트 미칼린 토머스의 작품. ©ADRIEN DIRAND ©MICKALENE THOMAS © CHANAKYA SCHOOL OF CRAFT © NOIR EST BEAU (DONYALE LUNA) © ESTATE CHARLOTTE MARCH/FALCKENBERG COLLECTION

디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가 선보인 디올의 2023 S/S 오트 쿠튀르 컬렉션은 조세핀 베이커를 중심으로 다이앤 캐럴, 니나 시몬 등 20세기 역사에 한 획을 그은 흑인, 혼혈 아티스트, 할리우드 배우의 거대한 초상화로 벽면을 가득 채운 무대에서 펼쳐졌다. 아티스트 미칼린 토머스(Mickalene Thomas)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 미칼린 토머스는 프린트 이미지, 사진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콜라주 작품을 제작하는 아티스트다. “디올의 오트 쿠튀르 쇼를 위해 흑인 및 혼혈 여성을 경배하는 새로운 신전을 상징하는 무대를 제작했습니다.이 여성들은 TV, 영화, 패션 및 사회운동 분야에 광범위하게 존재하던 무수한 장벽을 허물었죠. 저 또한 이들의 결단력과 희생 덕분에 지금과 같은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묵직한 울림을 주는 미칼린 토머스의 말이다.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는 1951년 뉴욕에서 공연하는 조세핀 베이커의 아카이브 사진을 우연히 발견했다. 미국 태생의 흑인 댄서이자 엔터네이너, 프랑스 레지스탕스의 일원,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위한 시민운동가, 휴머니스트 등 수많은 이름으로 불린 그녀는 1925년 파리에 와서 재즈 공연을 했으며, 재즈 시대 카바레의 주역이 된다. 화려한 아이콘으로서 당대의 모던함, 고정관념과 편견에 강렬하게 도전하며 카바레 세계에 활력을 더해준 그녀는, 전후 유럽에서 열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조세핀 베이커는 정말 담대하고 매혹적인 여성이었습니다.”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는 이번 오트 쿠튀르를 그녀에게 헌정했다.

가운을 연상시키는 둥근 실루엣의 코트.

자연스러운 드레이프 주름의 금빛, 은빛 드레스

클래식한 벨벳 드레스.

섬세한 디테일의 골드 바 재킷

하얀색 크로셰 니트 재킷과 플리츠 스커트

목욕 가운을 연상시킨 코트 안에 실크 언더웨어를 매치했다. 1

자연스러운 주름 장식 드레스와 대비를 이루는 완벽한 재단의 바 재킷과 스커트 .

재즈의 선율처럼 아름다웠던 드레이프 주름 장식 벨벳 드레스

자연스러운 주름 디테일이 돋보이는 금빛, 은빛 이브닝 그레

을 조이지 않는 편안함을 강조했던, 완벽한 재단의 바 재킷과 미디스커트

발목 위에서 깔끔하게 떨어진 이번 시즌의 스커트와 팬츠의 길이. 벨벳 슈즈를 아름답게 부각시킬 수 있는 적당한 길이였다.

은빛 베어백 드레스. 벨벳 리본을 장식해 로맨틱함을 더했다

찰랑이는 비즈 프린지 드레스와 금빛 플라워 모티프 드레스, 베이지색 펀칭 디테일 톱과 팬츠의 은은하게 아름다운 조화.

깃털 장식 케이프를 입은 모델.

장식이 배제된 검정 시스루 이브닝 드레스.

이번 쿠튀르에서 눈여겨봐야 할 벨벳 드레스와 가운. © FIONA TORRE ©MORGAN O’DONOVAN

클래식한 우아함을 강조한 재킷 룩들.

클래식한 우아함을 강조한 재킷 룩들. © FIONA TORRE ©MORGAN O’DONOVAN

런웨이의 룩이 등장하자 치우리가 베이커의 쇼걸 이미지를 부각시키기보다는 조금 더 미묘하고 절제된 접근 방식을 취했음을 알 수 있었다. 예를 들면 그녀가 무대에 오르기 전 머문 아늑하고 포근한 분위기의 드레스룸을 상상하며 옷을 만든 것. 그녀의 몸을 가리고 보호해주는 목욕 가운을 떠오르게 하는 코트 안에는 드레스가 아닌 새틴 소재로 만든 언더웨어가 드러나는 식으로 말이다.

화이트, 누드, 그레이 등 파우더리한 톤과 블랙이 주를 이루는 컬러 조합은 1950년대의 클래식의 현대적 해석을 보여준다. 주로 사용한 실크와 벨벳 소재에는 마치 재즈의 리듬처럼 곳곳에 주름 디테일을 더해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특히 후반부에 나온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드레이프 주름 이브닝 드레스와 어깨끈이 흘러 내려온 듯 비대칭으로 디자인된 오프숄더 새틴 주름 드레스, 은빛과 금빛 드레스 그리고 벨벳 드레스는 장식을 배제해 더욱 클래식한 멋이 느껴진다. “이 컬렉션의 라인은 1920년대에 가깝습니다.” 말 그대로 조용하게 강력한 컬렉션이 이어졌다.

실크 소재 언더웨어를 만드는 장인의 섬세한 손길.

실크 소재 언더웨어를 만드는 장인의 섬세한 손길.

실크 소재 언더웨어를 만드는 장인의 섬세한 손길.

실크 소재 언더웨어를 만드는 장인의 섬세한 손길.

실크 소재 언더웨어를 만드는 장인의 섬세한 손길.

중간중간 플래퍼 드레스를 연상시키는 반짝이는 구슬 장식 드레스를 빼고는 주로 새틴과 벨벳 소재를 이용하여 전체적으로 소란스럽지 않게 보이도록 조절한 점도 인상적이다. 차분하고 조용한 옷들 사이에 등장하는 실버 스터드와 시퀸 장식 드레스들은 런웨이 위에서 찰랑거렸고, 그 모습은 마치 재즈 음악의 안무처럼 보이기도 했다. 한 편 이번 컬렉션에 등장한 스커트와 코트, 팬츠 등의 길이도 눈에 띄었다. 하나같이 발목 위에서 깔끔하게 떨어져 치밀하게 계산된 결과임을 짐작게 했다. 드레스를 제외한 팬츠와 코트, 스커트의 길이는 자로 잰 듯 동일했으니까. 화려한 아티스트의 이면에 자리한 단순성을 강조하려는 것일까? 마지막까지 몸을 조이거나 몸매를 강조하는 옷 들은 없었다. 장인의 기교와 기술을 과시적으로 드러내려는 시도 없이 60여 벌의 룩은 재즈 운율처럼 흘러갔다. 역설적이어서 더욱 특별했던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의 사색 넘치는 쇼는 그렇게 고요히 말을 건넸다.

비대칭 디자인의 이브닝 드레스에서는 클래식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벨벳 가운과 정교하게 재단된 팬츠

드레스 룸에서의 아늑함을 상상하며 만든 가운과 실크 언더웨어

2023 S/S DIOR COUTURE

2023 S/S DIOR COUTURE

2023 S/S DIOR COUTURE

2023 S/S DIOR COUTURE

2023 S/S DIOR COUTURE

2023 S/S DIOR COUTURE

2023 S/S DIOR COUTURE

2023 S/S DIOR COUTURE

2023 S/S DIOR COUTURE

2023 S/S DIOR COU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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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S/S DIOR COUTURE

패션 에디터
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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