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같았던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이 막을 내렸어도 할 이야기는 수두룩하다.
26.9% ㅣ 결말과 함께 최종 시청률에 대한 관심이 지대했다.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시청률은 손흥민의 스프린트 속력처럼 사정없이 치솟았다. 첫 회부터 전국 기준 6.1%로 치고 나가더니 파죽지세로 인기가 번졌다. 3회 만에 10%를 돌파했고 3분의 2 정도가 지난 11회는 기어코 20%를 넘어섰다. 그러니 <부부의 세계>가 보유한 JTBC 역대 드라마 최고 시청률 28.4%마저 뛰어넘을지, 비지상파 드라마가 넘보지 못한 30%까지 치달으며 기록적인 엔딩을 맞을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결과적으로 <재벌집 막내아들>은 26.9%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누가 뭐라 할 수 있을까? 여담으로 송중기의 <태양의 후예>는 최고 시청률이 38.8%였다.
올해의 엔딩 ㅣ 결말을 두고는 말들이 억수같이 쏟아졌다. 진도준이 순양 그룹의 회장으로 등극하는 원작 웹소설과는 아예 다른 결말이었다. 드라마는 교통사고로 사망한 진도준이 윤현우로 다시 깨어나 정의와 정도를 구현하며 마무리됐다. 반전이라 하기에는 호불호가 아주 컸다. 누군가에게는 예상을 뒤엎는 전개, 누군가에게는 말문이 막히는 황당한 결말. 그럼 한바탕 몰아 부친 인생 2회차는 꿈이라고? 후자라면,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느꼈던 모든 순간이 배반당한 기분이 들었을 수도 있다. 절로 나오던 박수갈채가 쏙 들어가고 곳곳에서 한숨과 실소가 나왔다. 극 중 진양철은 진도준에게 이런 충고를 건넨다. “아무도 믿지 마라. 누구에게도 정 주지 말고.” 아무렴요.
어록 제조기 ㅣ “나중? 언제고? 니 어데 백 살 넘게 한번 살아봐라. 나중이 오나.” 욕망의 표상 같은 진양철 회장이 경상도 사투리로 부와 사업가 마인드, 파란만장한 세월과 통찰력이 번뜩이는 일침을 날릴 땐 아예 존재감이 달랐다. 구부정하게 솟은 태산 같았다. “국내 1위? 니 어디 전국체전 나가나?”, “내한테 없는 기 니한테 있어야 그게 거래다”, “닭 잡는 칼로 소를 잡을라나카면 되나”, “자존심도 주제가 되는 놈이 부려야 무서운 법이야.” 빌런 캐릭터의 숙명을 지녔지만 진양철은 밑줄과 동그라미를 그려가며 계속 되새기게 만드는 어록을 구사하며 자신의 욕심, 의심, 변심을 두 손 모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미생>의 ‘오과장’에 이어 명언 제조기 캐릭터로 분한 이성민의 열연은 두말할 것도 없고.
주목할 얼굴들 ㅣ <재벌집 막내아들>은 ‘연기 구멍’이 없다는 표현이 공공연하면서 전혀 과분하지도 않았다. 연기 대상 트로피를 누구에게 줘도 별다른 이견이 없을 송중기와 이성민은 물론이고, 주조연 가릴 것 없이 배우들의 꽉 찬 앙상블이 돋보였고 잘 맞아떨어졌다. 그중에서 재벌가 중심에 서 있는 여성 캐릭터들은 새로워서 더 흥미롭고 반가웠다. 진양철의 아내 역을 맡아 이제껏 쌓아온 내공을 확 펼친 김현, 재벌가에 입성해 안주인 자리를 탐하는 맏며느리 모현민을 뾰족하게 연기한 박지현, 그리고 순양가의 변덕스럽고 오만한 딸 진화영 역의 김신록은 전작 <지옥>에서의 열연보다 더 많은 것을 보여줬고, 이 또한 가진 것의 일부에 불과할 것 같다는 기대감을 품게 만들었다. 이들의 이름은 한 번 더 언급하고 싶고, 계속해서 그 이름을 보고 싶다. 물론 진도준의 아역을 연기한 김강훈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전작에서도 그렇고, 드라마 초반의 서사와 상승세를 책임지고 이끈 김강훈의 연기를 보면 이런 의심이 달릴 수밖에 없다. 배우 인생 2회차 같은데…
금토일 드라마 ㅣ 그게 통할까 싶었는데 완벽하게 통했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금토일 주3회 방송이라는 파격적인 편성을 꺼내 들었다. 몰입도를 극대화하고 전개의 속도감을 높이기 위해서라고들 했다. 처음에는 신선함과 의아함이 동시에 깔렸는데, 결과적으론 해피 엔딩. 오히려 두 차례 결방에 대한 볼멘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이로써 본방 사수의 밀도를 높이는 새로운 편성 방식은 검증됐다. 큰 성공을 거둔 선례를 따라 밟는 드라마들이 계속해서 나올까? 아무튼 이젠 월수금 편성, 화목토 편성쯤 돼야 소위 파격이라 불리게 됐다.
- 프리랜스 에디터
- 우영현
- 사진
- 사진 JTBC, VIU