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me Plissé Issey Miyake 2023 F/W Mens Collection

명수진

옴므 플리세 이세이 미야케  2023 F/W 맨즈 컬렉션

파리 남성복 패션위크가 열리고 있는 1월 19일 목요일. 프랑스 정부가 발표한 정년 연장에 항의하는 대규모 파업으로 인해 파리의 어떤 곳은 텅 비어 있고 어떤 곳은 정신없이 혼잡했다. 하지만 옴므 플리세 이세이 미야케 컬렉션의 베뉴인 팔레 드 도쿄(Palais de Tokyo) 1층은 그런 바깥세상과는 다소 동떨어져 고요한 아침 풍경을 연출했다.

옴므 플리세 이세이 미야케 컬렉션은 잠시 암전 후 시작했다. 어둠 속에 갇힌 런웨이가 순간 무수한 빛으로 밝혀졌다. 마치 은하계의 한 가운데 혹은 가상의 3차원 공간에 온 듯 신비로운 분위기 속에서 프랑스 공연 아트 디렉터인 아드리안 몬도(Adrien Mondot)와 클레어 바다인느(Claire Bardainne)가 감독한 픽셀 퍼포먼스 공연이 펼쳐졌다. 픽셀 그래픽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무용수들은 캣워크를 잠시 중력이 없는 세계로 만들었다. 패턴 메이킹에 바탕한 기존의 관념을 완전히 타파하고 오직 주름만으로 새로운 옷을 만들어내는 이세이 미야케의 예술 세계와 맥락을 함께 하는 공연이었다.

컬렉션은 다양한 기하학적 형태에 대해 치열하게 연구한 결과물이었다. 캣워크로 걸어 나온 모델들은 슬리브리스 톱, 셔츠, 카디건, 아우터, 퀼로트, 팬츠 등 다양한 주름 의상을 입었는데, 주름의 방향과 간격에 따라 원형, 사선형 등 조형적 형태가 완성되는 점이 흥미로웠다. 예를 들면, 라글란 슬리브는 목에서 어깨 라인으로 이어지는 동근 실루엣을 만들어내고 슬림한 베스트는 허리 굴곡을 따라 자연스럽게 X자 형태를 만들어낸다. 그린, 브라운, 오렌지, 바이올렛, 라임, 카키 등 맑은 수채화처럼 산뜻한 색감의 주름 의상은 마치 자연의 피조물처럼 특별한 아름다움을 뽐냈다. ‘트라이앵귤러 그리드(Triangukar Grid)’라고 명명된 그래픽 라인 프린트는 미국의 건축가이자 철학자인 버크민스터 풀러(R. Buckminster Fuller)의 작품을 재해석한 것으로서 주름으로 인해 다이내믹한 착시 현상을 만들어냈다. 주름을 가미한 나일론 팬츠와 후드가 달린 윈드브레이커 시리즈는 보다 스포티한 분위기. 이세이 미야케라는 천재적 디자이너 덕분에 만나게 된 패션 세계!

프리랜스 에디터
명수진
영상
Homme Plissé Issey Miya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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